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정약용의 목민심서 12권 72조를 해부하다
화성연구회 인문학 강좌
2021-11-22 12:20:42최종 업데이트 : 2021-11-22 12:20:40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사)화성연구회 11월 인문학 강좌가 열린 수원문화재단 영상실

(사)화성연구회 11월 인문학 강좌가 열린 수원문화재단 영상실


"갈밭 마을 젊은 아낙 통곡 소리 끝이 없어/ 현문 향해 울부짖다 하늘 보고 호소하네/ 쌈터 나간 지아비가 돌아오진 못하여도/ 제 양물을 잘랐단 말 듣도 보도 못하였네/ 시부 상후 낳은 아이 배냇물도 그대론데/ 삼대 이름 모두 같이 군보에다 올려놨네/ 제 아무리 호소해도 문지기는 호랑이요/ 이정놈은 포효하며 황소마저 끌어갔네/ 칼을 갈아 방에 들자 붉은 피가 흥건하고/ 이 모두가 자식 낳은 죄일지니 자탄하네/ 그 무슨 죄 있다 하고 잠실궁형 당했던가/ 민나라의 자식 거세 지극하게 슬프거든/ 자식 낳아 기르는 건 하늘이사 정한 이치/ 하늘 닮아 아들 되고 땅을 닮아 딸이 되지/ 말과 돼지 거세해도 가엾다고 이르는데/ 대를 이을 사람 거세 그 얼마나 슬프겠나/ 부잣집들 일 년 내내 줄풍류를 즐기면서/ 낟알 한 톨 비단 한 치 바치는 일 없건마는/ 모두 같은 백성인데 어찌 이리 차별인가/ 객창에서 거듭거듭 시구 편을 읊노라네"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애절양(哀絶陽)'이란 시로 남자의 생식기를 잘라버린 서러움이란 뜻이다. 목민심서 병전(兵典) 제1조 첨정(簽丁)에 시와 함께 시를 쓴 사연에 대해 기록했다. 1803년 강진에 있을 때 지은 것인데 갈밭에 사는 백성이 아이를 낳은 지 사흘 만에 군보에 들어가고 이정이 소를 빼앗아갔다. 백성이 칼을 뽑아 그 양경을 스스로 자르면서 하는 말이 "내가 이것 때문에 이러한 곤욕을 받는다"라고 하였다. 그 아내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양경을 가지고 관아에 나아가 울부짖으며 호소하였으나 문지기가 막아버렸다. 이 말을 듣고 시를 지은 것이다. "백성을 다스리는 자가 백성들의 실정은 걱정하지 않고 속례만 따르므로 그 당시 어떤 독살스러운 백성이 이와 같이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유배 중이었던 정약용은 이러한 비참한 현실을 목격하고 1821년 목민심서를 저술한 것이다.

(사)화성연구회 11월 인문학 강좌가 열린 수원문화재단 영상실

(사)화성연구회 11월 인문학 강좌가 열린 수원문화재단 영상실



지난 20일 오후 수원문화재단 영상실에서 (사)화성연구회 11월 인문학 강좌에서는 주영숙 강사의 '정약용의 목민심서 12권 72조를 해부하다, 2% 생략한 완역 목민심서의 정체성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강연과 토론이 있었다. 시인, 소설가, 한국화 화가인 강사는 '사설시조 한국소설', '작품으로 읽는 연암 박지원', '황진이 돌아오다', '눈물은 배우는 게 아니다', '칼, 춤추어라!', '내 이름 마고' 등의 저서가 있다.

강사는 '2% 생략한 완역 목민심서' 12권의 초고를 마친 상태에서 목민심서에 대해 강의를 한 것이다. 목민심서는 '부임, 율기, 봉공, 애민, 이전, 호전, 예전, 병전, 형전, 공전, 진황, 해관' 12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편마다 6조로 이루어져 있다.
 

(사)화성연구회 11월 인문학 강좌가 열린 수원문화재단 영상실, 강의 중인 주영숙 박사

(사)화성연구회 11월 인문학 강좌가 열린 수원문화재단 영상실, 강의 중인 주영숙 박사



이 책을 번역하게 된 것은 출판사로부터 "이건 그냥 소설가도 불가하고 그냥 학자도 불가한 일인데 선생님은 소설가이고 학자시니 가능할 겁니다. 2년 후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나면 그 완역본을 새 대통령께 올리겠습니다. 해보세요. 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제안해 시작했다고 한다. 기존의 목민심서 번역본에서 잘못 번역된 것을 바로잡고 어려운 용어를 쉽고 유려하게 번역했다고 한다.

교과서에서 다산 정약용을 '조선 후기의 실학자'로 표기하는데 그를 실학자라는 좁은 틀에만 가두는 것은 '숲은 보면서 나무는 못 보는 경우'와 같다. 500여 권의 저술이 말해주듯 정약용의 학문은 대단히 깊고도 방대하였다. 지방행정관의 행동 지침을 정리한 '목민심서'를 펴낸 행정가였고, 조선의 형법을 정리한 '흠흠심서'를 펴낸 법학자였고, 수원화성을 설계한 건축가였고, 천연두 치료법을 다룬 '마가회통'을 지은 의학자이기도 하다.

 
(사)화성연구회 11월 인문학 강좌가 열린 수원문화재단 영상실, 시낭송을 하고 있다.

(사)화성연구회 11월 인문학 강좌가 열린 수원문화재단 영상실, 시낭송을 하고 있다



강의 후 정수자 시인이 진행한 토론에서는 화성연구회 회원이 정약용의 시 '애절양', '동성의 노래', '견여탄'을 낭송했다. 다산이 보는 시(詩)란,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걱정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며, 시국이 잘못됨을 가슴 아파하지 않고 풍속이 타락함을 분노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며, 올바른 것을 아름답다 하고 그릇된 것을 비판하고 선을 권하고 악을 징계하는 뜻이 없다면 시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오늘날 목민심서를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다. 제대로 안다는 것은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실천하지 않은 조선은 19세기가 시작하면서 망하는 길로 들어섰다. 21세기, 바로 오늘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 목민심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중요한 것이다.
한정규님의 네임카드

다산 정약용, 목민심서, 화성연구회, 주영숙, 정수자, 한정규

연관 뉴스


추천 4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