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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성가퀴의 아름다움
수원화성은 힐링의 공간이고 축복의 삶터
2022-01-18 10:53:03최종 업데이트 : 2022-01-18 10:53:02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수원화성을 걸을 수 있는 이유는 성가퀴 덕분이다. 성가퀴 안쪽으로 따라 난 길을 걸으면서 성을 가까이 볼 수 있다.

수원화성을 걸을 수 있는 이유는 성가퀴 덕분이다. 성가퀴 안쪽으로 따라 난 길을 걸으면서 성을 가까이 볼 수 있다.


수원화성을 걸을 수 있는 이유는 성벽 구조 덕이다. 성벽은 몸체 부분을 이루는 체성과 그 위에 올려져 있는 성가퀴로 구분한다. 성 밖은 돌을 쌓고 성안 쪽은 자갈과 흙을 다져 쌓았다. 여기에 성가퀴가 있고, 안쪽으로 따라 난 길을 따라 걷는다. 

성가퀴는 성벽 위에 설치한 담이다. 성벽에 딸린 낮은 담이란 뜻으로 여장(女墻)이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장수들이 성가퀴 안쪽공간으로 말을 달렸다고 마도(馬道)라고 하기도 한다. 성가퀴는 높지도 낮지도 않다. 160~170㎝ 내외로 보통 어른의 키 높이다. 여기서 몸을 숨기고, 총이나 화포로 적을 공격할 수 있다. 하나의 여장을 '1타'라고 하는데, 약 14㎝ 간격을 두고 이어져 있다. 1타에는 총안이 3개 있다. 총안 간격은 95㎝ 내외다. 가운데 있는 근총은 가까운 곳을 쏘기 위한 구멍이다. 비스듬히 아래쪽을 향하고 있다. 좌우에 있는 원총안은 먼 곳을 쏘는 곳이다. 원총안은 구멍을 수평으로 뚫었다. 크기는 각각이 다른데, 그중에 하나를 재보니 가로 27㎝, 세로 30㎝, 폭은 76㎝ 내외다. 성가퀴 위에 올려진 지붕돌은 옥개석이다. 검은색으로 성가퀴 흰색의 돌과 어울려 아름다움을 뽐낸다. 옥개석은 빗물이 체성으로 흘러드는 것을 방지하려고 맞배지붕 형식으로 얹었다. 유사시 지붕돌을 밀어 성 위로 올라오는 적병을 물리치는 역할도 한다.

 
성벽은 몸체에 해당하는 체성과 담에 해당하는 성가퀴로 조성되어 있다.

성벽은 몸체에 해당하는 체성과 담에 해당하는 성가퀴로 조성되어 있다.

 

수원화성에 성가퀴가 있게 된 데에는 정조대왕의 지시가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임금이 감동당상 조심태에게 이르기를, "성에 성가퀴가 없으면 이는 쓸모없는 성이니 성가퀴는 결코 쌓지 않을 수 없다. 옛사람들은 옹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 이가 없었다. 그래서 성문에 옹성이 없는 것도 쓸모없는 성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 옹성도 쌓지 않을 수 없다. 한갓 겉모양만 아름답게 꾸미고 견고하게 쌓을 방도를 생각하지 않으면 참으로 옳지 않지만, 겉모양을 아름답게 하는 것도 적을 방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한다(1793년 정조 17년. 정조실록)

감동당상은 총리대신 아래 직위로 실제 화성 공사를 전담한 총감독의 역할을 담당했다. 조심태는 수원에 머물면서 공사의 진행을 관리하고 현장과 조정을 오가며 공사 안팎의 제반 문제를 조율했다. 따라서 임금(정조)이 조심태에게 이른 것은 화성 축성에 대해 직접 지시를 내린 것이다. 

 
하나의 여장을 1타라고 한다. 1타에는 총안이 3개 있다. 가운데 있는 것이 근총이고, 좌우에 원총이 있다.

하나의 여장을 1타라고 한다. 1타에는 총안이 3개 있다. 가운데 있는 것이 근총이고, 좌우에 원총이 있다.


성에 성가퀴가 없으면 쓸모없다고 말한다. 이를 옹성과 함께 묶어서 언급하고 있다. 옹성은 성문 방어시설에 중요한 부분이다. 즉 성가퀴는 성곽 방어에 있어서 중요한 기능이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실록에 "성루를 웅장하고 화려하게 꾸며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가 꺾이게 하는 것도 성을 지키는 데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말을 잇는다. 정조는 성을 아름답게 짓는 것을 강조하며, 성가퀴를 언급했다. 즉 성가퀴는 방어 기능도 있지만, 성을 아름답게 하는 데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생각했다. 
 

성가퀴 위에 올려진 지붕돌은 옥개석이다. 검은색으로 성가퀴 흰색의 돌과 어울려 아름다움을 뽐낸다.

성가퀴 위에 올려진 지붕돌은 옥개석이다. 검은색으로 성가퀴 흰색의 돌과 어울려 아름다움을 뽐낸다.


수원화성은 평지가 대부분이지만, 가파른 팔달산 기슭도 있다. 이곳에 성가퀴를 쌓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지형 여건상 벽돌과 돌 등 자원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성가퀴 만드는 것을 중단하지 않았다. 주변의 자연환경과 상황에 맞게 쌓았다. 가파르다고 해서 성가퀴를 두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허전하고 볼품이 없었을 것이다. 거친 산기슭에 성가퀴는 우직함도 보이고 소탈해 보여 더욱 아름답다. 

화성은 방어시설이 잘 갖추어진 곳이다. 약 300~400m 간격으로 있는 치와 적대, 포루, 각루, 공심돈 등이 핵심적인 방어시설이다. 그리고 병사가 성가퀴에서 몸을 숨기고 전쟁을 할 수 있다. 화성에서 직접 전쟁을 치른 역사는 없지만, 만약 있었다면, 화성은 철옹성 같은 방어력을 자랑했을 것이다. 

성가퀴를 따라가다가 잠시 방화수류정에 앉았다. 과거와 현재가 성가퀴로 나뉘고 있다. 성안이나 바깥 풍경이 편안해 보인다. 이 풍경을 만들기 위해 백성이 더위와 추위를 이겨냈다. 무거운 돌을 나르고 축성을 했다. 정으로 쪼고 또 쪼아서 반듯한 돌을 만들었다. 성가퀴는 석공들의 장인정신이 겹겹이 묻어 있다. 돌무더기 하나하나에서 옛사람들의 짙은 체취가 느껴진다. 선조들이 남긴 위대한 예술작품이다. 

 
 
팔달산 기슭은 지형 여건상 벽돌과 돌 등 자원 확보가 어렵다. 그런데 성가퀴를 중단하지 않았다. 주변의 자연환경과 상황에 맞게 쌓았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소탈하고 아름답다.

팔달산 기슭은 지형 여건상 벽돌과 돌 등 자원 확보가 어렵다. 그런데 성가퀴를 중단하지 않았다. 주변의 자연환경과 상황에 맞게 쌓았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소탈하고 아름답다.


성벽의 몸체에 해당하는 체성은 남성 이미지라면, 성가퀴는 여성의 이미지다. 화려하고 현란한 모습이 아닌 수수하고 소박한 여인의 모습이다. 단번에 눈길을 끌지 못하지만 보고 있으면 싫증이 나지 않는다. 치장이 없는 단순한 모습이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성가퀴에 기대 본다. 햇살을 받은 돌의 정감이 가슴으로 스며든다.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 기분이다. 정조는 야심에 찬 정치 개혁의 하나로 화성을 완성했다. 수원의 상권을 살려 백성이 편안하게 살게 하고 싶었다. 달빛을 따라 성가퀴 길을 걸으며 꿈을 다듬었다. 그때 달이 오늘도 성가퀴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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