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융건릉을 산책하며 역사를 읽다
자연을 품은 융건릉은 수원의 역사가 시작된 곳
2022-05-12 11:16:38최종 업데이트 : 2022-05-12 13:53:31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융건릉 재실. 과거 수원 관아가 있던 터로 추정한다. 그때 이 근처에 있던 향교도 수원 팔달산 자락으로 옮겨 세웠다. 융건릉은 오늘날 수원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라 할 수 있다.

융건릉 재실. 과거 수원 관아가 있던 터로 추정된다. 그때 이 근처에 있던 향교도 수원 팔달산 자락으로 옮겨졌다.
융건릉은 오늘날 수원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라 할 수 있다.


5월 햇살은 맑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덕에 부족함이 없다. 뭇 꽃들은 황홀한 햇살을 맞아 색깔이 선명하고 아름답다. 길가에 나무들은 초록 물이 넘치고 있다. 옷깃만 스쳐도 초록빛이 물들것처럼 짙푸르고 싱그럽다. 

회복된 일상덕에 모처럼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 모두 수원에 산다. 아직 코로나19를 주의해야 하니 야외 산책을 하자고 했다. 자연을 품은 융건릉에 갔다. 그리고 오늘 여행에 해설사로 나섰다. 
왕릉 방문을 하면 서둘러 능침으로 간다. 융건릉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모두 융릉과 건릉 길로 걷는다. 우리 일행도 '어느 쪽으로 갈까' 의견을 나눴다. 서로 다툴 때 입구 오른쪽에 있는 재실로 안내했다. 여기서부터 진입공간이다. 정조와 순조 등이 능을 참배하러 왔을 때도 재실을 먼저 들른다. 이곳에서 대기하던 능 관리자의 안내를 받고 제향 공간에 갔다. 

융릉으로 가는 길은 나무가 무성하다. 왕릉의 선정이 풍수라고 하는데, 결국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이다. 사람들은 기품 있는 나무들 사이를 천천히 걸으면서 사색을 즐기고, 맑은 공기에 젖는다.

융릉으로 가는 길은 나무가 무성하다. 왕릉의 선정이 풍수라고 하는데, 결국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이다.
사람들은 기품 있는 나무들 사이를 천천히 걸으면서 사색을 즐기고, 맑은 공기에 젖는다.


재실은 과거 수원 관아가 있던 터로 추정된다. 정조가 양주 배봉산에 있던 아버지의 묘를 이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따라서 이곳에 있는 수원읍을 팔달산 아래로 옮겼다. 화성 행궁을 건설하고 화성 유수부로 도시의 격도 높였다. 정조의 적극적인 이주 정책으로 수원은 인구 5만이 넘는 큰 도읍으로 성장했다. 그때 이 근처에 있던 향교 역시 수원 팔달산 자락으로 옮겨졌다. 융건릉은 오늘날 수원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라 할 수 있다. 오늘 일행을 이곳 재실로 안내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원에서 온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이곳에서 수원의 역사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재실을 나와 오른쪽 길을 따라가면 융릉이다. 장조(사도세자)와 헌경왕후(혜경궁 홍씨)를 합장한 능이다. 융릉으로 가는 길은 나무가 무성하다. 실제로 정조는 내탕고 1천 냥을 내려보내 현륭원 나무 심는 비용에 쓰이도록 했다(정조실록, 1790). 왕릉은 조선 시대 국가적 행사인 제례 행위의 공간이다. 시설의 신성함은 주변 경관의 아름다움에서 시작한 듯하다. 왕릉의 선정 기준이 풍수라고 하는데, 결국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이라는 뜻이다. 덕분에 우리는 도심에서 힘들었던 일상을 뒤로 하고 숲에서 위로를 받는다. 천천히 걸으면서 사색을 즐기고, 맑은 공기에 젖는다. 
 
융릉은 조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인물이 잠들어 있다. 사도세자는 나이 28살에 아버지의 명으로 뒤주에 갇혀 죽었다. 이 광경을 동갑내기 아내 혜경궁 홍씨가 봤다.

융릉은 조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인물이 잠들어 있다.
사도세자는 나이 28살에 아버지의 명으로 뒤주에 갇혀 죽었다. 이 광경을 동갑내기 아내 혜경궁 홍씨가 봤다.


금천교를 지나니 홍살문이 보이고, 제향 공간인 정자각이 있다. 그 뒤로 능침이 말없이 누워있다. 여느 왕릉과 같다. 하지만 여기에는 비각이 두 칸이다. 흔하지는 않은 모습이다. 하나는 왕세자 비석으로 현륭원을, 하나는 황제 비석으로 융릉임을 알리는 것이다. 

융릉은 조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인물이 잠들어 있다. 사도세자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장차 국왕의 자리에 오른다. 그런데 아버지에 의해 죽었다. 나이 28살이었다. 이 광경을 동갑내기 아내 세자빈(혜경궁 홍씨)이 봤다. 아들(정조)과 며느리(효의왕후 김 씨)도 그 자리에 있었다. 11살, 10살이었다. 어린 나이에 참혹한 광경을 본 것이다. 

​을묘년(1795년)에 혜경궁 홍씨가 아들 정조와 함께 수원에 왔다. 행차 4일째 되는 날 아침 일찍 현륭원을 참배했다. 환갑나이에 남편을 만난 것이다. 뜨거운 여름날 뒤주에 갇혀 죽은 뒤 33년만이다. 혜경궁 홍씨는 능에 엎드려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지켜보는 왕실 가족들도 동행한 대신들도 마음으로 울었을 터이다. 
 
융릉은 비각이 두 칸이다. 흔하지는 않은 모습이다. 하나는 왕세자 비석으로 현륭원을, 하나는 황제 비석으로 융릉임을 알리는 것이다.

융릉은 비각이 두 칸이다. 흔하지는 않은 모습이다.
하나는 왕세자 비석으로 현륭원을, 하나는 황제 비석으로 융릉임을 알리는 것이다.


혜경궁 홍씨 아들 이산은 왕이 됐다. 하지만 꽃길은 아니었다. 아들이 반대 세력인 노론과 끊임없이 싸우는 일을 마음 졸이며 지켜봤다. 다행히 정조는 뛰어난 학문과 정치력으로 조정의 안정과 번영을 이루었다. 그런 아들이 49살이라는 아까운 나이에 죽었다. 하늘이 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효성이 지극한 아들이기에 슬픔은 이루말 할 수 없었다.
 
혜경궁 홍씨는 파란만장한 삶의 강을 건넌 이야기를 남겼다. <한중록>이다. 이는 일종의 회고록으로 조선 시대 궁중문학의 백미로 일컬어진다. 개인적인 회고지만, 당시 치열했던 당쟁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 사료적 가치도 있다. <읍혈록>이라는 글도 남겼는데, 용주사에는 읍혈록 문학비가 있다. 

용주사에 있는 혜경궁 홍씨의 읍혈록 문학비. 남편을 잃고 파란만장한 삶을 건넌 이야기를 남겼다.

용주사에 있는 혜경궁 홍씨의 읍혈록 문학비. 남편을 잃고 파란만장한 삶을 건넌 이야기를 남겼다.


융건릉 입구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제22대 정조와 효의왕후의 합장릉인 건릉을 만날 수 있다. 융릉 왼쪽으로 가면 숲길이 나오는데, 이 길을 따라가도 건릉에 다다른다. 융건릉 입구에서 건릉으로 가면 소나무와 마주한다. 능을 두르고 있는 나무들도 기품이 있다. 주변 경관이 왕의 권위를 상징하기에 충분하다. 야트막한 둔덕에 능이 있는데, 여기 역시 융릉만큼 명당자리로 보인다. 

정조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했다. 죄인의 아들이기 때문에 왕위에 오를 수 없다는 논리로 일찍 세상을 뜬 큰 아버지(효장세자)의 양자로 입적하고 왕이 됐다. 효의 왕후도 자식이 없었다. 왕자를 낳지 못하는 자책감에 평생 괴로웠다. 일생을 검소하게 지내며,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할머니 정순왕후를 극진히 모셨다. 1821년(순조 21)에 창경궁 자경전에서 69살로 세상을 떠났다. 이때 융릉의 오른쪽에 있던 건릉이 풍수지리상 길지를 찾아 지금의 위치로 이장되고, 합장릉으로 조성됐다. 그러고 보면 건릉의 주인들도 가슴에 평생 아픔을 안고 살았다. 
 
건릉은 융릉과 달리 봉분은 병풍석을 생략하고 난간석만 둘렀다. 이런 차이를 관람객은 볼 수 없다. 무턱대고 막아 놓는 것만이 옳은 길은 아니다.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건릉은 융릉과 달리 봉분은 병풍석을 생략하고 난간석만 둘렀다. 이런 차이를 관람객은 볼 수 없다.
무턱대고 막아 놓는 것만이 옳은 길은 아니다.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융릉은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위해 마련한 곳이다. 당시는 왕릉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병풍석과 난간석까지 둘렀다. 문석인과 무석인은 멀리서 봐도 위엄이 느껴진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왕릉인 건릉은 정작 융릉과 달리 병풍석을 생략하고 난간석만 둘렀다. 이런 차이를 관람객은 볼 수 없다. 멀리서라도 볼 수 있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턱대고 막아 놓는 것만이 옳은 길은 아니다.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융건릉, 사도세자, 정조, 수원, 화성유수부, 임오화변, 윤재열

추천 0
프린트버튼캡쳐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