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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지명에 이런 뜻이 있었나
지역의 역사와 문화 뿐 아니라 애정까지 담긴 이름
2022-08-11 16:10:10최종 업데이트 : 2022-08-11 16:10:04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칠보산 입구에 상촌중학교. LG빌리지가 들어선 금곡동은 위쪽에 있어 상촌마을이었다. 여기서 교명이 만들어졌다.

칠보산 입구에 상촌중학교. LG빌리지가 들어선 금곡동은 위쪽에 있어 상촌마을이었다. 여기서 교명이 만들어졌다.


권선구 호매실동과 금곡동은 호매실택지개발지구다.
칠보산 자락 아래 논밭이 많았던 곳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됐다. 이 과정에서 호매실지구를 금벼슬마을, 가온마을, 능실마을, 칠보마을, 호매실마을로 총 5개로 나눴다. 그리고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구역을 나눠 1단지~22단지(단지라는 표현은 지구로 순화되는 추세)라고 했다. 실제로 많은 주민이 자기가 사는 곳을 단지로 말한다. 이러다 보니 법정 지명과 동네 이름이 겉돈다. 누구는 단지라 하고, 누구는 마을로 하고, 막상 행정구역은 다르게 부른다.

칠보산 입구에 상촌중학교가 있다. 보통 행정구역 명칭이 학교 이름으로 되는 경우가 많다. 상촌중학교는 금곡동에 있는데, 행정동과 연관성이 없는 교명이다. 시골에 가면 같은 동네도 앞마을, 가운데 마을, 건넛마을, 윗마을, 아랫마을 등으로 나눠 부른다. 이런 공간의 분화는 표준 규정과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편의적 행태다. 이렇게 나눠 부르면 공간이 다양해지고 기능도 유연해진다. 금곡동도 상촌마을, 중촌마을, 하촌마을이 있었다.

LG빌리지가 들어선 금곡동은 위쪽에 있어 상촌마을이었다. 여기서 상촌중학교 교명이 만들어졌다. 상촌초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칠보중학교 옆에 있는 중촌초등학교도 금곡동에 있지만, 옛 동네 이름을 따서 학교 이름을 정했다. 행정동 이름을 그대로 교명으로 정하면 편리한 측면도 있지만, 참신하지 않다. 옛날 동네 지명을 써서 학교 이름을 정하면, 지역의 전통과 역사를 잇는 의미가 있다. 

이곳은 기존 금곡동 상촌마을 일부와 중촌마을에 해당한다. 중촌은 '가운데'와 통한다. '가운데'의 옛말 '가온대'에서 따온 말이다.

이곳은 기존 금곡동 상촌마을 일부와 중촌마을에 해당한다. 중촌은 '가운데'와 통한다.
'가운데'의 옛말 '가온대'에서 따온 말이다.


상촌중학교와 마주 보고 있는 가온초등학교가 있다. 그리고 옆에 가온마을의 이름을 달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있다. 이곳은 기존 금곡동 상촌마을 일부와 중촌마을에 해당한다. 즉 중촌은 '가운데'와 통한다. '가운데'의 옛말이 '가온대'이니 여기서 따온 말이다. 예부터 사용해오던 중촌이란 지명을 살려 마을 이름(호매실지구 마을 명칭, 2011년 7월, 수원시 지명위원회)에 반영한 것이다. 가온은 양성모음과 울림소리의 결합으로 어감도 부드럽다. 의미도 중의적이다. 중심을 뜻하고,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의미도 있다. 주민들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이름이다. 

지명에는 그 지역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지역 전체를 에워싼 칠보산은 동네 여러 곳 이름에 붙는다. 칠보마을, 칠보고등학교, 칠보중학교, 서수원칠보체육관이 그렇다. 도로명에도 칠보가 들어간다. 지역 상인 연합회, 동네 상점 상호, 동아리 명칭 등에도 칠보를 쓴다. 지명을 주변에 있는 산에 기대면, 주민들도 여러모로 편리하다. 주민들의 애향심도 돈독해진다. 

능실마을은 역사적 배경이 있는 이름이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 세자의 능 자리를 고를 때 당시 지관이 이곳(호매실동 1010번지)에 터를 잡았다. 그런데 마침 새 한 마리가 날아가며 "십오 리, 십오 리"라고 했다. 그래서 이곳에서 십오 리를 더 갔더니 지금의 화산 능 자리였다고 한다. 능 자리를 잡게 해준 골짜기라고 해서 능골이라고 했다. 

지역 전체를 에워싼 칠보산은 동네 여러 곳 이름에 붙는다. 공공 기관은 물론 지역 상인 연합회 등에서도 칠보를 쓴다.

지역 전체를 에워싼 칠보산은 동네 여러 곳 이름에 붙는다. 공공 기관은 물론 지역 상인 연합회 등에서도 칠보를 쓴다.


그런데 능골은 어감이 안 좋다. 그래서 지명위원회가 지혜를 발휘했다. 단양군 율곡리는 골짜기에 밤나무가 많아 율곡(栗谷)이라 하지만, 과거에는 밤실이라고 했다. 의령군에 석곡(石谷)리도 전래 지명은 돌실이다. 즉 골짜기[谷]의 옛말이 '실'이었다. 여기서 착안해 친근하고 부드러운 어감을 느끼는 능실이라는 이름을 정했다. '실'은 골짜기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진 듯했지만, 다시 살아났다. 이런 습관이 쌓이면 외래어에 밀려가는 우리말도 잘 살려낼 수 있다. 

금벼슬마을은 금곡동이란 지명과 칠보산의 보물 가운데 하나인 황금수탉을 합해 만든 이름이다. 황금수탉은 금빛 벼슬이 있다. 벼슬은 국가의 관리, 관직 또는 그러한 일을 포함하는 말이다. 예부터 중시해온 입신양명의 이미지에도 부합된다. 칠보산 아래에 있는 호매실은 예전부터 이 마을에 매화나무가 많이 자생한 데서 이름이 유래되었다. 호매실동 행정명을 마을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지었다. 

동네 지명에는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다. 생활 모습과 의지 등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이 담겨 있다. 그런데 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다. 법정 행정구역 명칭이 아니기 때문에 쓸 일이 없다. 그리고 아파트 밀집 지역이니 아파트 이름을 쓴다. 이런 습관으로 금벼슬마을이라는 좋은 지명은 지금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능실마을은 역사적 배경이 있는 이름이다. 능 자리를 잡게 해준 골짜기라고 해서 능골이라고 했지만, 고어를 살려 능실이라는 친근하고 부드러운 어감의 말로 지었다.

능실마을은 역사적 배경이 있는 이름이다. 능 자리를 잡게 해준 골짜기라고 해서 능골이라고 했지만,
고어를 살려 능실이라는 친근하고 부드러운 어감의 말로 지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동네에 대한 애정이다. 호매실지구는 칠보산이 넉넉하게 감싸는 동네다. 아파트 문만 나서면 산자락에서 흐르는 금곡천, 호매실천을 따라 공원이 펼쳐져 있다. 계절 따라 변하는 꽃과 나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제법 큰 도시고 인구 밀집 지역이지만, 조용한 시골 마을 같다. 이런 마을을 1, 2, 3단지라고 표현하는 것은 너무 기계적이고 편리성만 추구하는 느낌이다.

외국어로 쓴 아파트 이름도 낯설고 어렵다. 지역성과 역사성 등을 품고 있는 지명이 있다. 지역의 정체성에 어울리는 명칭도 우리의 자산이다. 그렇다고 획일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이 아니다. 동아리 모임이니 사업장을 열 때도 자연 친화적인 옛 지명을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담아본다. 동네에 관심이 더 생기고, 애정도 깊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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