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빈 부름’ 전시 관람, 눈으로 보지 말고 뇌로 봐야
수원시립미술관, 에르빈 부름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에르빈 부름: 나만 없어 조각》 19일까지
2023-03-13 15:34:25최종 업데이트 : 2023-03-14 13:30:33 작성자 : 시민기자 강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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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 《에르빈 부름: 나만 없어 조각》 전시 전경 일부 수원시립미술관은 오스트리아 조각가 '에르빈 부름'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에르빈 부름: 나만 없어 조각》을 이번 주 19일(일)까지 전시한다. '에르빈 부름'(오스트리아, 1954-)은 조각가다. 다양한 재료와 부피 없는 그림이나 사진 그리고 물성과 과정까지 '모든 것이 조각이다'라는 확장성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조각 작품을 사회, 참여, 상식이란 주제로 구분하여 전시하고 있다. <8일 만에 L 사이즈에서 XXL 사이즈 되는 법>, 종이, 천 비디오
필자는 조각 정의에 대한 확장성 중심으로 관람하고 느낀 점 위주로 기사화했다. <체육 교육의 비트겐슈타인식 문법>, 2013 2층 제4전시실은 2부 '참여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전시 중이다. 단상 위에 점토 건축물 세 점이 파손된 채 전시되고 있고 벽면 영상은 네 명 참여자가 점토 건축물을 짓밟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참여자 중 한 명이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저작 『논리 철학 논고』를 읽고 있다. 작품명 <체육 교육의 비트겐슈타인식 문법>이다. 네 명 참여자는 왜? 무슨 이유로 점토 건축물을 발로 짓밟고 있는 것일까. 짓밟는 행위는 파괴로 볼 것인가 또 다른 의미 있는 일인가. 이는 작품 제목 <체육 교육의 비트겐슈타인식 문법>과 참여자 중 한 명이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저작 『논리 철학 논고』를 읽음으로써 해답을 암시하고 있다고 봤다. 필자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 말하는 언어는 고정된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 '언어는 사용된 상황에 따라 의미를 달리한다'로 이해했다. 즉, 언어 '짓밟는다'는 상황과 쓰임새에 따라 파괴 행위가 될 수 있고 작품 행위가 될 수 있다. 조각가 '에르빈 부름'과 함께 점토 건축물을 짓밟는 세 명 참가자는 또 다른 창조물(예술작품)을 만드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본다. 이번 조각은 또 다른 이름 '참여 조각'이다. 2부는 그렇게 조각 작품에 관람객을 참여시키며 경험으로서 예술 감상을 고찰한다. <게으름을 위한 지시문-모든 것에 무관심하기>, 2001 2층 제5전시실은 3부 '상식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작품 전시한다. 앞쪽 공간에 사진 수십 점이 전시되었다. 명판에 <게으름을 위한 지시문-모든 것에 무관심하기> 단어가 적혔다. 사진 작품은 작가가 무관심 표정을 지은 얼굴 사진이다. 단어는 사진을 대신하여 표현할 수 있을까(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사진은 작가(신체 조각)를 대신할 수 있을까? 해답은 1층 제2전시실에 있는 작품 <8일 만에 L 사이즈에서 XXL 사이즈 되는 법> 연장선상 있다고 본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언어철학을 조금 더 추가한다면 사진(평면)을 조각(입체) 시각으로 감상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사진 작품 구성 하나인 연작 형식을 빌려와 작가 의도를 한층 높인다. 물론 부피 있는 물체(조각)를 압착하면 평면이 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평면 근원이 압착전 부피를 가진 물체라는 연장선상에서 이해한다. 작가는 자신 개념을 언어로 지시하고 신체가 이를 행동하며 결과를 사진으로 나타냈다. 언어와 신체와 사진 모두가 결과적으로 작가 개념을 표현했다. 작가는 이를 조각 연장선으로 봤다. 이 작품은 다른 말로 '사진 조각'이다. <평면 조각>, 2022 2층 5전시실 안쪽 공간은 그림 여러 점이 전시되었다. 이번에는 단어가 캔버스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차지했다. 이 역시 작품 <8일 만에 L 사이즈에서 XXL 사이즈 되는 법>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언어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경우다. 조각을 한 걸음 더 확장한 느낌이다. 이 작품은 다른 말로 '평면 조각' 또는 '그림 조각'이다. 물론 부피 있는 물감(조각)을 압착하면 평면이 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회화에서 3차원 시각으로 표면에 입체적으로 재현하는 큐비즘(cubism)이 떠오른다. 언어는 그림 속으로 들어와 그림이란 형상과 언어라는 단어가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쳐진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 말하는 '언어는 실체다', '문장은 행위다'와 '조셉 코수스'가 주장하는 사유와 지각과 상징이 융합(融合) 하고 복합(複合) 하여 작가 개념과 조각 확장성을 만들어 낸다. 3부는 그렇게 조각 입장에서 상식을 고찰한다. 현대미술은 물질적 아름다움보다 앎(개념)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전은 미술이 시각적이었지 언어(개념 또는 아이디어)가 아니다. 철학자 헨리 플린트(미국, 1940-)가 정의한 것처럼 개념미술은 작가가 가지는 개념이란 재료로 작품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관람자 생활환경과 지난 경험에 따라 작품 감상에서 얻는 미적 경험 역시 달라진다. 우리가 미술관을 찾아 작품을 보면서 어렵게 느껴지거나, 도슨트(docent, 전시해설사) 해설에 동의하지 못하고 공허(空虛) 하게 들리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어떻게 감상하면 되냐고 질문하면 관람자가 느끼는 데로 느끼면 된다는 답변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같다고 볼 수 있다. 개념은 캔버스나 조각에 쓰이는 소재로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작가 머릿속에서 나타낸다. 따라서 개념미술 작가 작품을 감상할 때는 물감이나 조각에 쓰이는 소재로 재현된 형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작가 머릿속에 있는 생각, 착상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시실을 모두 돌아보며 조각 작품을 감상했다. '에르빈 부름'은 고정관념이 된 조각 정의와 예술 선입견을 깨고 상상력을 넓힐 수 있는 여지(餘地)를 필자에게 제공했다. 필자는 앞서 이야기한 바를 토대로 전시장 작품 앞에 "눈으로만 보세요" 팻말(牌말) 문구를 "뇌로만 보세요"라고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본다. 이제, 전시 제목 《에르빈 부름: 나만 없어 조각》은 《에르빈 부름: 나도 있어 조각》으로 개명해도 될 성싶다. 《에르빈 부름: 나만 없어 조각》 전시 리플릿 ■ 전시제목 : 에르빈 부름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에르빈 부름: 나만 없어 조각》 기간: 2022년 12월 7일(수) ~ 2023년 3월 19일(일) 10:00~19:00 (입장 마감 18:00) 휴무: 월요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익일 휴관) 해설: 11:00, 14:00, 16:00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변동) 요금: 일반기준 4,000원 장소: 수원시립미술관 2, 4, 5전시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33 (신풍동)) 주차: 수원시립미술관 주차장, 화성행궁 주차장 대상: 전체관람 작가: 에르빈 부름(오스트리아, 1954-) 장르: 조각 계정: https://suma.suwon.go.kr 문의: 031-228-3800 수원 전시, 수원 가볼 만한 전시, 수원박물관, 수원미술관, 전시관으로 떠나는 여행, 수원 3월전시, 수원시립미술관, 에르빈 부름, 조각전시, 평면조각, 사진조각, 그림조각, 피부조각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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