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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빈 부름’ 전시 관람, 눈으로 보지 말고 뇌로 봐야
수원시립미술관, 에르빈 부름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에르빈 부름: 나만 없어 조각》 19일까지
2023-03-13 15:34:25최종 업데이트 : 2023-03-14 13:30:33 작성자 : 시민기자   강남철
수원시립미술관 《에르빈 부름: 나만 없어 조각》 전시 전경 일부

수원시립미술관 《에르빈 부름: 나만 없어 조각》 전시 전경 일부


수원시립미술관은 오스트리아 조각가 '에르빈 부름'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에르빈 부름: 나만 없어 조각》을 이번 주 19일(일)까지 전시한다.

'에르빈 부름'(오스트리아, 1954-)은 조각가다. 다양한 재료와 부피 없는 그림이나 사진 그리고 물성과 과정까지 '모든 것이 조각이다'라는 확장성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조각 작품을 사회, 참여, 상식이란 주제로 구분하여 전시하고 있다. 

<8일 만에 L 사이즈에서 XXL 사이즈 되는 법>, 종이, 천 비디오

<8일 만에 L 사이즈에서 XXL 사이즈 되는 법>, 종이, 천 비디오

 

필자는 조각 정의에 대한 확장성 중심으로 관람하고 느낀 점 위주로 기사화했다. 

1층 제2전시실은 1부 '사회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작품이 전시되었다. 
전시실 한 공간에 작품 세 점이 있다. 작품명이 <8일 만에 L 사이즈에서 XXL 사이즈 되는 법>이다. 하나는 살찌는 방법이 적힌 책, 옷 여러 겹 입혀 살찐 조각 그리고 옷 하나씩 입으며 살찌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모두 시각적으로 보면 세 물체가 같은 물체일까? 필자는 세 가지 모두 같은 살찌는 모습을 이야기하니 같은 물체로 봤다. 그러면 세 물체는 각각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나? 한 점은 언어(단어)이고 한 점은 실제 물체이고 한 점은 영상(사진)이다.

그렇다면 물체와 그 물체의 영상(사진)과 그 물체를 정의한 단어(언어)를 생각해보자. 단어는 조각, 사진, 그림을 대신할 수 있을까? 단어가 조각, 사진, 그림을 대신할 수 있다고 동의한다면 단어와 사진과 그림은 조각이 될 수 있고 조각이다.

따라서, 작품 <8일 만에 L 사이즈에서 XXL 사이즈 되는 법>은 세 물체 모두 조각이며 이들 조각을 '언어 조각', '그림 조각', '사진 조각' 또는 '평면 조각'으로 부르기로 했다.
 
여기서 몇 가지 더 상식을 얻는다. 조각은 고정불변 형태가 아니고, 진행형이다. 영상에서 옷을 겹겹이 껴입음으로써 부피가 커지는 형상으로 진행(행위)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했다. 진행형은 시간이 필요하므로 조각은 시간을 포함한다.

다른 하나는 조각 재료가 과거 나무, 뼈, 흙, 돌에서 기술과 산업발달 그리고 인식 변화로 철, 플라스틱, 종이, 유리, 섬유, 액체, 인체까지 그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 의미도 변한다. 과거 조각은 종교, 신화, 영웅 따위 우상숭배(偶像崇拜) 하고 어떤 일이나 인물을 기념(紀念) 했다. 또한 8등신과 같은 의도된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예술은 카메라 발명과 같은 기술 발달과 프랑스 혁명과 세계대전 그리고 문화 다양성으로 특정 대상을 미화하는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예술환경이 바뀌어 누구나 아는 대상을 재현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형상 자체보다 개념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즉 보이는 미술이 한계에 부딪힌다. 그러나 생각이나 개념은 무한한 확장성이 있다. 따라서 조형 그 자체보다 작가 개념을 표현하고 조형은 개념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조각도 그와 같다. 납작한 자동차를 기후변화로 연결 짓는다거나 부풀어 오른 자동차를 현대인 비만이나 욕심으로 표현한다. 건축물이 녹아 있는 모습을 자본주의 몰락의 시각으로 사회 문제를 드러내거나 해법을 제시하고 경각심을 표현한다. 1부는 그렇게 다양한 조각 시선으로 사회에 대해 고찰한다. 
 

<체육 교육의 비트겐슈타인식 문법>, 2013

<체육 교육의 비트겐슈타인식 문법>, 2013


2층 제4전시실은 2부 '참여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전시 중이다.
단상 위에 점토 건축물 세 점이 파손된 채 전시되고 있고 벽면 영상은 네 명 참여자가 점토 건축물을 짓밟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참여자 중 한 명이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저작 『논리 철학 논고』를 읽고 있다. 작품명 <체육 교육의 비트겐슈타인식 문법>이다.

네 명 참여자는 왜? 무슨 이유로 점토 건축물을 발로 짓밟고 있는 것일까. 짓밟는 행위는 파괴로 볼 것인가 또 다른 의미 있는 일인가. 이는 작품 제목 <체육 교육의 비트겐슈타인식 문법>과 참여자 중 한 명이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저작 『논리 철학 논고』를 읽음으로써 해답을 암시하고 있다고 봤다.

필자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 말하는 언어는 고정된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 '언어는 사용된 상황에 따라 의미를 달리한다'로 이해했다. 즉, 언어 '짓밟는다'는 상황과 쓰임새에 따라 파괴 행위가 될 수 있고 작품 행위가 될 수 있다.

조각가 '에르빈 부름'과 함께 점토 건축물을 짓밟는 세 명 참가자는 또 다른 창조물(예술작품)을 만드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본다. 이번 조각은 또 다른 이름 '참여 조각'이다. 2부는 그렇게 조각 작품에 관람객을 참여시키며 경험으로서 예술 감상을 고찰한다.

<게으름을 위한 지시문-모든 것에 무관심하기>, 2001

<게으름을 위한 지시문-모든 것에 무관심하기>, 2001


2층 제5전시실은 3부 '상식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작품 전시한다.
앞쪽 공간에 사진 수십 점이 전시되었다. 명판에 <게으름을 위한 지시문-모든 것에 무관심하기> 단어가 적혔다. 사진 작품은 작가가 무관심 표정을 지은 얼굴 사진이다. 단어는 사진을 대신하여 표현할 수 있을까(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사진은 작가(신체 조각)를 대신할 수 있을까?

해답은 1층 제2전시실에 있는 작품 <8일 만에 L 사이즈에서 XXL 사이즈 되는 법> 연장선상 있다고 본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언어철학을 조금 더 추가한다면 사진(평면)을 조각(입체) 시각으로 감상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사진 작품 구성 하나인 연작 형식을 빌려와 작가 의도를 한층 높인다.

물론 부피 있는 물체(조각)를 압착하면 평면이 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평면 근원이 압착전 부피를 가진 물체라는 연장선상에서 이해한다.

작가는 자신 개념을 언어로 지시하고 신체가 이를 행동하며 결과를 사진으로 나타냈다. 언어와 신체와 사진 모두가 결과적으로 작가 개념을 표현했다. 작가는 이를 조각 연장선으로 봤다. 이 작품은 다른 말로 '사진 조각'이다.

<평면 조각>, 2022

<평면 조각>, 2022


2층 5전시실 안쪽 공간은 그림 여러 점이 전시되었다. 이번에는 단어가 캔버스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차지했다. 이 역시 작품 <8일 만에 L 사이즈에서 XXL 사이즈 되는 법>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언어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경우다. 조각을 한 걸음 더 확장한 느낌이다. 이 작품은 다른 말로 '평면 조각' 또는 '그림 조각'이다.

물론 부피 있는 물감(조각)을 압착하면 평면이 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회화에서 3차원 시각으로 표면에 입체적으로 재현하는 큐비즘(cubism)이 떠오른다. 

언어는 그림 속으로 들어와 그림이란 형상과 언어라는 단어가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쳐진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 말하는 '언어는 실체다', '문장은 행위다'와 '조셉 코수스'가 주장하는 사유와 지각과 상징이 융합(融合) 하고 복합(複合) 하여 작가 개념과 조각 확장성을 만들어 낸다. 3부는 그렇게 조각 입장에서 상식을 고찰한다.

현대미술은 물질적 아름다움보다 앎(개념)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전은 미술이 시각적이었지 언어(개념 또는 아이디어)가 아니다. 철학자 헨리 플린트(미국, 1940-)가 정의한 것처럼 개념미술은 작가가 가지는 개념이란 재료로 작품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관람자 생활환경과 지난 경험에 따라 작품 감상에서 얻는 미적 경험 역시 달라진다.

우리가 미술관을 찾아 작품을 보면서 어렵게 느껴지거나, 도슨트(docent, 전시해설사) 해설에 동의하지 못하고 공허(空虛) 하게 들리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어떻게 감상하면 되냐고 질문하면 관람자가 느끼는 데로 느끼면 된다는 답변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같다고 볼 수 있다.

개념은 캔버스나 조각에 쓰이는 소재로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작가 머릿속에서 나타낸다. 따라서 개념미술 작가 작품을 감상할 때는 물감이나 조각에 쓰이는 소재로 재현된 형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작가 머릿속에 있는 생각, 착상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시실을 모두 돌아보며 조각 작품을 감상했다. '에르빈 부름'은 고정관념이 된 조각 정의와 예술 선입견을 깨고 상상력을 넓힐 수 있는 여지(餘地)를 필자에게 제공했다.

필자는 앞서 이야기한 바를 토대로 전시장 작품 앞에 "눈으로만 보세요" 팻말(牌말) 문구를 "뇌로만 보세요"라고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본다.

이제, 전시 제목 《에르빈 부름: 나만 없어 조각》은 《에르빈 부름: 나도 있어 조각》으로 개명해도 될 성싶다.

《에르빈 부름: 나만 없어 조각》 전시 리플릿

《에르빈 부름: 나만 없어 조각》 전시 리플릿


■ 전시제목 : 에르빈 부름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에르빈 부름: 나만 없어 조각》
기간: 2022년 12월 7일(수) ~ 2023년 3월 19일(일) 10:00~19:00 (입장 마감 18:00)
휴무: 월요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익일 휴관)
해설: 11:00, 14:00, 16:00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변동) 
요금: 일반기준 4,000원
장소: 수원시립미술관 2, 4, 5전시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33 (신풍동))
주차: 수원시립미술관 주차장, 화성행궁 주차장
대상: 전체관람
작가: 에르빈 부름(오스트리아, 1954-)
장르: 조각
계정: https://suma.suwon.go.kr
문의: 031-228-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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