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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에서 헤아려보는 마음의 별
‘물은 별을 담는다’ 소장품 상설전 열려
2023-06-06 20:25:14최종 업데이트 : 2023-06-13 09:01:17 작성자 : 시민기자   염채아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처음 공개하는 나혜석 작가의 <염노장>(1930년대 추정)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처음 공개하는 나혜석 작가의 '염노장'(1930년대 추정)


 수원은 물의 도시이다. 수원의 첫 이름은 '모수국'이며, '모수'는 '벌물'을 뜻한다. 이후 수원의 이름은 '매홀(買忽)', '수성(水城)', '수주(水州)' 등으로 바뀌었는데, 이름에 항상 '물'이 들어간다. 수원은 물을 담은 도시이다.

 

 2023 소장품 상설전 '물은 별을 담는다'가 4월 28일부터 내년 2월 18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에서는 지난 7년간 꾸준히 작품을 수집해 왔으며 현재 총 260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중 46점을 선보인다. 요번 전시는 별처럼 빛나는 소장품과 중점 수집 주제인 수원미술, 여성주의 작품을 소개한다. 더불어 나혜석의 <염노장> 원본을 처음 공개한다.
 

 이번 전시는 개인전이나 단체전이 아닌 '소장품 상설전'이다. 이번 전시의 목적은 사람들이 소장품에 관심을 두도록 하는 데 있다. 소장품이 무엇인지, 왜 수집하는지, 어떻게 수집하는지, 어떤 것이 고려되고 분류의 기준은 무엇인지, 어떤 작품을 얼마나 소장하고 있는지를 안내한다.

 

 보통 전시 작품 설명은 오디오 가이드와 도슨트 설명, 이 두 가지가 보편적인데 이번 전시에는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작품 옆에 붙어있는 작품 정보(캡션: caption)이다. 일반적으로 작품 정보에는 작가 이름, 작품 제목, 작품 크기, 작품을 만들 때 사용한 재료, 제작 연도 등이 표기된다. 이번 전시는 작품 정보에 소장품 수집 과정과 관련 자료를 기록해 소장품으로서 작품을 바라보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전시는 총 3개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별을 헤아리고]에서는 주요 소장품과 수집 역사를 알릴 때, 표와 그래프 등 시각 자료를 덧붙여 이해를 높였다. 아무래도 소장품에 관해 알리는 전시이다 보니 얼핏 그림 간 관련성이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소장품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면 좋을 듯하다. 전시장에 들어갔을 때 맨 처음 만나게 되는 작품은 나혜석 작가의 <염노장>이다.
 

 

줄리안 오피 <Walking in Melbourne 2>를 관람하는 시민의 모습

줄리안 오피 'Walking in Melbourne 2'를 관람하는 시민의 모습


 [별을 헤아리고]의 공간 한쪽에서는 [별 부르기]를 운영한다. 전시할 소장품을 관람객의 투표로 선정해 실제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투표 시기는 전시 기간 중 5월, 7월 및 10월이다. 회차별 총 3위까지 선정된 작품이 1개월간 전시된다. 소장품을 향한 관심뿐만 아니라 개인의 의견을 전시에 반영할 기회이다.

 

 이어지는 공간 [물언덕水原을 비추며]에서는 수원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소집단 미술 운동 시기의 작품, 수원 풍경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집단 미술 운동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수원에서 일어났다. 이때 등장한 작품은 지역 미술사를 구성하는 주요 작품으로 소장되었다. 다양한 화풍으로 표현된 수원 풍경은 비교적 친숙하게 느껴진다. 청자상감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이윤기 작가의 작품은 굉장히 재치있다.
 

이윤기 작가의 <청자상감 물주는어머니문 매병>외 2작품. 가까이에서 보아야 진가를 알 수 있다.

이윤기 작가의 '청자상감 물주는어머니문 매병'외 2작품. 가까이에서 보아야 진가를 알 수 있다.

 

 마지막 공간 [성, 별을 넘어서]에서는 여성주의 작품을 다룬다. 여성 미술사를 논할 때 '나혜석'은 빠질 수 없는 존재이다. 나혜석은 지독히도 개인주의적인 사람이었다는 평과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는 평이 공존한다. 어쨌든 나혜석을 시작으로 여성주의 작품을 소개했다. 조덕현 작가의 <프렐류드>에는 나혜석의 일생이 담겨있고, <프렐류드2>에는 나혜석을 향한 작가의 심상이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정정엽 작가의 <최초의 만찬8-그날>이다. 이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했다. <최후의 만찬>에서는 그리스도 예수가 가운데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안경 쓴 여성이 비교적 가운데에 있다. 손목에 ME TOO라고 적혀있는데, 얼핏 서지현 검사가 연상된다. 여성 13명이 초대된 만찬이 지나간 날과 화해하고 다가올 미래와 함께하는 최초의 만찬이 되길 기원한다.

 

정정엽 작가의 <최초의 만찬 8-그날>. 여성 13명이 함께 하고 있다.

정정엽 작가의 '최초의 만찬 8-그날'. 여성 13명이 함께 하고 있다.

  

 맨 마지막 공간은 <나혜석과 백남순의 방>이다. 백남순 작가의 <한 알의 밀알>과 나혜석 작가의 <자화상>이 마주 보고 있다. 이 공간은 이 전시의 끝이자 나혜석 홀로 이어지는 곳이다. <자화상>은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처음 소장한 작품이다. 이 전시의 시작(염노장)과 끝이 나혜석으로 연결된다. 공간의 가운데에는 1920년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이 있다. 이곳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커플과 시민이 줄지어 있었다.
 

1920년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

1920년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

 

 많은 관람객이 이번 전시를 통해 소장품을 더 알아가길 바란다. 마음의 별을 헤아리듯 작품을 헤아리고 비추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본다. 물은 무언가를 담고 흘러간다. 이번 전시가 관람객에게 그런 시간이 될 것이다.

수원시립미술관, 물은별을담는다, 시민기자, 화성행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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