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작은 학교에서 큰 꿈을 키우는 아이들
수원 칠보산자유학교 특별한 교육 활동 ‘칠보 시장’ 열려
2023-07-17 11:02:25최종 업데이트 : 2023-07-17 11:02:24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칠보 시장'에 판매대. 학생들이 물건을 파는 모둠과 사는 모둠이 있다.

'칠보 시장'에 판매대. 학생들이 물건을 파는 모둠과 사는 모둠이 있다


 칠보산 자락에는 작은 학교가 있다. 계절의 변화를 관찰하고 생태 교실이나 텃밭 살림을 통해 자연과 함께 생활하는 삶을 배우는 수원 칠보산자유학교 공동체다. 이 학교에서는 7월 14일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이름하여 '칠보 시장'. 학생들이 집에서 안 쓰는 물건을 가져와 판매하는 행사다. 일명 아나바다 운동을 실천하는 날이다. 

 학생들은 집에서 안 쓰는 물건을 나눔 시장에 내놓는다. 활동은 고학년과 저학년이 짝을 이뤄 모둠별로 한다. 모둠에서 판매(가게 주인)의 역할과 손님 역할을 조절하고, 선생님이 함께한다. 


2차시에 역할을 바꾼다. 물건을 파는 모둠이 판매 물품을 진열하고 있다.

2차시에 역할을 바꾼다. 물건을 파는 모둠이 판매 물품을 진열하고 있다.


 판매 품목은 책, 학용품, 액세서리, 운동기구 등 다양했다. 교실별로 판매대를 마련했는데, 역시 먹거리가 제일 인기였다. 4학년 학생은 "떡볶이가 맛있어요."라고 하며 "물총도 샀어요."라고 손을 들고 보여 준다. 2학년 학생은 오늘 재미있냐는 기자의 말에 "공부 안 해서 좋아요."라고 답하며 크게 웃는다. 

  대표 선생님은 "환경 교육 시간에 자원 낭비도 환경이 오염된다. 따라서 내가 쓰지 않는다고 무조건 버리는 것보다 누군가는 필요한 것이니 나눠 쓰면 좋다."라고 교육했다. "오늘은 학생들이 그것을 실천으로 배우는 시간이다. 그리고 별 단위의 화폐를 만들었다. 이것으로 경제 관념도 함께 배운다."라고 말한다. 


'칠보 시장' 화폐가 따로 있다. 학생들이 화폐를 교환하고 있다.

'칠보 시장' 화폐가 따로 있다. 학생들이 화폐를 교환하고 있다


 판매 활동을 위해 모둠을 만들었다. 모둠은 6학년 1학년, 5학년 2학년, 4학년 3학년이 한 조다. 전체는 다시 판매 모둠과 구매 모둠으로 나눈다. 1차시에 판매 모둠과 구매 모둠은 2차시에는 각각 역할을 바꾼다. 모둠 활동을 할 때는 선배와 후배가 협력한다. 구매자는 예산 범위에서 소비하고, 판매자는 기록을 남기는 등 자기 책임과 역할을 한다. 


상품 진열 모습. 품목별로 구분한 모습이 제법 질서가 있다.

상품 진열 모습. 품목별로 구분한 모습이 제법 질서가 있다


 교실별로 판매 안내문이 있는데, 학생들이 작성해서 써 붙였다. 어른들의 시각으로 보면 서툰 글씨며 깔끔하지 않은 면이 있다. 하지만 이 학교에는 일부러 멋지게 꾸민 흔적이 없다. 아이들 중심의 진솔한 교육 내용이 있다. 3학년 교실에 시간표도 일반 학교와 다르다. 아이들이 직접 작성한 시간표다. 과목 이름도 기존 교과목과 달라 생소하지만, 학습자 중심의 자율적인 프로그램이다. 수업도 '옷 살림, 텃밭 살림' 등 현실적 삶을 배운다. 특히 자연 친화적인 체험을 통해 '지, 정, 의'의 고른 영역을 발달시킨다. 
  6학년 학생에게는 학교의 좋은 점을 물었다. "모둠 생활 등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한다. 중학교 진학을 물으니 일반 학교로 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 학교는 경기도교육청 등록 대안 교육기관이라 졸업 후 검정고시를 치러야 한다. 


3학년 교실에 시간표. 일반 학교와 다른 특별한 교육 활동을 한다.

3학년 교실에 시간표. 일반 학교와 다른 특별한 교육 활동을 한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많은 이유가 있다. 활동을 보니 학생들과 교사가 신뢰를 바탕으로 연결되어 있다. 학생들의 자율성을 키우고,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협력과 나눔, 배려 등 귀중한 경험을 배운다. 부모들 또한 이런 교육을 지지하고, 교사와 함께 고민하기 때문에 이 학교가 오랫동안 역사를 이어온다는 느낌이다. 


전체여행. 학년 구분 없이 전체가 간다. 고학년과 저학년이 짝을 이뤄 여행하면서 배려와 자립정신을 키운다(사진 출처 칠보산자유학교).

전체여행. 학년 구분 없이 전체가 간다. 고학년과 저학년이 짝을 이뤄 여행하면서 배려와 자립정신을 키운다(사진 출처 칠보산자유학교).


 아래는 학교에 대해 그루터기 대표 선생님(본명 이충재. 이 학교에서는 선생님을 별칭으로 부른다. 별칭이 모두 자연 친화적이다.)이 답한 내용이다.

질문 1. 학교 소개와 교육 이념은.
답: 경기도교육청 등록 대안 교육기관이다. 교육과정을 기획하는 바탕에 일반 학교와 철학적 기초가 다르다. '자유와 생명'의 공동체를 철학의 기조로 삼고 있다. 모든 교육 활동도 이 철학을 바탕에 두고 이뤄진다. 배움은 우리의 삶 전반에서 일어난다는 철학으로 학생, 교사, 학부모가 교육공동체의 실현을 위해 애쓰고 있다.


전체여행 후 소감 나누기 수업. 이런 경험이 축적되어 더 성장한다(사진 출처 칠보산자유학교).

전체여행 후 소감 나누기 수업. 이런 경험이 축적되어 더 성장한다(사진 출처 칠보산자유학교).


질문 2. 학교 발자취와 교육과정 및 특색사업은.
답: 2005년 개교했다. 처음 공동육아를 지향했던 부모들의 모임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며 어린이들은 청년이 되었고, 교사들의 헌신과 부모들의 지원으로 현재 공동체가 유지되고 있다. 63명의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15명의 선생님이 함께하고 있다. 
  교육 이념이 자유와 생명이라는 철학을 기초로 한 것처럼, 교육과정도 여기에 초점을 둔다. 매해 전체여행과 학년별 여행을 떠나고 5, 6학년이 되면 성장 여행을 간다. 여행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몸과 마음을 단련한다. 일상에서는 다른 학년과 어울리는 전체 아침 열기, 자치회의, 주제 선택 수업 등을 통해 소통하고 어울리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매년 개교기념일에 학생과 교사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다. 2023년 5월 22일(사진 출처 칠보산자유학교).

매년 개교기념일에 학생과 교사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다. 2023년 5월 22일(사진 출처 칠보산자유학교).


질문 3. 최근 사회 문제 되는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귀 학교는 어떤가.
답: 어느 곳이든 사람이 여럿 모이는 곳에는 갈등이 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갈등을 다루는 방식이다. 작은 학교를 지향하기에 오는 긍정성이 있다. 교사가 아이의 말과 행동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도울 수 있다. 정기적으로 반 모임과 면담이 진행되기에 아이의 모습을 공유한다.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확보된다. 
 교육과정 속에도 지속적 평화교육이 있다. 1학년 때는 '칠보산 어린이 되기'라는 수업으로 학교 문화를 익히고, 1, 2, 3학년 때는 '어울림'이란 수업으로 평화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비폭력 대화'를 배운다. 기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서로 가까워지고 이해하는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일반 학교의 학교폭력 사건이 나타나지 않는다. 
 아이들 사이의 갈등이 생겼을 때는 '평화의 징'을 울린다. 담임교사가 중재에 나서고 함께 공유해야 할 사항이 있을 때 모든 학년이 둘러앉는 시간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상대를 이해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윤재열님의 네임카드

대안학교, 칠보산, 자유학교, 배려, 신뢰, 교육, 수업, 윤재열

연관 뉴스


추천 5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