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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공간 아름, ‘일렁일렁’ 초대 2인전
무지개를 쫓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오늘, 지금, 이곳의 중요성을 알게 해준 전시
2023-09-14 10:23:18최종 업데이트 : 2023-09-14 10:23:17 작성자 : 시민기자   김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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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일렁' 전시 엽서


우리는 마음의 동요가 생기는 걸 두고 '일렁거린다'라고 표현한다. 무언가에 욕심을 내고 있을 때 이리저리 흔들리는 마음 역시 '일렁거린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수원시립미술관 건너편 '예술공간 아름'에서 <일렁일렁> 전시가 열리고 있어 다녀왔다. 서지인, 신재연 작가 초대 2인전으로 젊은 감각을 지닌 두 작가의 빛과 그림자 향연에 흠뻑 취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예술공간 아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서지인 작가의 '무지개 산책'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물이 묻으면 먹처럼 쉽게 번지는 습성을 가진 연필을 사용해 동서양의 절묘한 조화를 꾀한 이 작품 위로 각양각색의 도자기들이 놓여 있다. 마치 예이츠의 '하늘의 융단'처럼 그 위에 놓인 도자기들이 각각의 꿈처럼 다가왔다. 이는 여러 이미지의 레이어가 중첩되어 새로운 풍경 속에서 그 의미들이 연결된다. 특히 '무지개 산책'에는 쏟아지는 빛과 무지개 사이로 블랙홀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에 있을 미지의 세계를 꿈꾸며 무지개를 쫓곤 한다. 행복의 파랑새는 내 안에 있듯 무지개를 쫓고 있는 지금, 여기에서의 일상적인 산책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고 흔들리는 모든 것 속에서도 우리를 단단하게 서 있게 해준다. 캔버스에 알알이 박힌 우연과 필연의 겹침, 도자기에 옮겨진 획들이 잊고 지내던 오늘, 지금을 상기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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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안에서 서지인, 신재연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는 관람객들/ 연령층이 다양하다


하늘의 융단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밤과 낮과 어스름의
푸르고 침침하고 검은 융단이 내게 있다면,
그대의 발밑에 깔아드리련만
나 가난하여 오직 꿈만을 가졌기에
그대 발밑에 내 꿈을 깔았으니
사뿐히 걸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서지인 작가는 "일상을 관찰하면 무지개가 거기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빛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목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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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산책' 위의 아름다운 도자기 작품들/서지인 작가
 

 
'황홀경'이라는 주제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화려한 꽃과 나무들을 표현한 '신재연' 작가의 작품도 주목하게 한다. 화려한 자연 속에 숨겨진 동물과 새, 물고기들을 찾다 보면 보이지 않는 곳에 진실이 숨어 있다고 느끼게 된다. 작가가 소망하는 것은 눈앞의 가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빼곡하게 채운 형상들 사이에 검게 피어오른 마음에 있다. 그렇게 뒤덮인 것 너머에 숨겨진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 안에서 조용히 촛불을 켜고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간절한 기도를 올렸을 작가를 떠올리게 된다. 튀어 오른 물고기처럼 간간이 숨 쉬며 원하는 세상으로 건너고 싶어 하는 것만 같다. 희미하게 보이는 저 너머의 또 다른 세상 속으로 가기 위해 수없이 많은 붓질을 했을 작가를 떠오르게 만든다. 신재연 작가의 '황홀경' 작품을 보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계 속에서 진정으로 가고 싶지만 도달하기 힘든 진실의 세계를 느끼게 된다. 허무와 허상 너머에 사람들이 원하는 진심 어린 마음이 있다고 손짓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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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연 작가의 '황홀경' 작품에 빠진 두 관람객
 

신재연 작가는 "관람객들이 자신이 인식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느껴보기를 바란다. 우리가 꿈꾸는 진정한 세상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눈앞에 보이는 현상에만 매몰되지 말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빛나는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특히 아이와 함께 찾은 부모들이 많아 더욱 특별하고 따뜻한 전시였다. 신재연 작가의 시폰 'Surrounding for Whisper' 작품은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 되기도 했다. 그 안에서 바람처럼 나풀거리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작품과 관람객이 더욱 가깝게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래 지향적인 전시 모습이라 이번 전시가 더욱 뜻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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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함께 관람하기 좋은 전시/ 쉬폰 'Surrounding for Whisper'작품/신재연


'예술공간 아름'에서 열린 서지인, 신재연 작가 2인 초대전 '일렁일렁' 전을 통해 그동안 잊고 지내던 내 안의 진정한 자아와 마주하는 시간이 되었다.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비현실적으로 보여지는 배경 너머의 진짜 세상에서 산책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전시 동안 이곳에서 작품과 만난 많은 관람객에게 우리의 빛나는 미래를 선물할 것이다. 빛이 일렁거리듯, 꽃잎이 바람에 일렁이듯 우리의 마음도 이곳에서 일렁일렁하다 곧 제 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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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연 작가의 작품 설명을 듣는 관람객


한편, 이번 전시를 위해 공간을 지원한 '예술공간 아름' 홍채원 대표가 있었기에 '일렁일렁'전이 더욱 빛을 발했던 것 같다. 젊은 작가를 위해 공간을 지원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예술가를 지지하고 응원했기에 이번 전시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예술가들이 마음껏 자신의 예술혼을 불태울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공간을 운영하는 홍채원 대표의 말을 마지막으로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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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인 작가의 '무지개 산책'


"예술공간 아름을 운영하며 근거리에 새로운 '예술공간 다움'을 오픈했다. 청년 작가들의 레지던시 공간으로 문을 활짝 열었으니 많은 관심 바란다. '예술공간 아름'에 이어 문화의 거리로 발돋움하는 장소로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분들이 많이 공유하고 찾으면 좋겠다."

제목: 일렁일렁
기획: 이태희
전시 서문: 김상래
일시: 2023.9.2.~14
장소: 예술공간 아름(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34 2층)
운영시간: 14:00~19:00
전화: 0507-1357-9654
김상래님의 네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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