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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간에서 만나는 특별한 문화 예술 경험, 음악듀오 그믐 가야금 토크와 드라마 낭독클럽
문화공간 콜라보, 동행공간 광교아티스트웨이와 남수동 파닥파닥클럽
2023-09-27 13:21:37최종 업데이트 : 2023-09-27 13:21:35 작성자 : 시민기자   이주영

동행공간 아티스트웨이 월요낭독클럽

동행공간 아티스트웨이 월요낭독클럽

 

9월 25일 가을밤, 유리창 너머 노란빛 조명이 따스한 작은 공간에 모인 사람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본방사수할 만큼 좋아하는 드라마의 마지막 회 엔딩 크레디트 화면에서 여운을 느끼느라 다른 채널로 돌리지 못하는 감정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광교에 위치한 작은 책방 '아티스트웨이'에서 드라마 '나의 아저씨' 대본을 함께 읽는 월요낭독클럽 참여자 7명은 9월 11일부터 3주 동안 드라마 속 캐릭터가 되는 경험을 했다. 월요낭독클럽은 정태진 연극 연출가의 안내로 드라마 속 인물들을 대본으로 깊게 만나는 시간이었다. 함께 한 참여자들은 서로 드라마를 매개로 감정을 교류하며 그 시간에 푹 빠져들었다. 마지막 날인 9월 25일은 드라마 주인공 지안(배우 이지은 역할)과 동훈(배우 이선균 역할)을 보냄과 동시에 월요일마다 드라마로 진솔하게 나누던 감정에 대한 어른들의 수다와도 이별이라 더욱 아쉬웠다.

 

나의 아저씨 대본 낭독

나의 아저씨 대본 낭독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기댈 곳 없이 거친 삶을 사는 어린 여성과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삼 형제가 서로를 통해 치유하는 이야기이다. 극 중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갈등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겉보기엔 사회의 주류로 아무 일 없이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에서 곪고 있는 존재와 거기에서도 밀려 나와 패배자가 되어 지난날을 후회하거나 그리워하는 존재, 세상에 없는 사람처럼 누구도 공감하거나 도와주지 않는 소외되는 존재가 보인다. 그중에 직접적인 상황은 달라도 감정은 비슷하게나마 한 번쯤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현실적이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냈던 드라마이다.

 

정태진 연출가와 함께 캐릭터와 장면을 분석해 보면서 드라마를 새로운 관점으로도 볼 수 있었다.

"저희 같은 연출가나 배우들은 캐릭터를 분석할 때 직업, 옷, 상황, 소품 등 왜 그렇게 설정했는지도 봐요. 지안이라는 역할은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불쌍한 인물이에요. 동훈에 비해 많이 어리고 덩치도 너무 작은 이지은이라는 배우가 맡아서 극의 의도대로 보일 수 있도록 한 것 같아요. 동훈은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에요. 이지은은 어른으로서 지켜줘야 할 것 같은 존재인 지안의 모습에 딱 맞는 것 같아요."

 

ㅇㅇ

대본을 분석하고 있다.

 

참여자인 김영남(영통구) 씨는 "이런 대화, 이런 시간이 그리웠던 것 같아요. 처음엔 너무 낯설고 부끄럽기도 했는데 이 시간이 기다려지더라고요."라고 소감을 나눴다.

 

처음에는 대본 낭독이라는 낯선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망설였던 참여자들이었다. 하지만 정태진 연출가가 한 주 동안 일상에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감정들을 나누며 경직된 마음을 풀 수 있도록 포문을 열자 모두 점점 분위기에 스며들었다. 함께 캐릭터를 분석하고 유튜브 클립을 통해 해당 장면을 본 후 직접 읽을 때는 몰입하여 딴 사람이 되곤 했다. 낭독 후에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다시 진지해지고 몰입하는 별난 시간이다. 쉽게 만날 수 없는 예술적인 경험이다.

 

ㅇㅇ(사진 설명)

 

동네에 숨어있는 작은 공간에서 이처럼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시도할 수 있는 배경은 문화도시 수원 동행공간 사업이다. 동행공간은 문화도시 수원과 동행하는 공간으로 문화예술을 매개로 지역 주민과 지속 가능한 인문 활동을 하는 거점공간이다. 광교, 영통, 북수원, 서수원, 화성 생활권 5개 권역으로 나누고 '15분 문화생활권'을 구축하여 지역주민들이 문화 예술 활동을 즐기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도록 공간 운영을 장려한다. 공간 운영자는 문화공간을 처음 열었을 때 꿈꿨던 공간의 일상을 실현하고, 다채로운 공간들의 문화가 새로운 지역 문화를 만드는 것이 동행공간 사업의 목적이다.

 

2023 동행공간 프로그램 중 광교 생활권역 '아티스트웨이'는 가야금 토크쇼와 월요낭독클럽으로 구성한 <파닥파닥클럽 따라잡기>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월요낭독클럽은 수원 팔달구 남수동에 위치한 '파닥파닥클럽'의 시그니처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아티스트웨이 대표 이주영 씨는 '파닥파닥클럽'의 신선한 기획에 반해 콜라보를 요청했고 함께 하게 되었다. 게다가 '파닥파닥클럽' 공동대표인 김한나 씨는 가야금 연주자로 음악듀오 그믐 활동도 하고 있어 가야금 앙상블 공연과 함께 N잡러 가야금 연주자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야금 토크쇼를 기획하게 되었다.

 

ㅇㅇㅇ

음악듀오 그믐의 가야금 토크쇼

 

9월 9일 토요일 저녁에 열린 음악듀오 그믐(김한나, 박성미)의 가야금 토크쇼는 7평 공간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커다란 가야금 두 대를 놓고 연주자 포함 남녀노소 14명의 사람이 공간에 오밀조밀 모여 앉았다. 바로 앞에서 가야금 줄을 뜯는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고 작은 공간을 휘어잡아 꽉 채우는 선율과 진동에 관객들은 바로 매료되어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한 곡이 끝나면 환호성과 함께 큰 박수를 쳤다. 작은 공간은 그 소리마저 꽉 채울 줄 안다. 그믐이 직접 작곡한 곡 '레', '살판', '트라피스트'가 이어지고 가야금은 실험적인 연주법으로 줄위를 손바닥이 춤을 춰 바람소리를 내고 몸통은 타악기가 되기도 했다. 곡 연주 사이에는 수원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김소라 작가가 사회를 맡아 국악 외길을 걷던 사회 초년생들이 연주자로서, 또 다른 직업을 가진 N잡러로서 살아온 이야기를 나눴다.

 

ㅇㅇ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박성미 연주자가 "음계의 중심이 되는 '도'처럼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지만 '레'로 살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며 '레'를 작곡했다."라고 말하자 관객들은 환호했다.

 

"순수하게 가야금 두 대로 연주하는 그룹은 없는데, 저희가 하고 있고요. 우리가 오래 그믐을 이어갈 수 있는 건 음악을 놓지 않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각자의 다른 일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만큼 하자는 조금 가벼운 마음 덕분이기도 한 것 같아요."


여러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연주자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한다는 김한나 연주자의 말이 예술가들의 마음을 대표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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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작가의 사회로 토크가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위한 민요 메들리로 '홀로 아리랑'을 시작하자 관객들 모두 떼창해서 블랙핑크 부럽지 않은 광경이 연출되었다.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언제였는지 질문했다. 

"사실 잘 생각나지 않았는데, 여기서 이렇게 가까이서 관객과 숨소리까지 들으며 한 공연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ㅇㅇ

최해아 어린이가 가야금을 직접 만져보고 있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은 2미터도 되지 않는 물리적 거리밖에 없다. 바로 앞에 앉아 연주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평소 접하기 쉽지 않은 전통 악기가 표현하는 세계를 눈과 귀, 피부로 느끼는 시간은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정말 좋았어요. 지금은 바이올린 배우고 있는데 가야금도 배우고 싶어졌어요."

최해아 어린이(초3)는 국악에 대한 흥미를 보였다.


ㅇㅇ

그믐 박성미 연주자와 김한나 연주자


"가야금 소리의 다양함을 처음 알았어요. 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잠시 다른 공간으로 이동했다가 온 것 같아요. 감동적인 시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인들과 함께 단체로 와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연주를 감상한 김윤경 씨는 멋진 소감으로 보답했다. 

 

아티스트웨이 이주영 대표는 다음과 같이 소감을 전했다.

"아티스트웨이와 파닥파닥클럽은 각각 이의동과 남수동에 위치해 동네는 다르지만 차로 10분 거리로 가깝다. 지인 소개로 파닥파닥에서 토요일마다 열리는 재즈 공연을 보러 갔다가 인연이 되었다. 다른 문화공간과 협업을 시도하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청년들과 교류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고 즐겁다. 프로그램 진행 내내 행복했고 마쳤을 때 내 공간의 쓰임에 대해서도 새로운 발견을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동행공간을 운영하며 특별히 시선이 간 부분은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공간과 관객뿐 만 아니라 지역 예술가를 소개하고 응원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지역민들과 교류하는 다양한 공간과 지원이 필요성을 느꼈다. 동행공간으로서 앞으로도 사람들과 삶의 영감을 주고받으며 일상이 예술이 되는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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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토크쇼

 

수원의 동행공간은 문화도시 수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문화도시 수원 동행공간

https://www.swculture.or.kr:10002/base/contents/viewcontentsNo=67&menuLevel=3&menuNo=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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