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
'남수북파(南水北坡): 화들짝 깨달음' 전시회가 9월 25일까지 예술공간 아름 및 예술공간 다음, 실험공간UZ 등에서 열린다. 전시회 첫날 이른 시간에 방문하니 참여 작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신선하다.
완성된 그림들을 전시하고 있다.
미술 평론가 김종길 작가에게 전시상황을 물었더니 "2023년 8월 파주 타이트그라피 학교 북쪽에 있는 학교에서 먼저 시작했다. 그다음에 남쪽 수원에서 열기로 하여 이번 전시회를 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북쪽에 있는 예술가들이 남쪽에 있는 예술가들과 만나 한날한시에 벼락같은 예술 짓거리를 한번 해보자, 이런 취지로 시작했다. 그래서 이름도 벼락예술이다."라면서 "올봄에 처음 할 때는 익숙하지 않아서 눈치를 봤는데, 두번째 전시회에서는 더욱 자연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작업실에서 완성한 좋은 작품을 전시한다기보다는, 벼락같이 만든다는 데 의미를 둔 것이다. '한날한시에 작가들이 도구들을 들고 와서 북적북적 한바탕 사고 치자'라는 의미이다. 현장에서 직접 그리고, 직접 설치했다.
손의 움직임대로 작품을 완성한 권민호 작가
모든 그림의 바탕은 흰색 한지이다. 그 한지 위에 그리고 칠하는 것이다. 권민호 작가는 "기계나 공장 같은 규격적인 것을 했다. 오늘은 그런 것을 벗어나서 취지에 맞게 즉흥적으로 손이 움직이는 대로 한번 해보자. 팔이 움직이는 대로 움직이다 보니까 사람들의 얼굴 같은 것이 보였다. 이 움직이는 것을 강조해서 표현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정해져 있는 시간에 내가 항상 업으로 하는 것과는 다른 것을 한다. 좀 더 멋진 것을 보여 주고픈 마음, 손이 움직이는 대로 해보자의 갈등을 일으키는 재미도 있었다."고 말했다.
절의 중요한 물품은 목어, 목탁, 풍경 등이 있다. 그중에서 속이 빈 물고기인 목어를 만들고 있었다. 우리의 삶이 그런 것처럼 죽은 나무에 다시 한번 생명을 주자 해서 만들었다. 작품을 하고 나면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번에는 쓰레기도 적다. 이용규 작가의 이야기이다.
몸속에서 나오는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왕희정 작가
"최근에 아리랑으로 작업했다. 그런데 후렴 부분에 계속 읊조리게 되는 부분이 있어서 의미보다는 몸 속에서 나오는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오늘 아침 친구 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듣고 새벽에 느껴지는 느낌 그대로 글을 썼다. 황망할 때 나오는 소리 '아이고' 라든가, 자연스럽게 토해져 나오는 말을 그 소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하는 떠돌 듯이 읋조리던 것을 어떻게 표현해 볼까?하는 마음이다. 공간 속에 소리가 움직이듯이 보여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썼다." 왕희정 작가의 이야기이다.
이수진 작가의 작품 삼매경
'자아 성찰'이란 작품 만드는 이수진 작가이다. "나의 의지대로 갈 때도 있지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 인생을 실타래로 표현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붙여지기도 하지만, 꼬이면서 아주 다른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그런 것을 보면서 우리 인생과 너무 닮았다고 생각한다. 자신에 대한 관심과 반성도 많이 한다."
땅의 힘으로 그림을 그리는 금누리 작가
금누리 작가는 자신의 힘으로 그림을 그린다기보다 땅의 힘으로 그려진다고 말한다.
"물감이 물처럼 흘러간다. 화폭이 움직이는 것에 따라서 그려지는 것이다. 물감이 흘러가면서 재미있는 효과가 나온다. 물감이 굳기 전에 움직이기도 하고 물감이 흘러내리기도 하고 물감의 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중력의 힘으로 저절로 그려진다. 땅의 힘 그림이라고 한다."
성병 관리소의 존폐를 놓고 그림을 그리는 정진경외 2인이 그리는 그림
전진경 외 2인이 그린 작품도 눈에 띈다. 1973년도에 만들어진 성병관리소는 미군 위안부들의 성병을 관리하는 국가에서 만든 공간이다.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것의 존폐를 놓고 동두천에서는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런 공간이 보존되어야 한다는 그런 의견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다.
숨을 쉬는 것을 보이는 시각으로 표현한 권혁 작가
숨은 호흡이다. 숨을 쉬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숨이나 공기 이런 것, 보이지 않는 호흡을 보이는 시각적으로 나타내었다. 생각하는 것, 호흡이 어떤 것이라는 그런 곳에 관심이 많아 그것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현상이나 숨이나 공기 등을 작업하고 있다. 퍼포먼스 작업으로 단시간에 끝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볍게 와서 표현하고 있다. 권혁 작가의 말이다.
자신의 이름을 작품으로 쓰고 있는 안상수 작가
안상수 작가는 자신의 이름을 작품으로 그리는 사람이었다. "지난번에 했던 초대장을 이용, 오늘의 포스터가 만들어졌다. 북파남수라는 것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역사는 변두리에서 이루어진다라는 말도 있다. 3~4년 흘러가고 작년에 북파남수를 해보자 했다. 중국 귀주성 호남에서 쓰였던 수족 글자를 썼다.수족 글자는 두 개밖에 없다. 과거와 현재에 미래를 썼다. 붙여서 가운데 나를 넣고 미래를 만든다. 갑골문자보다 오래된 문자이다. 중국에는 글자가 많다. 그중에 하나다."라고 말한다.
문승영의 삶을 생명의 기상을 표현한 김형기 작가
김형기 작가의 작품이다. 한산이라는 제목의 작품인데 문승영의 산이라는 작품이다. 문승영의 삶의 기사화, 생명의 기상을 표현하였다.
비전향 장기수 손성모를 그리고 있다.
김진열 작가는 목이 달아난 불상 위에 그림을 그린다. 우리나라에는 목이 없는 불상이 많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졌던 것이 조선시대를 거쳐 일제를 지나면서 머리만 도둑맞은 것이다. 그 몸체에 머리를 붙여 '비전향 장기수 손성모'를 그린 작가도 있었다.
김성배 작가의 작품이다. 관객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김정대 작가는 스티로폼 속에서 자란 나무를 보여주었다. 그 밑에 더렵혀진 불상 하나가 있다. 나무 작품에서 물이 떨어져서 시간이 갈수록 불상의 더러움이 씻겨나간다는 작품이다. 이윤숙 작가의 '온세미로 춤추는 댑싸리'도 재미있는 한 장면이었다. 싸리 속으로 들어가서 춤을 추는 사람 또한 재미있었다.
한편,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는 수원 출신 11명, 파주 출신 12명, 그외 소문을 듣고 전시 작품에 즉흥적으로 참여한 수원 출신 15명 등 총 38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