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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도 키우고, 인생도 가꾸고
탑동 시민농장에서 한나절 일을 하면서
2025-04-21 10:21:29최종 업데이트 : 2025-04-21 10:24:00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탑동 시민농장은 회색빛 도시에서 일에 지친 시민들의 쉼터이기도 하다.

탑동 시민농장은 회색빛 도시에서 일에 지친 시민들의 쉼터이기도 하다.


  뉴욕 맨해튼에 센트럴파크 공원이 있다. 공원 관련해 전하는 이야기가 있다. 당시 사람들 살 곳도 부족한데 큰 공원을 짓는다고 저항이 심했다. 이때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만한 크기의 정신 병원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도시에 휴식처가 될 수 있는 공원이 없다면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경고를 짧고 강하게 했다. 탑동 시민농장에서 드나들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다. 만약 이 공간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회색빛 도시에서 일에 지친 시민들은 어디서 쉬었을까. 
  친구들과 탑동 시민농장에 신청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친구들이 있고, 떨어진 집도 있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당첨되면 공동으로 하기로 했다. 부부 동반으로 하고, 수확물도 함께 나누기로 했다. 
시민농장 텃밭 가꾸기는 귀촌을 대신하는 즐거움이 있다. 작은 농사일도 여가를 즐기는 맛이 있다.

시민농장 텃밭 가꾸기는 귀촌을 대신하는 즐거움이 있다. 작은 농사일도 여가를 즐기는 맛이 있다.


  당첨된 친구들이 수원시청 대강당에서 사전교육을 받았다. 작물 재배에 필요한 기초적인 정보, 친환경 농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흙 퇴비 미생물 등 자연 친화적인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다. 미생물을 활용한 친환경 약물도 받아왔다. 
  텃밭을 같이 하면서 친구들과 대화 시간이 많아졌다. 심을 작물은 시기는 하면서 대화가 계속 오고 간다. 삽, 쇠스랑, 호미, 물뿌리개, 가위와 모종삽이 필요하다고 올라왔다. 그리고 각자 집에 있는 것을 가져오고, 몇 개는 사기로 했다. 
쪽파 심기. 텃밭에서 얻는 먹거리는 부차적으로 얻는 덤이다. 친구들과 인생 텃밭을 가꾸는 즐거움이 있다.

쪽파 심기. 텃밭에서 얻는 먹거리는 부차적으로 얻는 덤이다. 친구들과 인생 텃밭을 가꾸는 즐거움이 있다.


  배당받은 곳은 텃밭 2구역에 있다. 약 16㎡ 크기라고 하는데, 제법 할 일이 많다. 다행히 물통도 가까이 있어 힘을 덜 수 있다. 수원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밭갈이했다는데, 우리가 4월 3일 삽질하며 땅을 뒤집었다. 작물이 잘 자라도록 비료도 넉넉히 섞었다. 
  두 주가 지난 18일에 심을 작물을 사기 위해 오목천동에 수원농협자재센터에 갔다. 미세먼지가 많다는데, 탑동 농장에 오니 못 느끼겠다. 넓게 펼쳐진 밭에 어린 새싹들이 자리는 모습을 보니 공기도 좋은 느낌이다. 처음 왔을 때 완두콩을 두 줄 심어놓았는데, 푸른 싹이 돋았다. 이곳 텃밭은 땅도 건강하고 햇빛이 잘 드는 덕분이다.
도심에서 쉼을 즐길 때는 공원이나 녹지공간을 찾는데, 텃밭도 녹색이 있는 공간이다.

도심에서 쉼을 즐길 때는 공원이나 녹지공간을 찾는데, 텃밭도 녹색이 있는 공간이다.


  작물을 심기 전에 고랑 자리 흙을 삽으로 다시 퍼 올려 두둑 자리에 쌓았다. 괭이를 이용하여 퍼 올린 흙을 잘게 부쉈다. 쪽파를 모내기하듯 줄을 맞춰 심었다. 상추와 쑥갓도 모종으로 심었다. 아욱, 근대 등은 씨앗으로 뿌렸다. 그리고 물을 흠뻑 줬다. 토마토와 고추, 가지는 다음에 심기로 했다. 
  옆 텃밭에서 부부가 상추 모종을 심고 있는데, 길가에서 어르신이 모종이 실하다며 참견을 한다. 아저씨가 농촌에서 태어났지만, 도시에서 자라 농사가 서툴다고 한다. 어르신이 자신도 마찬가지고, 재미로 한다고 말한다. 그러더니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니 부안이라고 한다. 어르신은 정읍이라며 반가움을 표시한다. 그러면서 산에 가는 것보다 재밌다고 말한다. 
  텃밭에 오면서 퇴직 전 동료도 만났다. 텃밭에 세 번째에 당첨됐다고 좋아한다. 나이가 많은 덕을 봤다고 웃는다. 이랑을 경계로 있는 이웃 텃밭 주인하고 인사도 했다. 여기서는 눈만 마주치면 인사를 하고 농사 정보를 교환한다. 물을 받는 동안에도 말을 주고받는다. 경계하는 사람이 없다. 자연히 사회적 관계 형성도 좋다. 
  5월 초순 지나서 토마토를 심기로 했다. 친구 손녀를 위해서다. 유치원에 다니는데, 푸른색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가 커가는 것을 신기해한다. 손녀가 일상에서도 꽃에 관심을 보이고 애착을 갖는다. 자연을 마음속에 들이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다. 이런 성격인지 가끔 한 번씩 보면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 같다. 
시민농장 텃밭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생태농업을 원칙으로 농작물을 기른다. 운영 기간은 3월에서 11월까지다.

시민농장 텃밭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생태농업을 원칙으로 농작물을 기른다. 운영 기간은 3월에서 11월까지다.


  텃밭 시작으로 농사에 관한 책을 읽고, 친구들과 관련 지식을 나눈다. 전에는 채소는 먹거리였고, 소비 대상이었다.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채소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가족이 먹는 건강한 먹거리이고, 직접 키운 생명체다. 무엇보다 키우는 사람에게 마음을 주는 자연이다. 
  퇴직하고 귀촌을 꿈꾸는 도시 사람들이 많다. 복잡한 도심을 떠나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싶어서다. 그러나 막상 삶터를 옮기기가 쉽지 않다. 시민농장에서 텃밭 가꾸기는 귀촌을 대신하는 즐거움이 있다. 작은 농사일이 여가를 즐기는 맛이 있다. 채소를 키우면서, 삶도 풍요롭게 가꿀 수 있다. 
  처음 시작 때는 이 정도면 채소 먹거리가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먹거리는 부차적으로 얻는 덤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친구들과 인생 텃밭을 가꾸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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