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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우리가 바르게 써야 세상이 반한다
‘세종대왕 나신 날’에 문자 생활을 생각한다
2025-05-12 13:41:59최종 업데이트 : 2025-05-12 13:46:34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학교 현수막. 한문으로 쓴 글로 학생들과 주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학교 현수막. 한문으로 쓴 글로 학생들과 주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올해부터 5월 15일은 '세종대왕 나신 날'로 국가기념일이다. 1397년 5월 15일(양력), 세종이 태어나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스승의 날'이면서 동시에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날로 의미가 더해지는 셈이다. 정부는 한글 주간에 시상했던 '세종문화상' 등을 '세종대왕 나신 날' 기념행사에서 할 예정이다.

  세종대왕은 우리 역사상 가장 빛나는 한글을 창제했다. 이를 기념하는 날이 한글날이다. 그런데 다시 '세종대왕 나신 날'을 지정했다. 그만큼 세종대왕의 업적이 크다는 의미다. 세종대왕 한글 창제는 애민 사상과 자주정신, 실용 정신의 집약이다. 이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의 책무다. 그중에 한글을 바르게 쓰는 가장 기본적으로 감당해야 몫이다. 

  그런데 현실은 안타깝다. 며칠 전부터 정자동 학교 건물에 한문으로 쓴 현수막이 붙었다. 현수막 내용은 공자가 말한 논어 문장이다. 그대로 옮겨 보면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이다. '배우고 그것을 때때로 익히면 역시 기쁘지 않겠는가. 벗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온다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성내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라고 풀이한다. 
 
수원희망글판. 운동선수 개인 경험이 누구에게나 마음을 울린다(사진은 수원시 포토뱅크에서 가져옴).

수원희망글판. 운동선수 개인 경험이 누구에게나 마음을 울린다(사진: 수원시 포토뱅크)


  학교 정문 앞을 지나는 중학생에게 현수막이 무슨 내용인지 물었다. "몇 글자는 아는데 무슨 내용인지 모른다. 공부 열심히 하라는 거 아닌가"라고 장난스럽게 말한다. 학교 건물에 설치했지만,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많이 본다. 사실 현수막 한문은 중국인도 못 읽는다. 자신들도 한자는 소와 뱀 같은 귀신 문자라고 하고, 한자가 멸하지 않으면 중국이 반드시 망한다며 끊임없이 간소화 정책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한자를 쓰는 것은 과거 사대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정체성과 주체성에도 어긋난다. 학생들과 주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배움을 독려하는 글이라면 얼마든지 한글로 쓸 수 있다. 


공공기관 이름에 한자를 쓰고 있다. 국어기본법에도 어긋난다.

공공기관 이름에 한자를 쓰고 있다. 국어기본법에도 어긋난다.


  이 학교는 현수막을 영어로 거는 경우도 봤다. 이런 행위는 우리말을 낮잡아 보는 풍조를 만든다. 학생들과 시민들의 정서와 자긍심을 훼손하고 구성원들의 마음마저 갈라놓는다. 문자 생활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최근 수원시에 명품 문화 공간이 탄생했다. 수원시평생학습관 내에 지관서가다. '일상 속에서 끊임없는 생각을 잠시 쉬고, 마음의 눈으로 나와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며 인생의 지혜를 발견하는 공간'이라고 안내한다. 지관서가는 주제를 행복으로 하고, 관련 도서도 약 800여 권 비치했다. 그런데 이렇게 행복한 공간의 문패를 한자로 써 놓았다. 

  왜 그랬을까. 특별한 이유가 없어 보인다. 이미 모든 공공기관이나 도서관 등 이름을 한글로 쓴다. 유독 지관서가만 한자로 써야 할 연결점도 없다. 간혹 영어로 써서 멋을 부린다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한자로 써서 그렇게 한 것인가. 우리는 한글로 문자 생활하고 있다. 일본처럼 이중 문자 생활을 할 필요도 없다. 그냥 한글로 쓰면 된다. 


외국어는 우리 언어가 아니다. 외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고통만 주는 글이다.

외국어는 우리 언어가 아니다. 외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고통만 주는 글이다.


  수원시청 외벽과 구청 등에 게시하는 '수원희망글판'이 있다. 수원 출신 명사, 시민 등이 전하는 30자 이하의 희망 메시지를 분기별로 게시한다. 지금은 수원 출신의 탁구 선수 신유빈 문안이 있다. 여기에는 '나는 경기를 즐긴다. 결과는 노력의 과정일 뿐, 더 간절히 노력한 자가 승리하기 때문이다'고 쓰여 있다. 운동선수 개인 경험이 누구에게나 마음을 울린다. 거친 삶의 여정에서 담고 다니면 희망을 지닐 수 있는 글이다.

  이렇게 현수막이나 글판 등 공공장소 언어는 공공언어다. 공공언어는 한글로 쓴다고 국어기본법에도 명시했다. 현수막 등의 언어 표현은 소통이 목적이다. 한자 등을 쓰면 소통은커녕 고통만 따라온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언어를 쓰면 존중 의식도 있다. 우리 글자로 표현되는 언어는 거부감도 없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생명력이 있는 글, 상생의 글은 우리가 매일 쓰는 한글이다. 그것을 지향하는 것도 우리 몫이다.

우리 글자로 표현되는 언어는 거부감도 없고,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우리 글자로 표현되는 언어는 거부감도 없고,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목적은 백성들과 소통이었다. 소통은 인간관계의 밑바탕이다. 서로에게 다가설 수 있는 시작이다. 문맹을 타파하고 백성들과 함께 사는 세상을 꿈꿨다. 세종대왕은 지식의 대중화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정치와 경제는 물론 문화, 예술, 산업 등이 선망의 대상이다. 이 중에 한글은 대한민국의 대표 브랜드다. 세계 젊은이들이 서로 배우고 싶어 한다. 이 시점에 한글을 우리부터 바르게 써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한글에 반하고 우리에 모든 것을 부러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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