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이 좋은 때는 멀리 일본 대마도도 보인다는 '거제 신선대'
지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손순옥 작가가 개인전이 장안구민회관 노송갤러리에서 17일까지 전시중이다. '여행 이야기 그리고...'란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손 작가의 꽃 그림과 바다 풍경이 특히 돋보인다.
"풍경은 광활한 자연을 단순한 색, 면, 선으로 표현하기 위해 초집중 상태에서 춤을 추듯 빠르게 붓질하는 데 매력이 있습니다. 물성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 즉흥적으로 신명나게 표현하는 것이죠. 이번 작품들은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바다 풍경들로, 가족이나 지인들과 여행했던 장소들을 기억하며 그 당시의 감정을 담아 그렸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려도 그릴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작약, 구절초, 해바라기 등의 꽃 그림으로 행복한 마음을 표현해보았다"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거제 신선대', '노을 진 애월', '안녕! 쉴 곳을 찾았네' 등의 정물 및 풍경 수채화 작품 30점과 어반 스케치 40여 점이 함께 전시되어, 전시장을 밝고 생기 있게 채우고 있다.

해 넘어 갈 때를 그린 '노을진 애월'
손 작가는 수채화뿐 아니라 구상, 비구상 작품도 함께 작업해 왔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수채화에 집중했다. "꽃은 섬세하게 묘사해야 하지만, 풍경은 짧은 시간 안에 몰입해 그려야 생동감이 살아납니다. 전체적인 색감을 미리 계산하고, 붓을 들면 순식간에 깊이 빠져들어야 그 감정이 그대로 담겨요. 특히 바다는 더 그렇습니다. 하늘은 마르기 전에 빠르게 표현해야 하기에, 집중력과 몰입도가 높을수록 그림에 감정이 실리고 생동감 있게 살아납니다"라고 설명했다.

바다 풍경이 보이는 곳에서 한껏 미소 짓는 손 순옥 작가
손순옥 작가는 "매년 꽃 그림을 많이 전시해 왔어요. 꽃을 그릴 때는 꼭 직접 두세 번은 가서 사진을 찍고, 그리기 시작합니다. 꽃을 그릴 때면 너무 행복해서 저절로 웃음이 나와요. 그 자체로 행복이죠"라고 밝은 미소로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풍경, 특히 바다와 하늘의 풍경을 많이 그렸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예전에는 바다를 주제로 한 작품이 없었지만, 시댁이 거제도에 있어 자주 방문하면서 바다 풍경의 매력에 빠졌고, 이를 그림으로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풍경을 그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해서 그리는 것이 현장감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다. 어떤 그림은 40분 만에 완성하기도 했다.

영화 촬영을 했던 성당 풍경이 있는 곳 부산 죽림 성당
그는 "그림을 그리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요. 표현하는 과정 자체가 기분을 좋게 해요"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 전시된 그림들은 모두 아르쉬 종이에 수채 물감으로 그린 작품들이다. 물성도 탁월하다.
전시장 한쪽 벽면에는 다양한 어반 스케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거제도의 집 뒷마당에 뒷집 아저씨가 가꾼 넓고 아름다운 꽃밭을 스케치했으며, 대학로 뒷길, 덕수궁 돌담길, 양평 영화마을 등도 그림으로 담았다.

감상자들 함께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지난 전시회에서 화홍 작가 선생님이 꺾어다 준 꽃을 디피했던 방명록, 강화도에 있는 옛 방직 공장을 개조한 대형 카페, 만석공원에서 비 오는 날 만개한 벚꽃 풍경, 통영에서 뜰에 핀 꽃을 꽂아둔 모습, 해운대 요트장 등 다양한 장면이 어반 스케치로 기록되어 있다.이처럼 작가들은 인상 깊었던 장면을 놓치지 않고 그림으로 남김으로써, 감동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작가는 봄만 되면 후리지아 한 다발을 설레며 산다고 한다.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이기 때문이다.그림은 늘 좋지만, 특히 해바라기 시리즈가 마음에 든다고 한다. 손 작가의 그림에는 풍요로운 감성이 담겨 있어 해바라기가 자주 등장한다. 예년에는 30호 크기로 그렸지만 이번에는 작게 작업했다.

즐겨 그린 해바라기 그림
또한 단아하고 풍요로운 붉은 작약도 그렸다. 작약은 5월 셋째 주가 되면 그리기에 가장 좋다고 한다.그는 "그림을 그릴 때는 직접 현장을 찾아 최소 두 번 이상 관찰하고, 사진을 찍은 뒤 작업에 들어갑니다. 내가 가 본 곳 중 좋았던 장소를 그리기 때문에 언제라도 다시 찾아갈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수국을 그릴 때는 너무 행복해서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다고 말하며, 꽃 중의 꽃은 장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장미를 보면 항상 "너는 퀸카야!"라고 말한다고 한다.
국화가 가득 담긴 화병을 그려가던 중, 갑자기 방아깨비가 들꽃에 내려앉은 장면이 떠올라 그림에 추가했다고 한다. 계획에 없던 요소였지만, 그 덕분에 작품이 훨씬 생동감 있어 보인다고.
손 작가의 작품에는 꽃에 대한 깊은 애정과 섬세한 표현력이 담겨 있다. 바다 풍경은 생동감 넘치게 묘사되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꽃이면 꽃, 바다면 바다 — 동심의 세계로 이끄는 순수함이 작품 전반에 깃들어 있다.

꽃 중에 꽃 '너는 킹카야!'
한 관람객이 작품을 유심히 감상하다가 "그림이 산뜻하고 정물화는 아주 상큼하며 소담스러워서 정말 보기 좋습니다. 바다 풍경은 각각의 장소마다 이야기가 담긴 것 같아서, 저도 한번 가보고 싶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전시장에는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 소담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전시장을 찾아 작품을 감상했다.
이들은 그림을 아주 좋아하는 듯 보였고, 한 관계자는 "소담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만석미술관에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는데, 사람들이 그것이 우리 센터에서 한 일인 줄 모르고 수원시에서 해준 것으로 알고 있어요"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들은 그림을 감상하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홍보활동도 펼쳤다.

'안녕! 쉴 곳 찾았네' 화병에 가득 담긴 들국화를 그렸다. 방아개비가 한층 그림을 살렸다
손순옥 작가는 우리가 평소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풍경이나 꽃, 들꽃들을 새롭게 그려냄으로써, 관람객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따뜻한 감성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