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박물관 전반기 서예 수업 종강
수업 기간이 짧아 아쉬움 남았던 소중한 시간
2025-06-05 16:22:37최종 업데이트 : 2025-06-05 16:22:35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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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수업 자료, 왼쪽부터 전서, 예서, 초서, 행서, 해서 3월 26일 '2025 상반기 서예교실' 개강을 했는데 지난 4일 종강을 했다. 이번 서예교실 수업은 전체 10강으로 한국서예박물관 명예 관장인 양택동 선생이 진행했다. 선생님은 "엊그제 첫 수업을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마지막 수업이 되었습니다. 서예를 처음 시작하는 분이나 오래 한 분도, 한자가 처음 만들어진 당시의 갑골문이나 금문을 보면 글자의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글자의 뜻을 이해하고 글자를 쓰면 그만큼 서예에 다가가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실기수업에 앞서 글자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문자학 이론수업을 한 것입니다. 앞으로 서예 학습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수업 진행 방향성을 말한 후 수업을 시작했다. 마지막 문자학 수업은 '행복미만일생(幸福美滿一生, 인생이란 평생 행복과 아름다움 속에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이다.)'이란 문장이었다. 이 문장을 전서, 예서, 초서, 행서, 해서체로 쓴 작품을 감상하고 글자 하나하나를 문자학적으로 풀이했다. 문자학 이론수업 후 지난주 수강생들이 학습한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수강생이 선택한 교재나 서체를 화선지에 써오면 글씨를 보면서 글자의 형태, 이론적 적합성, 결구, 전체적인 장법을 수강생 전체가 보는 앞에서 설명한다. 이런 수업을 통해 본인의 부족한 점을 반영해 다음번 작품을 쓸 때 참고하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다. ![]() 서예 문자학 이론수업 모습 "여러분은 제 글씨를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제 글씨를 배워서도 안 됩니다. 저는 글씨 쓰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체본에 얽매이면 절대로 좋은 글씨를 쓸 수 없으니, 반드시 좋은 서책을 보고 글씨를 쓰기 바랍니다. 그래야만 본인만의 좋은 글씨를 쓸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늘 체본에서 벗어나 서책을 보고 글씨 쓰는 연습을 하라고 강조했다. 한자가 처음 생겼을 때는 자연의 형상을 본뜬 상형문자였다. '사슴록(鹿) 자'는 사슴의 뿔을 글자로 만들었고, '일만 만(萬) 자'는 전갈을 글자로 만들었다. 전갈이 알을 많이 낳았기 때문에 글자를 만들 때는 그렇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갑골문, 금문으로 정형화 되었고, 중국 진나라 진시황 때 전서체로 통일되었다. 통일되기 이전의 글자를 대전이라 하고 통일 이후의 글자를 소전이라 하는데, 오늘날까지 사용하고 있다. 전서 또한 획이 많고 쓰기에 복잡해 한나라 때 예서체가 탄생했고, 이후 초서, 행서, 해서체가 나왔다. 현재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한자는 해서체이다. 한자의 발전단계로 보면 거의 마지막에 나온 서체가 해서체인 것이다. 그래서 해서체 한자를 보면 원래의 뜻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문자학 수업이 필요한 것이며, 한자의 역사를 공부하면 재미있다. 필자는 이번 학기에 북송시대 정명도의 '추일우성'이란 시를 금문으로 썼다. '한래무사부종용(閑來無事復從容) 수각동창일이홍(睡覺東窓日已紅) 만물정관개자득(萬物靜觀皆自得) 사시가흥여인동(四時佳興與人同) 도통천지유형외(道通天地有形外) 사입풍운변태중(思入風雲變態中) 부귀불음빈천락(富貴不淫貧賤樂) 남아도차시호웅(男兒到此是豪雄) 한가하다 보니 만사가 다 조용해 자다 깨어보니 동창에는 해 이미 붉구나. 만물을 고요히 바라보니 모두 스스로 얻었고 사시의 아름다운 흥취는 사람들과 더불어 한가지이네. 도는 천지의 형체 가진 것 밖으로 통하고 사색은 바람과 그름이 변하는 속으로 들어가네. 부귀에 빠지지 않고 빈천을 즐기나니 남아가 이에 이르면 영웅호걸이라네.' 특히 '만물정관개자득 사시가흥여인동'이란 철학적 사유가 마음에 들고, 마지막 구절은 맹자에 나오는 문장으로 오늘날과 같은 세상에서도 깊이 통찰할 내용이다. ![]() 서예 실기수업 모습 정명도의 시는 수원화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춘일우성'이란 시구에서 따온 것이 수원화성 동북각루인 방화수류정 이름이다. '운담풍경근오천 방화수류과전천(雲淡風輕近午天 訪花隨柳過前川, 맑은 구름 가벼운 바람에 한낮 하늘이 가까이 있고, 꽃을 찾아 버들을 따라 냇물을 건너네.)' 어렵지 않은 한자이면서 내용이 쉽지만 인생을 깊이 성찰할 수 있는 내용이 마음에 든다. 수업을 마친 후 한 수강생은 "선생님과 같은 대가로부터 서예를 배울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문자학 수업을 통해 한자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뜰 수 있었고 체본을 벗어나야 한다는 말씀에 서예를 공부하는 방법과 서예작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 수 있어서 유익했습니다. 다만 강의시간이 짧은 게 아쉽습니다. 전에는 15강 정도 한 것 같은데 그래야 조금 더 체계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학기에는 강의시간을 15강으로 늘려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 수강생들이 받은 자료 대부분의 수강생이 강의시간이 짧아 아쉬워했다. 서예 공부는 연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10강은 너무 짧으니 시간을 늘려 주기를 바랬다. 또한 문인화, 한시 등의 강좌도 열어주기를 원했다. ![]()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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