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시대와 민주주의를 그리다', 시사 만화가 22명이 전한 시대의 기록 한 편!
경기도청 1층 로비에서 6월 17일(화)까지 무료 전시회 개최
2025-06-13 10:11:40최종 업데이트 : 2025-06-13 10:11:39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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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청 1층 로비에 마련된 '만화, 시대와 민주주의를 그리다' 전시장 전경. 경기도청을 방문한 어느 날, 우연히 눈길을 사로잡는 전시 한 편을 만났다. 제목은 바로 '만화, 시대와 민주주의를 그리다'. 경기도의회가 주관한 이 전시는 시사 만화가 22명이 참여한 작품 29점을 통해 민주주의라는 거대한 주제를 날카롭게 담아냈다. 전시의 중심은 '민주주의'이다. 그러나 이 단어가 가진 무게를 단순히 교과서적 지식으로 다루지 않는다. 경기 지역을 비롯한 한국 현대사 속 민주화 운동의 맥락을 시대별로 나누어 구체적 사건을 담았다. 또 그 안에 있던 시민의 역할을 생생하게 전달한 것이 특징. 제주 4·3 사건에서부터 4·19 혁명, 5·18 광주 민주화운동, 6월 항쟁, 그리고 지난해 계엄 선포 이후까지! 대한민국 현대사의 굵직한 장면들이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 '국민에게 있는 권력'이라는 말의 뜻이, 수많은 사람들의 용기와 희생으로 지켜낸 현실이라는 걸 알 것 같다.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공간에는 <헌법 제1조 2항>이라는 작품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문장이 가지는 무게를, 12.3 계엄령 이후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의 모습으로 표현해낸 장면이 압권이다. 이번 전시회는 감상이 아닌, 하나의 <기억 운동>이라고 표현하고 싶달까? 얼마 전 6월 10일, 6월 항쟁 38주년을 맞은 지금, 이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은 더욱 중요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기억하지 않으면, 지워진다'는 말처럼 말이다. '헌법'이라는 단어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글자가 아닌 행동의 역사였구나! 시민의 피와 외침으로 만들어진 결과였음을, 만화를 통해 체감할 수 있다. 관람자들은 마치 과거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그 현장을 함께 걸어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작품 하나에도 각기 다른 시선과 감정이 녹아 있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지게 만든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는 언제부터 흔들렸을까. 전시는 대한민국 계엄의 시작을 제주 4·3으로 돌린다. ![]() 부상당한 턱을 하얀 무명천으로 가리고 평생을 살아오신 무명천 할머니의 삶. 1947년 3.1절 기념대회에서 시작된 경찰의 발포, 총파업 탄압, 수천 명의 검거와 희생.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작품 <무명천 할머니의 꿈>을 통해 보다 섬세하게 그려진다. 턱에 총상을 입고 하얀 무명천을 감고 살아간 한 여성의 삶. 올해는 그 무명천 할머니의 20주기이기도 하다. 작가는 무명의 삶과 고통을 통해, 이름 없이 잊힌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려낸다. 작품 중에는 파블로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을 오마주한 그림도 있다. 제주를 '레드 아일랜드'로 규정하며 자행된 학살을 외국 화가의 시선으로 포착한 그림을 다시 해석해낸 점이 인상적이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국경을 넘어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오마주는 강력한 연대의 메시지를 품고 있다. 국제사회가 바라본 한국의 민주주의, 그리고 그것을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해석하고 재현하는지에 대한 고민까지 함께 담겨 있었다. ![]() 정치권력의 부패에 대한 비판 의식을 강하게 드러내고자 한 의도가 만화 속에 스며들어 있다. 이어서 1960년 4·19 혁명으로 흐른다. 3·15 부정선거에 항거한 시민들의 분노, 김주열 열사의 죽음을 계기로 교복 입은 학생들까지 거리로 나섰다. 그림 속 학생들의 모습은 '최초의 시민혁명'을 이끈 주체가 누구였는지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이후 1980년 5·18 민주화 운동의 장면에서는 광주시민들의 결연한 표정이 가슴을 치는 듯하다. 내가 태어난 해는 1981년이다. 5·18은 책에서만 보던 역사였지만, 다 자란 후에야 그 의미를 진정 알게 되었다. 직접 겪지 않았기에 몰랐던 일들, 전시는 그 무지를 찌르고 있다. 우리가 몰랐던 역사, 외면했던 사건들, 이 모든 것을 만화는 새로운 언어로 이야기한다. 풍자의 힘도 느껴진다. 예컨대 <가위바위보>라는 작품에서는 무장한 군인과 뛰노는 아이들이 대조되는데, 아이들의 손 모양은 활짝 펴진 '보', 군인의 몽둥이는 '주먹'으로 그려진다. 어린아이의 천진함과 군인의 자책이 교차하는 이 장면은 단순한 놀이 이상의 복합적 감정을 전달하고 있었다. ![]() 학생 운동뿐만 아니라 '오월의 어머니들'은 주먹밥을 날랐다. 시민군들을 뒤에서 든든히 지지하고 지켜낸 숨은 주체였다. 전시의 후반에는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의 죽음과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유명한 말이 다시 등장한다. 영화를 통해서도 회자된 말이 아니던가. 이후 이한열 열사의 희생으로 이어지는 1987년의 뜨거운 여름은 100만 시민이 모인 '광장의 기억'으로 정리된다. 당시와 지금, 시민들은 끊임없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다시 광장으로 향한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문구가 전시장 곳곳에 반복된다. 유독 붉은색이 많이 쓰인 작품들을 보며…, 그 말의 의미가 피부에 와닿는다. 민주주의는 한순간 얻어진 결과가 아니라, 끊임없이 지켜내야 할 약속이자 권리임을 이 전시는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의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평화와 권리가 얼마나 큰 대가를 통해 가능했는지, 다시금 새기게 된다.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완성된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채워가야 할 진행형의 가치임을 깨닫는다. ![]()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국민의 절박함에서 우리의 희망과 기대를 발견하게 된다. 무겁고 아픈 역사지만, 만화는 이를 무겁지 않게 풀어냈다. QR코드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전시를 볼 수 있어, 더 많은 이들과 나눌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점이다. 예술로 기억하는 민주주의, 그 방법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전시는 오는 6월 17일(화)까지 경기도청 1층 로비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전 연령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청소년 자녀와 함께 관람해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 시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살아있는 교과서가 바로 이 전시다. 책에서는 알 수 없는 진심을, 만화라는 언어로 마주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민주주의의 '이야기'를 직접 걸으며 경험해 보길. [수원 무료 전시회 안내] 전시명 : '만화, 시대와 민주주의를 그리다' 장소 : 경기도청(영통구 도청로 30) 경기도의회 1층 로비 기간 : 2025.6.9(월) ~ 6.17(화) 참여 작가 : 권범철, 김상민, 김용민, 김호룡, 김휘승, 서민호, 서상균, 성덕환, 손문상, 안종만, 유동수, 이동수, 이성열, 이용호, 천명기, 최민, 최승춘, 최인수, 최해솔, 하재욱 온라인 전시회 관람하기 : https://sites.google.com/u/0/d/1jZTaCSDRRbhnTZah1LzBs0MzoiIQZom8/previe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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