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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6월의 숲길 따라 수목원 덕후 되기
서울대수원수목원, ‘우주를 품은 숲’ 체험교실을 열다
2025-06-16 15:02:07최종 업데이트 : 2025-06-18 09:58:43 작성자 : 시민기자   진성숙

동편숲으로 가요.

"동편숲으로 가요"

 

6월이지만 벌써 한여름의 뙤약볕이 느껴지는 이즈음 초록의 물결이 숲을 뒤덮고 지구의 구성원으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 친구들을 만나러 길을 떠난다는 건 생각만 해도 청량감이 느껴진다.

더구나 6월 숲 탐방 취지가 '식물을 자세히 알고 싶은 덕후들을 위한 프로젝트'라니 재미있지 않은가. 주위에서도 흔히 만나지거니와 수목원 곳곳에서 자라는 민들레, 고들빼기, 씀바귀, 개망초등 국화과 식물들을 자세히 관찰한다는 설명에 흥미가 느껴졌다.

 

지난 12일 오후 2시 필자는 숲 체험을 하러 비밀의 숲인 서울대 수원수목원으로 향했다. 이날 체험은 산림청에서 주관하는 숲해설가 과정을 밟고 있고 환경교육 연구지원센터 도토리자연학교의 보조교사이기도 한 5명과 동행하는 반가운 자리였다.

숨이 멎을 듯 아름다운 함박꽃

숨이 멎을 듯 아름다운 함박꽃
나라가 망한 해(1905년)에 유난히 번성해서 개망초라 불림나라가 망한 해(1905년. 을사조약)에 유난히 번성해서 망초라 불림


오늘 숲길 탐방은 동편 숲으로 박종란 숲해설가가 지도해 주었다. 봄에 박 해설가가 진행하는 서편 숲을 여행한 일이 있어 반가웠다. 탐방객들은 간단히 인사들을 나눈 뒤 수목원 탐방의 취지와 탐방 시 모기와 말벌을 주의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은 뒤에 7명은 천천히 숲길 산책에 나선다.

 

수목원의 오래된 백 년 숲을 거니는 순간 도시에서 멀리 떠나온 듯한 고요함과 자연의 웅장함을 눈으로, 냄새로 체감할 수 있었다.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름답고도 규칙적인 새소리가 들렸는데 오색딱따구리 새란다. 숲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는데 딱따구리가 오동나무에 파놓은 구멍은 확실히 보인다. 오색딱따구리는 그렇게 둥지를 만들어 아가 새를 키우는 것이다. 주변에 있던 어미 딱따구리가 우리가 오는 소리를 듣고 침입자를 경계하는 큰 소리를 내기 시작해서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주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쁜것들을 위하여

자세히 보아야 예쁜 것들을 위하여

가부좌 틀고 앉아 볼까나? 보리수

뒷뜰에 붉은 열매가 아름다운 뜰보리수

 

숲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나고 그중 함박꽃이라고 불리는 산목련을 만나 반가웠다. 필자는 약 7년 전 괴산의 쌍계 계곡에서 아름다운 함박꽃의 자태를 너무나 인상 깊게 본 기억이 난다. 이 꽃나무의 정식 이름은 함박꽃나무란다. 박 해설사는 목련과 중에서 일본목련과 함박꽃향기가 제일 좋은 것 같다는 설명을 곁들인다. 

 

가까이서 들려오는 산에서 익히 듣던 아름다운 박새소리가 모두에게 청량감을 준다. 그 다음에 족제비싸리 나무가 나타나는데 이걸로 옛날에 회초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회초리를 만들면 안 되는 나무도 있는데 물푸레나무는 너무 단단해서 옛날에 이걸로 태형을 맞으면 몸에 어혈이 생겨서 목숨까지 위태로웠다고 한다. 가래나무 열매는 호두처럼 재밌게 생겼는데 막 자라는 열매도 땅콩 모양이 역시 재밌어 보인다.
 

그 다음엔 흔히 보이는 망초가 보이는데 이 꽃은 일본에 의해 국권을 잃어가던 시기( 1905년 을사늑약)와 겹쳐 낯선 풀이 철도 주변에 많이 퍼지는 것을 보고 '나라가 망할 때 돋아난 풀'이라는 의미에서 '망초'라 불렸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다.

 누가 누가 힘이 더 셀까. 질경이씨름

누가 누가 힘이 더 셀까? 질경이씨름

나도 양지꽃

뱀딸기꽃. 선그라스 옆에 놓인 이 작은 꽃이 크나 큰 우주를 품고 있다니.

 

그 다음 질경이의 생태를 루페(작은 식물을 관찰하는 현미경)로 관찰하고 질경이 줄기로 서로간에 재미있는 '질경이 꽃대 씨름'을 해보며 즐겁게 웃었다. 질경이는 섬유질이 많아 질겨서 여간해서 잘 끊어지지 않는다. 그 다음 흰말채나무에 배추흰나비가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정경이 너무 몽환적으로 예뻐 보여 모두는 소녀 감성에 젖는다.

 

                  숲의 말

 

언제고 가진 게 없어 쓸쓸하다면

숲으로 갈 일이다.

 

나의 인생도 그처럼 떳떳했던가

또한 넉넉했던가

 

산다는 것은 무르익는 일

너와 나를 잊고 우리를 생각해 보자

 

정지된 시간을 씨앗처럼 묻으면

참으로 삶은 종교와도 같은 것

 

나무는 말한다

사라지는 모든 것 위에 살아있는 것들이 있다고

                           이애정(1963~)

 

숲과 나무를 생각하며 조용하고 경건한 시 한편을 나직나직 읊조려본다.

 

산딸나무는 하얗게 보이는 게 꽃이 아니고 꽃차례를 감싼 잎이라고 해서 다들 놀랐다. 꽃이 아주 작아서 벌나비를 유인하려 잎이 변형되어 그렇게 보이는 거란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몇 년전 '살아있는 것들은 전략이 있다'란 제목의 책을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난다.

 

쉬엄쉬엄 걷다 보니 숲속에 나무의자에 둘러싸인 조그만 탁자가 있는 쉼터가 나타나는데 이곳에서 휴식을 가졌다. 박 해설사는 낱말카드를 두 개씩 뽑아서 그 단어에 맞는 식물을 주변에서 채취해오란 숙제를 내어준다.


낱말카드놀이

낱말카드놀이

언제나 마음의 쉼터가 되어주는  수목원

 언제나 팔 벌려 마음의 쉼터가 되어주는 수목원


'달콤하다'란 단어를 고른 참가자는 솜사탕을 떠올리며 민들레 포자를 가져오고, '행복하다'를 고른 참가자는 어린 시절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며 토끼풀꽃을 뽑았다. '네잎클로버는 행운이고 세잎클로버는 행복'이어서 클로버를 고른 참가자도 있다. 

 

개망초는 어디에서든지 볼수 있고 당당하게 핀 모습이 자랑스러워 보여 고른 이도 있다. 한 참가자는 "동네에서 보던 질경이 수목원에서도 보니 반갑다. 아무도 신경 써 주지 않고 예뻐해  주지 않고 심지어 짓밟아도 절대 쓰러지거나 굽히지 않고 쭉쭉 자라는 질경이! 그래서 반갑다"고 시 같은 말을 감동적으로 들려준다.

뱀딸기꽃은 눈에 띄고 산뜻하다. 토끼풀은 화려한 꽃들 사이에서 아주 꿋꿋하고 용기 있게 잘 살아 나가는 것 같아서 용기 있다는 말에 선택되기도 했다.
 

참가자 중 조미경 씨는 "우리가 시각적인 세상을 살고 있는데 이렇게 숨은 듯이 살아가는, 보이지 않는 세상이 있다는 것에 대해 경이로웠고 작은 씨앗 속에도 정말 큰 우주가 있구나. 어쩌면 우리 인간이 미물이구나. 이 숲도 우리가 많이 사랑해 주고 또 이런 것들을 아이들한테도 많이 알려주고 자연을 소중하게 지키고 사랑해야 하겠다."라는 소감을 말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숲과 자연의 생태에 대하여 느끼고 교감하는 시간... 자연과 우주에 대하여 통찰을 나누는 멋지고 알찬 시간이었다. 체험을 마치고 나오는 순간, 꿩이 커다란 소리로 울며 벌써 가냐고 아쉽다고 고별인사를 한다.

 

한편, 서울대수원수목원은 6월 한 달간 '우주를 품은 숲'이라는 제목으로 재미있는 생태교실을 계속하니 시민들의 많은 참여 바란다. 신청은 수원시 홈페이지 통합예약시스템(바로가기)에서 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수원수목원]
- 주소: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호로 16

- 일정: (평일)월~금요일 10시, 10시 30분, 14시/(주말)토요일 10시, 14시

- 운영 정보:  (월,수,금)서편숲, (화,목)동편숲 (탑동시민농장에 주차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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