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시인 행복특강, [시와 물질, 그리고 생명]
별마당도서관 ‘여름의 틈, 나를 위한 작은 도전’ 주제로 강좌 펼쳐
2025-07-04 14:44:50최종 업데이트 : 2025-07-04 14:44:45 작성자 : 시민기자 진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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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망있는 나희덕 시인의 특강에 참여한 시민들 나희덕 시인이 강연하는 모습 불볕더위로 수은주가 33도까지 치솟는 맹더위가 우리를 해일처럼 덮친다. 이럴 때 시원한 피서 겸 명망있는 시인의 서늘한 인문학 강의를 듣는다는 건 어쩌면 매우 현명한 여름을 보내는 한 방법일 것이다. 지난 7월 2일 오후 스타필드 수원 별마당도서관에서는 어림잡아 250여 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더위를 날리는 시인의 탁월한 명강이 펼쳐졌다. 이날의 시인 나희덕시인은 "젊을 적 수원의 한 여고에서 3년간 교편을 잡은 적이 있다. 자본주의의 첨단 온갖 브랜드들이 다 들어와 있는 소비의 한 중심에 도서관이라는 곳에서 시를 이야기할수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살아 숨쉬는 물질로서 사람은 무엇을 할수 있을까 그리고 시라는 물질은 무엇을 할수 있을지 최근 펴낸 '시와 물질'이란 시집을 주제로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자"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나희덕시인은 충남 논산 출생으로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미당문학상등 다수의 굵직한 문학상을 휩쓸며 문재를 드러냈다. 수나우라 테일러 동물학자와 그가 그린 '닭과 함께 있는 자화상' 나희덕 시인의 10번째 시집 '시와 물질'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는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흰꽃과 분홍꽃을 나란히 피우고 서 있는 그 나무는 아마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 멀리로 멀리로만 지나쳤을 뿐입니다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 나무를 보고 멀리서 알았습니다 눈부셔 눈부셔 알았습니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은 그 나무는 그래서 외로웠을 것이지만 외로운 줄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 여러겹의 마음을 읽는 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흩어진 꽃잎들 어디 먼 데 닿았을 무렵 조금은 심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복숭아나무 그늘에서 가만히 들었습니다 저녁이 오는 소리를
하지만 이번 4월에 펴낸 '시와 물질'이라는 시집에는 예전의 시와 는 좀 다른 메시지, 생물에 대한 연민 또는 생명을 보는 주제에 대하여 말한다. 나 시인은 "현대에 있어 생명과 물질은 대립적으로 가고 있으며 인간도 생명이지만 동시에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시인들은 주로 보이지 않는 존재들 또 들리지 않는 소리들 그런 것들에 몫을 부여하고 언어를 부여해서 생명을 갖게 하고 존재가 거기있다 라는 것을 드러 내 주는 역할도 한다."며 생각을 피력한다. 산호초 만다라. 정은혜작. 프라스틱조각으로 그림을 그리다.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의 저자 로알드 호프만은 '시도 사람을 해칠수 있다'고 주장
그는 이즈음 플라스틱의 위험성에 대하여 자주 생각한다고 한다. 우리의 삶이 얼마나 플라스틱으로 점철되어 있는지 생각하면 미래에 대한 걱정이 너나없이 태산이다. 플라스틱이 탈락하면 바다에서 건조된 플라스틱 재료로 플라스틱 산업 쪽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고 한다. 탄소배출을 많이 하다 보면 결국 해수면이 상승하고 난방으로 냉방으로 우리는 삶의 고충을 잃어버리고 있다.
닭과 나
닭과 나는 털이 뽑힌 닭과 벌거벗은 나는 함께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어요
오그라든 팔로도 만질 수 있는 세계가 있다는 듯 말라빠진 다리로도 걸어가고 싶은 곳이 있다는 듯
닭에게 두 날개가 있다면 나에겐 두 유방이 있지요
퇴화한 지 오래이거나 조금은 늘어지고 시들긴 했지만
날개와 유방은 우리를 잠시 떠오르게 할 수 있어요 시간을 견디게 하고 기다리게 하는 힘이지요
닭과 나는 서로의 배경이 되어 주고 서로의 손발이 되어 주고 서로의 바닥이 되어 주고 서로의 방주가 되어 주고 서로의 뮤즈가 되어 주고 서로의 비유가 되어 주고
나의 머리가 점점 닭벼슬에 가까워져 갈 때 닭의 목은 점점 나의 목처럼 굽어져 가지만
닭과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에요 서로를 태우고 앉아 같은 곳을 보고 있어요
우리가 도착하게 될 그 먼 곳을 존엄한 퇴거. 시집 '시와 물질' 고독사를 묘사하다 손과 손으로. 시집 '시와 물질'에 실린 마지막 시의 일부분
시인은 나이 들면서 이런저런 걱정과 오지랖이 넓어졌다. 많은 이들이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이야기한다. '죽음의 외주화'로 인한 끝이 없는 산재사고. 고독사, 코로나와 정치 불안으로 이어진 경제불황의 그림자를 안타까워 한다. 결국은 함께 나아가는 것, 힘들어도 서로 끌어안고 보듬어주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함께 더 많은 사람이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나 혼자 보호막속에서 행복하면 안되지 않나. 그런 생각에 잠기고 실제로 요즘 환경과 여성인권에 대한 직접적 행동에 나서기도 한단다. 나희덕 시인이 그리는 삶의 자세는 인간을 포기하거나 인간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넓히고 인간 그 이상으로 다시 그리는 일에 가까움을 알 수 있다. 시인이 마음 한조각을 버리고 얻는 것은 다시 타자를 받아들일수 있는 열림이다. 그리하여 인간이 타자나 인간아닌 존재에게 환하게 마음을 열때 프라스틱 쓰레기에서 만다라를 펼치는 것처럼 어느덧 생각지도 못한 유토피아에 성큼 다가서게 되는 것 아닐까. 스타필드수원 별마당도서관: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성로 175 강연 프로그램 및 공연 안내 출처: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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