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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밭에서 피어난 문학의 꿈
8.9일, 제33회 홍재백일장 개최, 온 가족이 함께 즐긴 여름날의 즐거운 추억
2025-08-11 15:31:18최종 업데이트 : 2025-08-11 20:46:10 작성자 : 시민기자 이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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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가 걸려있는 홍재백일장 홍보물
시화전 한가운데서 열린 백일장 8월 9일 오후 1시, 수원 만석공원 미술전시관 앞마당은 이색적인 풍경으로 물들었다. 수원문인협회가 주최한 제33회 '홍재백일장'이 시화전 한가운데서 열렸기 때문이다. 전시관 내부에는 수원문협 회원들의 작품이 걸린 여름 시화전이 진행 중이었고, 그 전시장을 둘러싼 야외에서는 예비 시인들이 원고지 위에 한 글자씩 자신의 꿈과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이번 대회는 정조대왕의 효심과 문학 정신을 기리고자 마련됐다. 참가 부문은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대학·일반부로 나뉘었으며, 운문 또는 산문 중 하나를 선택해 응모할 수 있었다. 특히 수원문학대학 '꿈나무 글쓰기 교실' 수강생들과 협동조합 샘물의 여름방학 특별 프로그램 참가 어린이들이 대거 참여해 현장에 활기를 더했다.
"발길을 멈추게 한 건 시에 대한 동경", 어느 참가자의 고백 참가자 중 서울 강남구에서 온 유화정(47) 씨는 전시관에 그림을 보러 왔다가 현수막을 보고 즉석에서 참가를 결심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종이에 몰두하며 원고지를 채워나가는 모습이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잘 쓰진 못하지만, 시와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저를 이 자리에 앉게 했어요. 생각보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집중이 되네요." 그의 말은 백일장이 주는 순수한 매력을 잘 보여준다. 글을 쓰는 그 순간, 누구나 시인이자 작가가 될 수 있었다.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는 유화정 참가자의 모습
전국 각지로 뻗은 '홍재백일장' 수원문인협회 관계자들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각 학교를 직접 찾아다니며 홍보 활동을 벌였다고 한다. 참가자 리스트를 훓어본 결과 수원시민이 대부분이었지만 서울, 전남 등 타지역 참가가들도 눈에 띄었다.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운기 수인문인협회 회장(사진 가운데 인물) '홍재'라는 이름의 뜻 '홍재(弘齋)'는 조선 제22대 임금 정조대왕의 호다. 정조는 탕평책으로 인재를 고루 등용하고 실학을 발전시켜 조선 후기 문학의 황금시대를 열었다. 정치가이자 문인이었던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수원문인협회는 33년째 이 대회를 이어오고 있다.
이 대회는 단순한 글쓰기 행사를 넘어 시민들이 글을 쓰고 창작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며, 향토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
한여름의 시제, 글 속에 담다 오후 1시 30분, 시제가 발표됐다. 초등부는 '꿈', '매미', '해바라기', 중·고등부는 '꿈', '스마트폰', 대학·일반부는 '흔적', '친구'가 주어졌다. 참가자들은 시화전 전시장과 공원 곳곳에 자리를 잡고 원고지를 채워 나갔다.
꼬마 참가자들은 서로 속삭이며 이야기를 나눴고, 중고등학생들은 친구와 웃음을 나누며 글쓰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는 사람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초등부 시제
백일장은 어느새 가족 나들이의 장이 됐다. 아이와 부모가 나란히 앉아 시제를 고민하고, 부모는 옆에서 조용히 격려했다. 평소 글과 거리가 있던 시민들도 이날만큼은 '작가'로 변신한다. 참가자들의 표정에는 한여름 햇살처럼 밝은 웃음이 번졌다.
한가족이 백일장에 참가해서 회장과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제33회 홍재백일장은 오후 5시까지 이어졌다. 모든 작품은 심사를 거쳐 9월에 시상식이 있을 예정이다. 수상작은 작품집으로 제작돼 수원 전역의 도서관에 배포될 예정이며, 이는 백일장을 지역 문화의 자산으로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 될 것이다.
무더운 말복의 더위에도 다양한 계층의 참가자들은 '시 밭'에서 문학의 꿈을 가꾸었다. 이 특별한 경험은 참가자들에게 오래도록 남을 추억이자 창작의 씨앗이 될 것이다. 정조대왕의 호 '홍재'처럼, 이 백일장은 앞으로도 문학 인재를 발굴하고 길러내는 터전이자 수원 문학의 자긍심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행사를 준비하고 또 진행을 맡은 회원들의 밝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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