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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의 낡은 사진첩, 시대를 관통하는 울림이 되다
수원시립미술관 10주년 특별전 《머무르는 순간, 흐르는 마음》
2025-09-29 18:07:57최종 업데이트 : 2025-09-29 18:07:54 작성자 : 시민기자 강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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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입구, 박물관 같은 분위기를 느낀다 수원시립미술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9월 26일(금)부터 2026년 1월 11일(일)까지 한국근현대미술전 《머무르는 순간, 흐르는 마음》를 전시한다. 수원시립미술관에 들어서자, 마치 오래된 다락방에서 소중한 보물 상자를 열어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개관 10주년을 맞아 미술관이 야심 차게 준비한 한국근현대미술전 《머무르는 순간, 흐르는 마음》. 교과서에서나 보던 거장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발길을 끌지만, 그 시작이 수원이 낳은 예술가, 나혜석의 낡은 사진첩 한 권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전시 전경 일부 한 예술가의 사진첩에서 시작된 이야기 전시는 나혜석이 말년에 직접 사진을 오려 붙이고 붉은 잉크로 글씨를 써 내려간 사진첩을 조용히 비추며 시작한다. 차분한 조명 아래, 유리관 속에 고이 놓인 사진첩. 가족과 함께한 행복한 순간, 세계를 누비던 찬란한 시절 모습들이 담겨 있지만, 심하게 흔들린 글씨체는 그녀가 겪었을 고통의 시간을 짐작하게 해 마음 한편을 아리게 만든다. 단순한 기록이 아닌, 한 인간 삶의 순간들이 빼곡히 담긴 이 사진첩은 이번 전시 심장과도 같다. 사진첩을 복원하고 연구하는 과정을 함께 보여주며, 한 예술가의 사적인 기록이 어떻게 우리 모두 이야기로 확장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수원시립미술관이 소장한 이 소중한 자료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수원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전시 전경 일부 "이 그림, 나도 아는데!" 교과서 속 거장들의 마음을 만나다 사진첩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가족'과 '여행'이라는 두 갈래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사진첩을 지나 마주하게 되는 임군홍의 <가족>은 그 따뜻함의 절정이다. 한국전쟁 발발 직전에 그리기 시작했다는 그림 속에서, 곧 태어날 막내까지 품은 가족의 단란한 모습은 애틋함을 자아낸다. 나혜석 사진첩 속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박수근 그림 속 아이들과 아낙의 소박한 모습으로, 또 전쟁으로 헤어진 가족을 향한 이중섭의 애절한 은지화로 이어진다. 수원 출신 화가 백영수의 <모성의 나무> 연작 앞에 서면, 단순한 선으로 그려진 엄마와 아이 모습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과 그리움을 느끼게 된다. 전시의 또 다른 축인 '여행'을 주제로 한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나혜석처럼 여행을 통해 예술 세계를 확장한 박래현의 추상화는 낯선 문명에서 받은 강렬한 영감을 그대로 토해내는 듯하다. 붉고 검은 색채와 역동적인 형태들은 관람객을 단숨에 이국의 한가운데로 데려간다. '꽃과 여인의 화가' 천경자의 대표작 <여인상>에서는 화려한 색채 너머, 수많은 여행을 통해 자신을 찾아 헤맸을 예술가의 고독한 내면이 비친다. 이채영 학예연구사가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 [전시기획자 인터뷰] "거장의 마음을 느끼는 시간이 되길" 전시를 기획한 이채영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나혜석이라는 한 예술가의 지극히 사적인 기록에서 출발해,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들의 보편적인 감정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관람객들이 근현대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지만, 그림에 담긴 예술가들의 삶과 마음에 공감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특히 나혜석의 사진첩을 통해, 예술적 성취가 결국 우리의 평범한 삶의 순간과 관계 속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공감하여 위로와 감동을 얻길 바란다."라며 전시 감상 방향을 전한다. 전시 전경 일부 우리가 이 전시를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 《머무르는 순간, 흐르는 마음》 전은 단순히 유명 작품을 모아놓은 블록버스터 전시가 아니다. 한 사람의 삶이 담긴 유품을 통해 시대의 아픔과 개인 감정을 섬세하게 엮어낸, 한 편의 잘 쓰인 소설 같은 전시다. 차분한 조명 아래, 작품 하나하나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전시 공간은 그림 속 인물들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나혜석, 박수근, 이중섭, 천경자 등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13인의 작품 55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흔치 않은 기회다. 올가을, 딱딱한 미술사 공부가 아닌,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면 수원시립미술관으로 향해보자. 낡은 사진첩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와 함께, 그림 속에 흐르는 거장들의 마음에 흠뻑 빠져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머무르는 순간, 흐르는 마음》 포스터 《머무르는 순간, 흐르는 마음》 ○ 기간 : 2025년 9월 26일(금) ~ 2026년 1월 11일(일) 10:00~18:00 (입장 마감 17:00) ○ 시간 : 하절기(9월~10월) 10:00~18:00 동절기(11월~1월) 10:00~19:00 매주 월요일 휴관 매월 2주 금, 마지막주 수요일 21시까지 야간개방 ○ 부문 : 기획전 ○ 장르 : 복합 (회화 중심 전시) ○ 작가 : 나혜석, 박래현, 박수근, 배운성, 백남순, 백영수, 서진달, 임군홍, 이응노, 이종우, 이중섭, 장욱진, 천경자 ○ 구성 : 한국근현대미술, 나혜석부터 천경자까지 1, 2, 3, 4부로 구성 ○ 해설 : 10월 중 공지 ○ 대상 : 전체관람 ○ 휴무 : 매주 월요일 ○ 예약 : 자유 관람 ○ 요금 : 성인 4,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 장소 : 수원시립미술관 제3, 4 전시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33 (신풍동) ○ 주차 : 관내 주차장 ○ 계정 : https://suma.suwon.go.kr/ ○ 문의 : 031-5191-38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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