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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엉킨시간 속에 홍상수 감독'자유의 언덕'
2014-09-25 17:33:07최종 업데이트 : 2014-09-25 17:33:07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워낙 영화를 좋아 하는지라 추석 연휴동안 <명량>, <해적,> <비긴어게인>, <자유의 언덕> 무려 4편의 영화를 보았다. 먼저 명량은 워낙 많이들 보신 영화고,,, 해적은 아무 생각 없이 즐기면 되는 오락을 겸비한 판타지영화고 감동이 물밀듯 밀려온 비긴 어게인은 영화도 좋았고 음악도 좋았고 관객도 많아 꽤 선전이 잘되어 흥행에 성공 한 것 같다.

내가 오늘 포스팅 해보고자 하는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로 상영하는 영화관이 드물어 수원에서 분당까지 원정을 가서 본 영화이기도 하다. 분당 오리 CGV에서 하루 두 번 무비 꼴라쥬로 상영하고 있었다. 물론 제일 작은 상영관에서 객석은 절반도 안찼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아무도 쉽사리 일어나지 않고 여운을 즐긴 영화 이기도하다.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영화이다.

영화의 내용은 몸이 아파 일상을 포기해야 했던 권(權)(서영화)이라는 어학원 강사가 있다. 산에 들어가 요양을 한 후 몸이 회복되어 서울로 돌아오게 된 날, 그녀는 전에 일하던 어학원에 들린다. 거기에 그녀에게 보내진 두툼한 편지 봉투 하나가 맡겨져 있었다. 

이년 전 모리(카세 료)라는 일본인 강사가 어느 날 그녀에게 결혼 신청을 한 적이 있다. 권은 생각할 말미를 달라고 했고, 그 다음날 거절했다. 모리는 그 직후 일본으로 돌아갔는데, 그가 한국에 다시 돌아와 그녀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모리의 편지를 어학원 로비에서 한 장 읽었고, 읽고 난 후 갑자기 신선한 공기가 필요해졌다. 어학원 계단을 내려오다가 머리가 핑 돌아 쓰러졌고, 그때 손에 들고 있던 편지들이 계단 밑으로 떨어졌다. 흩어진 편지들을 거두어들이면서 권은 편지들에 날짜가 없음을 깨달았다. 이제 그녀는 편지들이 쓰인 순서를 정확히 알 도리가 없게 됐다.

자유의 언덕은 9월 4일에 개봉을 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이 단순한 줄거리 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하지 않게 느껴지는건 줄거리들이 토막토막 나뉘어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권이 손에 들고 있던 편지를 계단에서 떨어트리는 바람에 편지 한 장을 분실했고 편지지에 순서가 없어 편지를 순서대로 나열하지 않고 뒤죽박죽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복선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관객에 따라, 없어진 편지 한 장으로 새로운 결말을 도출 할 수도 있고 전혀 새로운 시간의 흐름으로 다른 결론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아마도 홍상수 감독은 이 영화에서 시간은 실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뇌가 과거 현재 미래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2011년 '북촌방향' 2013년"우리선희"에 이어서 2014년 "자유의 언덕"으로 추석 연휴를 시작해서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 문소리의 연기를 좋아 하는데 연기할 때 예쁘게 꾸미지 않는 것이 그녀를 돋보이게 하고 연기가 리얼하게 되살아난다고나 할까? 물론 일본배우 카세료의 연기도 흡족했고 윤여정의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와 김의성 서영화의 연기도 리얼했다. 

이 영화를 보다보면 시간이란 것이 과거-현재-미래로 명확하게 나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동시에 사랑에 있어서 시간의 뒤엉킴 쯤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되고 관객은 자신의 생각대로 자유롭게 결말을 맞는다.
누구는 이것이 모리의 꿈 이야기라고도 하고 또 누구는 모리와 권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쪽으로 행복한 결말을 유추하기도 한다.

여기에 이영화의 매력이 숨어있다. 이 영화를 보고 우리가 만든 시간과 도덕이라는 틀에 우리가 갇혀서 헤어나지 못하고 미래를 위한 현재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를 보고 와서 마음이 많이 힐링이 된것같다. 참 좋은, 가슴에 남는 영화였다. 좋은 영화를 봐서 행복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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