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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그리다 정조
2017-07-08 08:35:06최종 업데이트 : 2017-07-08 08:35:06 작성자 : 시민기자   공석남

7일, 율현초등학교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이곳은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정류장의 인문학 글판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얼굴이 찡그려졌다.

'자부심을 갖고 인문학 도시를 지향하는 수원시는 2013년부터 버스정류장에 시민들의 창작시를 게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라는 시정뉴스를 본 적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 혹은 시를 즐겨 읽는 시민들의 발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시정사업이다.  시민의 정서함양을 위한 시정이기에 함께 즐김을 나눌 가치가 있다.

버스 정류장 인문학 글판
버스 정류장 인문학 글판

인문학 글판 한쪽이 우그러져 있다
인문학 글판 한쪽이 우그러져 있다.

그런데 글판을 바라보며 웃는 얼굴이 아니라 찌그러진 글판의 얼굴들이 보였다. 언제부터 이런 모습으로 글판은 헐어져가고 있었을까. 글판의 글은 '웃으시다 정조' 란 제목 아래 푸른 수원을 꿈꾸며 바라는 중학생의 마음이 들어있다. 이런 마음이 수원시민이 바라는 푸른 수원일 것이다. 잠깐 그 예쁜 마음을 담아보자.

웃으시다 정조


어느 적 꿈에는 정조께서 오셔서 후손
수원은 나라의 중심이며 푸른 고장이지 하시며는
곧 묻기를 말하여 무엇이 푸른 것인가, 수원

하실 적에 나는 하늘이 푸르러요
표면 가득히 하늘을 머금은 일월이 서호저수지가
푸르러 와요 하면

살짝 웃으실 적에 또 나는 소나무가 푸르러 와요
사철 뒤덮는 강한 기상은 팔달산에 광교산에 우뚝서
푸르러 와요 하면

더 크게 웃으실 적에 나는 다시 사람이 푸르러 와요
푸르른 수원을 가슴에 아로 새겨 담고서
해사하게 웃는 얼굴로 이웃을 반기는
모든 빛나는 사람들을 품에 끌어안아 내 고장이
푸르러 와요

이런 마음을, 노래를 가슴에 품고 있는 학생의 마음이다.
소박한 푸른 바람을 수원시민이 함께 나누길 바라는 그 마음을 인문학 글판에서 찡그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활짝 펴는 기상으로 푸른 하늘을, 서호를, 일월을 푸르게 불러와야 하지 않을까. 또한 팔달산과 광교산의 우람한 모습도 푸른 소나무 숲도 불러와 한자리에 앉히는 글판이다.

시인이 말하듯이 우리들 가슴에 푸르게 물들며 언제까지나 정조의 후손답게 살자는 기상이 높고 깊다.
'정조 웃으시다' 자꾸 읽다보면 수원을 사랑하는 마음 깊음을 안는다. 시어가 주는 의미와 색다른 발상으로 단락을 지으며 고풍스런 고어를 사용한 것처럼 융숭 깊음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또 동요를 노래하듯 그 의미에 읽는 재미도 있다.

헌데 헐어져 내린 한쪽 끝을 보면서 정조의 웃음은 사라질 것 같다. 안타깝다. 빠른 시정을 요구한다. 똑바로 된 글판에서 '정조 찡그리다' 가 아닌 '정조 웃으시다' 로 되살아나길 바란다. 환한 얼굴로 마주하는 눈빛이었으면 좋겠다.

인문학 글판, 정조, 공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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