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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수원연극축제... 그게 벌써 27년 전이구나
김우영 언론인
2023-05-23 10:50:28최종 업데이트 : 2023-05-23 14:14:25 작성자 :   e수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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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월의 숲 속에서 열린 2023 수원연극축제. 스페인 극단 Cia Du'K'tO의 혼성 2인무 '머리를 쓰다듬으며'공연 장면, (사진/김우영)

 

올해 수원연극축제가 성황리에 끝났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20일~21일 이틀 동안 옛 서울대 농대인 경기상상캠퍼스에 몰렸다. 숲속에서 펼쳐진 다양한 공연은 무척 흥미로웠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제1회 행사를 생각했다. 스크랩북을 뒤져 오래된 편지를 찾아냈다. 하나는 북경 중국문화부 대외연락청에 근무하는 방용선(方勇善) 선생이 보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 길림성 경극단 단장이자 '국가1급 연원(演員)'인 구양갑인(歐陽甲仁) 선생의 것이었다.

 

이 두 사람은 왕영택 길림성 문화청 부청장과 함께 길림성경극단을 이끌고 1996년 열린 제1회 '수원화성 국제연극제'에 참가했다. 수원화성 국제연극제는 수원연극축제로 이름을 바꾸었다.

 

조선족 동포인 방 선생은 당시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문화국 부국장이었는데 귀국 후 북경에 있는 중국문화부로 영전했다. 총명하고 능력이 있는데다 품성도 좋은 사람이었으니 고위직까지 나갔으리라, 그리고 나와 비슷한 나이였으니 은퇴해서 여유 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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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996년 수원화성 국제연극제가 끝난 후 중국 공연단으로부터 받은 편지

 

그들의 편지에는 수원에서 열렸던 연극제의 소회와 고마움이 담겨있었다.

 

"이번 수원 국제연극제에 참가하여 김선생과 같은 훌륭한 분을 벗으로 사귄데 대하여 아주 기쁘게 생각합니다...(중략)...전체 배우들이 감동을 느낀 것은 남한산성에 오셔서 우리를 위해 베푼 만찬이었습니다. 수원의 명예를 자신의 명예처럼 간주한 그 마음이었습니다. 우리 전체 배우들과 길림성문화청 왕영택부청장이 탄복과 경의를 표시합니다...(중략)...만약 중국에 올 수 있다면 찾아주십시오. 재미있게 술 한 잔 나누면서 회포에 잠겨봅시다.-1996년 9월 22일 북경에서 방용선 올림"

 

"김선생 안녕하십니까? 저희 경극단 15인은 장춘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재한 기간 동안 각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특별하고도 따듯한 관심과 두터운 사랑을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전체 단원을 대표해 다시 한 감사드립니다. 차후에 제게 분부하실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시켜주십시오. 성심성의껏 따르겠습니다...(후략)-1996년 9월 7일 길림성경극단장 구양갑인"

 

방용선 선생의 전화도 받았다. 중국에 오면 비행기표부터 숙식, 관광 모두를 책임질 테니 꼭 방문해 달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들과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몇 년 후 한국을 방문한 방선생의 전화만 받았는데 서로 스케줄이 맞지 않아 만나지 못했다.

 

이들이 나에게 과분한 칭찬의 편지를 보낸 이유가 있다. 국제연극제라고는 하지만 적은 예산에 경험마저 없었으니 중국 길림성 경극단, 미국 오하마매직시어터, 일본 신주쿠양산박, 러시아 유고자빠제 등 외국 참가자들에 대한 대접이 다소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접대를 매우 중시하는 중국 참가자들은 홀대를 받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집행위원이었던 나를 비롯, 몇몇이 주머니를 털어 중국 경극단 송별회 자리를 마련했더니 이런 편지가 온 것이다. 벌써 27년이 지난 일이다.


 

그동안 추진 주체가 바뀌고 행사 내용도 크게 변화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행사는 이어져 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를 뚫고 3년 만에 행사가 재개돼 19만 명이 축제를 즐겼다. 관객들은 코로나19로 억눌린 스트레스를 떨쳐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았을 것이다.

 

수원연극축제는 1996년 수원화성 축성 200주년을 기념해 시작됐다. 초창기 행사의 명칭은 수원화성국제연극제였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성열이 이끌던 수원지역 대표 연극단체 '극단 성'이 시작했다.

 

 

올해 수원연극축제는 총 12개 작품이 공연됐는데 2개 해외 초청작과 1개 다국적 협업 작품, 그리고 나머지는 국내 초청작과 공모작들이다.

 

스페인 극단 보알라 프로젝트의 공중 퍼포먼스 '보알라 정거장'과, 서커스와 무용을 결합한 스페인 극단 Cia Du'K'tO의 혼성 2인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리고 한국 극단 그린피그와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의 예술가들이 연합한 페이크뉴스 프로젝트가 만드는 토론극 '마-피-코(MA-PI-KO)' 컨컨의 '도시조류도감'등이 공연됐다.

 

연극제 도시조류도감

<사진> 컨컨의 도시조류도감 공연 모습(사진/김우영)

 

주최 측은 올해 "야외에서 펼쳐지는 거리극과 서커스, 무용 등은 물론 이동식 공연까지 다채로운 형식의 공연"이라고 소개한바 있다.

 

공연 외에도 환경을 주제로 한 업사이클링 체험부터 지역 작가들과 함께하는 '숲속 예술 놀이터'를 비롯, 작품활동을 경험해보는 연계 프로그램, 핸드메이드 소품을 파는 플리마켓 등도 열렸으니 숲속의 하루를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예술가와 관객, 자연이 소통하는 축제"라는 주최 측의 설명대로였다.

 

5월의 숲 속에서 열린 2023 수원연극축제. 스페인 극단 Cia Du'K'tO의 혼성 2인무 '머리를 쓰다듬으며'공연 장면, (사진/김우영)

<사진> 스페인 극단 보알라 프로젝트의 공중 퍼포먼스 '보알라 정거장'(사진/수원시포토뱅크 노경신)

 

그런데 아쉬움도 있었다. 수원연극축제 행사장을 아무리 둘러봐도 '수원연극'이 보이지 않았다. 명색이 수원연극축제인데.

 

기획자의 무성의인가, 아니면 지역연극인들의 무관심이거나 역량 부족인건가.

 

내년부터는 주최 측과 지역연극계가 머리를 맞대고 반드시 고민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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