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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노시니어존’과 수원시 노인 우대 '효도업소'
김우영 언론인
2023-06-03 18:39:28최종 업데이트 : 2023-06-05 14:56:15 작성자 :   e수원뉴스

노시니어존과 수원시 노인 우대 효도업소


수원시에는 '효도업소'라는 표지판이 붙은 업소들이 있다. 노인에게 이용요금을 할인해주는 이·미용업소와 음식점, 목욕탕, 안경점 등이다. 할인 연령, 할인율, 할인 항목 등을 업소가 자율적으로 설정해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효도업소로 지정된 곳은 195개소다.

 

시는 효도업소에 인증 표지판을 부착하고, 업종별로 맞춤 용품을 지원한다. 효도업소 정보를 담은 안내문을 제작해 노인복지회관 등에 배포, 홍보에 나섰다. 또 분기별로 우수 업체 10개소를 선정해 표창장도 수여하고 있다.


수원시 효도업소

<사진> 효도업소 표지판

 

내 단골 음식점과 이발소, 안경점 중에도 효도업소 안내판이 붙은 곳이 있다. 지금은 폐업했지만 행궁동 수원천 옆 이발소도 그런 곳이었다. 게시해놓은 가격보다 훨씬 낮은 5000원을 받길래 왜 그런가 물어봤더니 '어르신 할인업소'라는 것이다.

 

아직 '어르신'이 아니라고 했다. 나이가 70도 안된데다가 내 품성이 어르신과는 아직 멀기만 하기 때문이다. 어르신 소리를 들으려면 한생은 더 살아야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어르신 소리를 들을만한 사람들이 몇 없다. 있었는데 대부분 돌아가셨다. 고 김동휘 선생, 고 심재덕 시장, 고 안익승 선생 등... 현재 생존해 계신 분들은 세 손가락을 간신히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점점 어르신들이 사라져 간다. 존경의 대상이 될 만한 어른이 드물다.

 

노인들을 경원시(敬遠視)하는 풍조가 퍼지는 것도 본 받을 만한 어른을 보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점점 노인이 돼가는 나도 크게 반성해야 할 문제다.

 
 

얼마 전 '노시니어존'이라는 게 등장했다고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영유아·어린이를 동반한 손님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이 사회문제화 된 데 이어 이번엔 노시니어존이다. 유쾌하진 않았지만 올게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시니어존은 중년·노인 출입 제한구역이다.

 

지난 5월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60세 이상의 어르신들 입장은 제한한다'는 문구가 입구에 적혀있는 가게 사진이 올라왔다.

 

이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노인들은 어디로 가란 말이냐", "장사할 생각이 없네" 등 반대의견이 많았지만 업주를 옹호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노인 상대가 더 어렵다", "오죽하면 저런 글을 써놓았겠느냐", "진상 손님을 많이 겪어봐서 이해가 된다"라는 것이다

 

지난 2019년에도 어느 작은 포장마차 식당에서 '49세 이상 정중히 거절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내걸린 적이 있었다. 여성이 홀로 운영하는 식당이었는데 중장년층 손님들의 응대가 어려웠다고 한다.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리는 이른바 '노땅'들도 있었을 것이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도 카페 금연구역 내에서 흡연을 제지당한 중년 남성 손님들이 행패를 부리는 CCTV 영상이 공개됐다. "(직원이) 금연을 안내했더니 커피를 붓고 잔을 던지며 '잘 치워봐, 신고해 봐' 조롱했다", "너무 무섭고 힘들다"라는 호소와 함께.

 

 

물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다. 공분을 살만 하다. 한 누리꾼의 "백인식당, 흑인식당으로 나누는 인종차별과 다를 게 없어요. 어려도 어른보다 더 성숙할 수 있고, 나이가 많다고 다 꼰대가 아닐 수 있잖아요. 사업자의 자유라는 명목 하에 소비자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거예요. 특정 집단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많아지는 게 정말 이상적인 사회일까요"라는 말에 공감한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노시니어존이 생긴 이유가 특정 어르신이 어떤 장소에서 무례한 행동이나 이런 것들을 했는데 이것을 전체 노인 집단으로 과도하게 일반화해서 전체 노인 집단을 특정 장소나 식당에 금지하는 것은 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나도 중장년층 남성들이 여성 가게주인·종업원, 어린 여성 아르바이트생에게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을 수없이 보았다. 전철에서 술에 취해 불쾌한 얼굴로 젊은 세대들을 욕하고 정치적인 발언을 과도하게 쏟아내는 것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장·노년 세대에 대한 혐오감을 스스로 키우고 있는 것이다.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간 단절감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앞으로 젊은이들의 노인 부양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도 걱정거리다. 노시니어존에는 이런 우리사회의 문제점이 담겨있다.

 

이런 세태에서 수원시의 효도업소에 참여해준 업소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김우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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