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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조혈모세포 기증’ 지가영 주무관, 큰 선업(善業)을 쌓았다
김우영 언론인
2021-04-18 12:26:55최종 업데이트 : 2021-04-20 09:13:17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조혈모세포 기증' 지가영 주무관, 큰 선업을 쌓았다

 

며칠 전 수원시청에서 보내 온 취재 지원 자료 중 유난히 내 눈길을 끄는 제목이 있었다. '수원시 공직자, '수만 분의 일'기적 만들어냈다'라는 제목의 자료다. 내용은 수원시 교육청소년과 평생학습팀 지가영 주무관이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는 것이다.

 

'조혈모세포'가 무엇인지, 왜 '수만 분의 일'인지 궁금해져 자세히 읽어봤다. 지 주무관은 2015년 함께 근무했던 직원이 '혈액암' 진단을 받자 이 병으로 고통을 겪는 이들을 위해 동료직원들과 함께 '조혈모세포 기증' 서약을 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올해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으로부터 '조직적합성항원(HLA) 유전형이 100% 일치'하는 환자가 있다며 기증의사를 묻는 연락을 받았다.

 

지주무관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조혈모세포 기증을 결심했고 가족들은 흔쾌히 동의했다. 건강검진, 유전자 검사에다 입원해 조혈모세포를 이식해야 하므로 직장도 며칠간 쉬어야 했지만 전 직원들은 "정말 훌륭한 결정을 했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조혈모세포 기증이 두렵지 않았을까?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전혀 힘들거나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요즘은 헌혈하듯이 비교적 간편하게 기증을 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주무관은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기증받은 이가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나중에 그 사람에게 다시 조혈모세포가 필요한 상황이 오면 또 기증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조혈모세포 기증 후 이식대상자의 완쾌를 기원하는 지가영 주무관/사진 수원시 제공

조혈모세포 기증 후 이식대상자의 완쾌를 기원하는 지가영 주무관/사진 수원시 제공
 

그런데 조혈모(造血母)세포가 무엇일까? 말 그대로 '혈액세포를 만드는 어머니 세포'다. 정상인의 혈액에 약 1% 정도 해당되는 조혈모세포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모든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진 세포다. 혈액암·백혈병·재생불량성빈혈 같은 난치성 혈액질환을 가진 환자는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으면 치료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식까지의 과정이 쉬운 게 아니다.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려면 환자와 기증자 간 조직적합성항원(HLA) 유전자형이 일치해야 하는데 타인은 수만 분의 1, 부모는 5%, 형제자매는 25%밖에 안된다. 기증자를 찾는 게 매우 어렵다는 얘기다. 지가영 주무관은 수만 분의 1에 해당되는 사람이었다.

 

기증을 승낙하면 이식대상 환자는 거부반응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조혈모세포의 생착을 돕기 위해 평소보다 5배에 달하는 고단위 방사선요법과 고농도의 항암치료를 받게 된다고 한다. 만약 이 기간에 기증 의사를 포기하게 되면 환자는 사망하고 만다는 것이다.

 

어느 조혈모세포 기증자는 이런 후기를 남겼다. "비록 세포를 받는 환자가 100% 살 수 있다는 보장도 없지만, 내가 (기증을) 안 하면 100% 죽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모두 참을만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참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알아봤더니 아뿔싸, 나이 제한이 있다. 18세부터 40세까지의 신체 건강한 사람만 해당이 된단다.

 

자, 여기쯤에서 지가영 주무관이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는 소식에 내가 더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고백해야겠다. 가영이의 아버지는 화성시청에서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화성시청 최초 부이사관(3급)을 달고 근무하다가 명예 퇴직했고 가영이 동생도 화성시청에 근무하고 있으니 공무원집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가영이는 내 누이동생의 딸이다. 그러니까 나는 지가영의 외삼촌이다. 지금 나이가 30대 중반이지만 아직도 내 기억 속에서는 여리디여린 아이인데 이런 용기를 냈다니 놀랍다.

 

가영이는 어렸을 때부터 생명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가영이 엄마의 얘기를 들어보자.

 

"오빠, 가영이와 함께 경기대학교 언덕길을 오르다가 왕지렁이 한 마리가 길에 나와 꿈틀대는 것을 보고 나는 기겁을 했는데, 가영이는 가방에서 책받침을 꺼내 다칠세라 조심조심 지렁이를 올리더니 풀숲으로 돌려보내주더라"는 것이다.

 

나이 든 남자인 나도 왕지렁이가 길에 나와 있으면 움찔하게 되는데 가영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렁이의 생명을 구해준 것이다. 그냥 두었으면 햇볕에 말라죽거나 자동차나 사람에게 밟혀 죽었을 터이다. 그런 친구기에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조혈모세포를 흔쾌히 기증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가영이 엄마와 통화를 했다. "당연히 걱정은 됐지만 큰 위험은 없는데다가 한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말에 네 생각대로 하라고 격려해줬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런데 말이야 오빠, 모르는 사람과 유전형이 100% 일치한다는 기사를 본 주변 사람들이 가영이 아빠가 혹시 젊었을 때 딴 짓한 건 아닌지 잘 알아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깔깔 웃었다. 22일은 아버지 기일인데 그날 만날 형제 중에도 이런 농담을 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의 조카딸 지가영, 자랑스럽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선업(善業)을 쌓았다.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우영 프로필 및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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