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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수원의 핫플레이스, 피크닉 성지가 된 용연(龍淵)
언론인 김우영
2021-04-26 09:27:47최종 업데이트 : 2021-04-26 10:36:48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용연으로 소풍 나온 사람들/사진 김우영

용연으로 소풍 나온 사람들/사진 김우영
 

햇빛 좋은 봄 날, 성곽을 따라 산책을 하다가 방화수류정 옆 암문을 통해 성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용연 주변은 물론 그 옆 잔디 밭, 나무그늘, 심지어는 각건대라고도 불리는 동북각루 쪽 성벽 밑과 그 아래 언덕 턱이 진 곳에도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 있다. 꼭 빨랫줄에 제비들이 앉아 있는 것 같다.

 

얼핏 보면 여기서 무슨 공연이 열리는 듯싶다. 가족들은 돗자리를 펴고 둘러 앉아 정담을 나누거나 만개한 봄꽃과 신록을 감상하고 있다. 친구나 연인이 함께 돗자리에 예쁘고 작은 탁자, 꽃, 풍선, 음료수 등을 준비해 용연과 방화수류정을 배경으로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인근엔 저 탁자와 꽃, 풍선, 담요 등을 빌려주는 곳이 몇 군데 있다. 대부분 카페에서 피크닉 용품을 빌려주는데 전문점도 생겨 호황을 맞고 있다.

 

용연에서 가까운 피크닉용품 전문점에 들렀다. 젊은 사장에게 물어보니 피크닉셋트별로 차이가 약간씩 있는데 평일엔 1만원~2만원, 주말이나 공휴일엔 1만5000원~2만5000원을 받는다. 3시간 기준인데 요즘은 시간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아, 이렇게 아이디어를 내서 먹고사는 사람들도 있구나"하고 감탄했다.

피크닉셋트를 대여해주는 곳도 여럿 생겼다./사진 김우영

피크닉셋트를 대여해주는 곳도 여럿 생겼다./사진 김우영
 

이곳은 이제 젊은이들 사이에서 소문난 피크닉 1번지가 됐다.

 

이처럼 사랑받는 용연도 철조망으로 가로 막혀 접근이 금지됐던 때가 있었다. 문화재 보호차원에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출입이 금지된 용연은 을씨년스러웠다. 하긴 용연 뿐 아니라 장안문, 화서문 등도 모두 출입이 금지됐던 시절이었으니까. 하지만 화홍문은 개방했다. 여름 밤 더위를 피해 온 시민들로 새벽까지 붐비곤 했다. 사진가 ㅇ형도 술 취한 여름밤 몇 번 이곳 신세를 졌다고 했다.

 

그런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용연을 놀이터 삼아 소일하던 동네 노인들은 모두 어디에 계신 걸까? 막걸리 잔을 나누며 불콰해진 얼굴로 이웃의 얘기며, 세상사를 논하던 그분들은 젊은이들에게 밀려나 다리 위, 또는 수원천 건너 벤치에 앉아 있다.

 

아니다. 밀려난 것이 아니다. 터줏대감들이 젊은이들에게 용연을 양보한 것이다. 젊은 관광객들이 밀려오자 스스로 자리를 옮겼다. 이것이 세상을 더 산 어르신들의 마음이다.

 

실은 나를 비롯한 (사)화성연구회 회원들도 용연의 단골 손님들이었다. 지금은 자리를 옮긴 뚱뗑이막걸리 주막에서 술과 안주를 받아다 용연 옆 잔디밭에서 또는 수원천 제방 위에서 밤늦도록 술을 마시며 화성 이야기꽃을 피웠다.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했던 외국인들도 여기서 우리와 함께 막걸리를 마셨다.

 

잊을 수 없는 추억도 있다. 지난 2000년 9월 2일 6.15합의에 따라 장기수 노인들이 북으로 송환됐다. 이에 앞서 8월 22일 오후 2시 환송행사인 '비전향장기수 송환 축하 문화공연'이 수원포교당(수원사)에서 열렸는데 40여명의 장기수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내가 쓴 '통일의 이름으로 다시 오시라'라는 시가 낭독됐다. 이 시는 작곡가 유익상 씨에 의해 노래로도 만들어져 가릉빈가소년소녀합창단이 공연하기도 했다.

 

행사가 끝나고 건강과 시간이 되는 열 몇 분을 뚱뗑이막걸리 집으로 모셨다. 이 집은 네 댓 명밖에 들어가지 못하는 관계로 용연 옆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연세들이 많으셔서 한두 잔으로 끝난 단출한 자리였지만 그분들은 "고맙다"며, "통일 되면 꼭 다시 만나자"며, "평양으로 오면 술 한번 거나하게 사겠다"며 껄껄 웃으며 헤어졌다. 그리고 20년 세월이 더 흘렀다.

 

그런데 그 때 송환된 63명의 비전향장기수 가운데 현재 생존자는 15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용연 옆을 지날 때마다 그분들 생각이 난다.

 

이런 저런 추억이 있는 곳이 용연이다. 그 용연이 요즘 다시 빛나고 있다. 젊은이들이 이 오래된 역사적 장소에 몰리니 분위기가 새로워졌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소위 핫플레이스, 피크닉 성지라고도 불리는 용연.

화창한 봄날의 한가로움을 즐기는 사람들/사진 김우영

화창한 봄날의 한가로움을 즐기는 사람들/사진 김우영
 

"형님, 이럴 줄 알았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그 때 거기 집을 사는 건데...아까워요"

 

요즘 그곳으로 자주 산책을 간다는 후배는 입맛을 다신다. 행궁동 일대의 이른바 '행리단길'도 마찬가지라며 아쉬워한다. 맞다. 누가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나? 그런 걸 미리 알았으면 자넨 오늘 나하고 커피 한잔할 시간도 없었겠지?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우영 프로필 및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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