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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근대 인문기행③ 근대가 수원에 보내는 따뜻한 인사 구 수원시청사
- 여행작가 이승태·박동식
2021-06-24 14:32:58최종 업데이트 : 2021-06-24 14:36:28 작성자 :   e수원뉴스 김보라
수원을 대표하는 근대문화유산인 '구 수원시청사' 모습

수원을 대표하는 근대문화유산인 '구 수원시청사' 모습


'수원 구 부국원'에서 향교로를 따라 수원역 방향으로 90m쯤 갔을까, 걸음은 속절없이 또 멈춘다. 왼쪽에 나타난 2층짜리 건물 때문이다.

보기좋은 크기로 반듯반듯하게 잘라 쌓은 화강암 외벽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긴다. 보이는 쪽이 건물의 뒤편인데, 뒤통수가 이리 예쁜건물이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아래엔 이 길을 오가는 시민들을 고려해 예쁜 정원도 꾸며놓았다. 산수유와 철쭉, 장미, 배롱나무에 주목,등나무, 당단풍나무, 소나무 등 변하는 계절을 감안해 수종을 고르고 배치한 신중함이 느껴진다.

벤치도 몇 개 놓인 정원은 세월의 흔적이 새겨진 화강암 벽과 잘 어우러지며 최첨단 건축이 흉내 내기 힘든 정감을 느끼게 한다. 정원 끝에는 너무나 예쁜 야외무대도 마련되어 있다. 도대체 무슨 건물일까?뒷모습이 이 정도인데 앞모습은 어떨까 궁금해 건물을 돌아 앞마당으로 가니 '수원시가족여성회관'이라는 현판이 붙었다. 뭔가 남다르다 싶었는데, 이곳이 바로 수원을 대표하는 근대문화유산인 '구 수원시청사'였다. 주변에 비해 낮은 층수에 덩치도 크지 않다.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위엄이 느껴진다. 이는 이 건물이 지닌 남다른 외관 때문임을 설명서를 보고서야 알았다.

가운데의 현관을 중심으로 좌우가 완벽하게 대칭을 이룬 건물은 전면을 세로형 창문으로 가득 채웠다. 거기다 창문 사이사이로 1층과 2층을 관통하는 돌출된 기둥 같은 외부장식을 더하며 전체적으로 수직성을 강조해 이곳이 권위 있는 공간임을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세로형 구조물들을 커다란 틀 안에 가둬 상승감을 절제시켰고, 지붕을 비롯한 곳곳에 가로형의 장식용 구조물을 사용해 안정감을 더한 점이 눈길을 끈다. 건물의 양끝이 약간 튀어나와 있어 단면이 'E'자를 닮았다. 옛날엔 양끝으로 눈썹지붕을 단 보조출입구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지붕만 그대로고 문은 사라지고 없다.

소공원으로 꾸며진 '구 수원시청사' 건물 뒤편. 화강석 계통의 돌을 사고석 형태로 다듬어 마감한 외벽이 잘 드러나 있다

소공원으로 꾸며진 '구 수원시청사' 건물 뒤편. 화강석 계통의 돌을 사고석 형태로 다듬어 마감한 외벽이 잘 드러나 있다



이렇게 수직성과 수평성을 강조한 것은 한국전쟁 직후 지어진 우리나라 근대 건축물에서 자주 나타나던 모더니즘 건축양식의 특징이라고 한다. 이 시기에 지어진 관공서 건물들에서 자주 볼 수 있다는데, 특히 이 건물은 당시의 시대적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는 수작(秀作)으로 꼽힌다고. 그러한 연유로 지난 2014년 9월 1일 등록문화재 제598호로 지정되었다.

무엇보다 건물의 외벽을 장식한 돌에 눈길이 간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돌을 벽돌처럼 쌓아 올렸는데, 낱개의 크기가 2층 규모의 건물에 딱 어울려 보인다. 지금보다 더 컸더라면 불안정했을 것 같고, 더 작았다면 볼품없었을 듯하다. 설명글에 보니 이렇게 자른 돌을 '사고석'이라고 부른단다. 생전 처음 듣는 말이어서 뜻을 찾아보니 '한 사람이 네 덩이를 들 수 있을 크기의 돌'을 말한단다. 참으로 기발한 건축용어다. 돌의 크기를 한 사람이 들 수 있는 정도로 규정한 옛 사람들의 생각이 너무 재미있다. 덕수궁이나 경복궁 같은 궁궐의 돌담에서 보았을 그 돌이 사고석인 셈이다.

현재의 수원시청 모습

현재의 수원시청 모습


놀랍게도 이 건물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6년에 준공되었다. 지어진 지 60년이 넘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지금도 변함없이 근사한 외관을 자랑하고 있다. 완공후 30년 넘게 수원시청사로 사용되었다고 하니 수원시민들의 애환이 곳곳에 가득 녹아있을 듯하다. 옛 것을 좋아하는 내 취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요즘의 '잘 빠진' 건물들보다 훨씬 더 멋들어져 보여 요리 조리 살피며 한참 마당을 서성인다.'수원 구 부국원'에 이어 '구 수원시청사' 까지, 흥미진진한 근대의 유산들 때문에 이 거리는 점점 더 재밌고, 따뜻하게 다가온다.

P L U S S T O R Y
'구 수원시청사' 60년사완공 후 60여 년이 지나는 동안 건물 외관은 큰 변화 없이 잘 보존되었다. 그러나 내부 공간은 여러 차례의 수리와 보수를 거치며 창문의 모양과 보조출입구의 형태 등이 바뀌었다. 현재는 내부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양끝의 현관을 폐쇄한 상황이다. 완공 후 줄곧 수원시청사 본관으로 사용되던 이 건물은 30여 년이 지난 1987년 처음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1980년대 들어서며 시의 덩치가 커지고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수원시가 팔달구 인계동에 새로운 청사를 지어 옮겨갔기 때문이다.

수원시청이 떠난 자리엔 권선구청이 입주해 2007년까지 권선구청사로사용되었다. 그러다가 2007년 9월 18일 수원시 가족여성회관이 개관하며 청사건물은 지금까지 수원시 가족여성회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1954년 10월 27일 착공, 1956년 7월 26일에 준공된 수원시청사. 한국전쟁 후 파괴된 수원 재건의 기수와 같은 역할을 했다.

1954년 10월 27일 착공, 1956년 7월 26일에 준공된 수원시청사. 한국전쟁 후 파괴된 수원 재건의 기수와 같은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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