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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칼럼] 뒷모습의 표정들
정수자 시조시인
2021-08-17 13:54:51최종 업데이트 : 2021-08-17 13:54:25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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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은 곧 그 사람이다. 앞모습과 달리 뒷모습은 치장을 할 수가 없다. 뭔가 숨기려 해도 감출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드러나는 삶의 지도 같은 것들이 바로 뒷모습의 표정이다.

 

요즘 뒷모습을 많이 보며 부쩍 드는 생각이다. 대면 만남 대신 비대면 속의 뒷모습이 더 드러나는 것이다. 공원에도 거리 두기에 따른 뒷모습이 넘친다. 코로나시국에 걷기 운동을 택하는 사람이 늘어난 게다. 간혹 둘씩 셋씩 짝을 짓는 걷기도 있지만 묵묵히 혼자 걷기가 훨씬 많다. 무슨 수행이라도 하듯, 침묵 속에 걷는 사람들을 따라 공원을 걷다 보면 뒷모습이 많은 것을 보여준다.

 

뒷모습의 표정만큼 걸음새도 다양하다. 크고 작은 신체의 차이를 떠나 걸음새 자체만도 각기 다른 삶의 표출 같다. 대부분은 산책자보다 운동자로서의 뒷모습이고 걸음새다. 운동 나왔으니 파워 워킹이 느린 걷기보다 많은 것은 당연하겠다. 간혹 헉헉 뛰는 사람 옆에 휴대폰에 빠져 느릿느릿 산책자 걸음새도 있긴 하다. 하지만 거개가 생활 속 운동으로 자리 잡은 걷기의 뒷모습들이다.

 

그 가운데 안타까운 뒷모습이 꽤 많이 보인다. 나이 지긋한 사람이 많이 찾는 아침저녁 공원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운동장트랙을 돌듯 한 방향으로 따라 걷다 보면 어딘지 아파 보이는 뒷모습들에 시선이 자꾸 간다. 유모차를 같이 밀며 두런두런 걷는 노인네들을 앞서가기 뭣해서 우정 돌아서 간다. 회복기 환자 옆에서는 추월이 조심스러워 길을 바꿔가기도 한다.

 

뒤틀린 척추며 골반의 엉거주춤 뒷모습. 그런 여자노인들이 더 힘든 것은 생명을 품고 길러낸 몸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렇듯 기우뚱한 저녁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의 굽이를 지나왔을까. 굽은 허리를 연신 펴며 뒤뚱뒤뚱 걷는 이들은 또 어떤 곡절을 이겨왔을까. 그런 뒷모습에는 생의 저녁을 힘겹게 건너던 어머니의 뒷모습이 겹쳐 걸음이 더뎌진다. 고관절 수술에까지 이른 불균형 걸음새가 이승의 마지막 뒷모습이었던 까닭이다.

 

아무려나 육친의 뒷모습은 뒤끝이 유독 쓰고 시리다. 고되거나 아프거나 어려운 삶을 건너가는 중이라면 바로보기도 힘들다. 부모의 생전 뒷모습과 비슷이 늙어가는 형제들 뒷모습 역시 쓸쓸하니 짙은 그림자를 남긴다. 게다가 비듬까지 허옇게 앉은 뒷모습이라면 그만 외면하고 싶게 한다. 눈길을 돌리다 말고 어깨를 털며, 좀 똑바로 펴고 걸으라고, 괜히 잔소리를 얹게 하는 것이다.

 

톺아보면, 뒷모습은 거짓말을 못한다. 변장 방법이 다양한 앞모습과 다른 뒷모습의 정직성이다. 전시에 얼굴의 숯검댕이칠로 검문을 피한 사람이 뒷목 때문에 곧바로 잡혔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뒷목의 꼿꼿함이 지식인의 뒤태로 보여서 근근 숨겨온 신분을 들켰다는 것이다. 앞모습 분장에 구부정한 걸음새까지 위장을 잘해도 삶의 지도 같은 뒷모습에서는 자신을 감출 수가 없나 보다.

 

흔히 뒷모습까지 아름다워야 진정한 아름다움이라 한다. 코로나19로 '따로'의 뒷모습이 많이 보인다. 문득 내 뒷모습은 어떠한지, 등을 쭉 펴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거리 두기 속에 삶의 뒷모습이 더 돌아 뵈는 여름 끝자락, 그 뒷모습이 오래 붉다.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정수자 프로필 및 사진

 

 

정수자, 시조시인, 휴대폰,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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