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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기억과 ‘기록’을 엿보다
김우영 언론인
2021-09-10 15:00:48최종 업데이트 : 2021-09-10 15:00:31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상단표출이미지

 

 

이달 1일부터 28일까지 수원가족여성회관 문화관 2층에서 열리고 있는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기억과 기록을 위한 기획전시 <여기-잇다>'전을 보고 왔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폐쇄된 성매매집결지의 삭막한 사진 몇 장과 그곳에서 일하던 여성들의 소지품 몇 가지 정도를 보기 좋게 전시해놓은 수준일거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내 예상은 빗나갔다. 사회·여성·인권 등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인들의 작품 10여 점은 관점과 표현기법이 다양했고 수준이 높았다.

 

곽예인·곽지수·봄로야·윤나리·이충열·자청·황예지 등 7명의 작가는 아카이브(기록보관소) 사진, 도자기, 설치예술 작품 등으로 수원역 성매매집결지를 기억했고 기록했다. '성매매집결지 내 여성이 겪은 인권 침해와 고립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폭력과 착취를 조명하고 가시화한 작품'들을 보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활동가이자 큐레이터인 찬란(닉네임) 씨의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 하는 진지한 설명을 들으며 '아, 시간을 좀 더 갖고 와야 하는데...'하고 후회했다. 여성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은 시인 ㅈ, 자유기고가 ㄱ 등과 함께 다시 한 번 와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ㅈ이 이 전시회를 보고나면 좋은 시 한편이 생기리라.

 

전시장에 들어서면서 가장먼저 눈에 띈 작품은 곽지수 씨의 'Red Light Wonderland'였다. 침대 시트 크기의 천 한쪽 면은 자투리 천 조각을 섞어 만들고 반대편은 흰색과 회색 사각천을 잇대어 나비 꽃 귀금속 세련된 여성, 원더우먼, 무지개들을 수놓았다.

 

작가는 어렸을 때 고등동 쪽에 살았다는데 어린 눈에는 붉은 조명 아래 세련된 옷을 입고 있는 그 곳 여성들이 화려하게 보였다는 것이다.

 

 곽지수 씨의 작품 'Red Light Wonderland'

곽지수 씨의 작품 'Red Light Wonderland'

곽지수 씨의 작품 'Red Light Wonderland' 뒷면

곽지수 씨의 작품 'Red Light Wonderland' 뒷면

 

원더우먼을 등장시킨 이유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악당을 막아 세우는 듯한 원더우먼 이미지는 승용차 앞을 두 팔 벌려 가로 막던 한 여성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이 천의 귀퉁이엔 옷핀들이 꽂혀있는데 침대 커버가 매트리스에서 흐트러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아하, 작가의 눈은 이렇게 세심했구나.

 

약속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대부분의 작품을 세밀하게 살피지 못했다. 그러나 곽예인 씨의 '어디에도 어느 곳에도', 봄로야 씨의 '유일(唯一)하고 유일(遺佚)한 정원', 윤나리 씨의 '테이블', 이충열 씨의 '우리', 자청 씨의 '공상', 황예지 씨의 '번역의 말' 등 모든 작품 앞에서 쉽사리 발걸음을 떼기는 어려웠다.

 전시장 내부

전시장 내부

 

지난 5월 31일 폐쇄를 전후해 수원역 성매매집결지에 대한 사설과 글을 여러 편 썼다. 현장에도 수차례 다녀왔다.

 

특히 폐쇄 직전 사진가 이용창 형과 함께 그녀들이 생활했던 방들과 '손님'들을 청하던 유리 '쇼케이스'에도 들어가 봤다. 평소엔 들어가기 어려웠던 좁은 골목들도 돌아봤다.

 

그녀들이 버리고 떠난 생활용품들과 옷가지, 신발, 주인 잃은 소박한 세간들 앞에서 한참동안 서 있었다. 그녀들의 방엔 활짝 핀 해바라기꽃 조화와 그림이 왜 그렇게 많았을까.

 

해바라기꽃의 고개는 해가 있는 쪽을 향해 있다. 그래서 '태양의 꽃'이라고 불린다. 그녀들이 살았던 쪽방엔 창문이 없어 24시간 전등불을 켜놓았다고 한다. 그래서 태양빛을 받는 '해바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또는 해바라기를 '황금꽃'이라고도 부르는데 돈을 많이 벌어 이곳서 나가고 싶은 마음에 조화나 그림이라도 들였던 것일까? 실제로 어떤 방에서는 로또 용지 뭉치가 나온 것을 보고 마음이 짠했었다.

 

'여기-잇다' 전시회는 "오랫동안 멈추지 않고 수원역성매매집결지에서 발생한 폭력의 역사를 지우거나 가리지 않고,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해 마련한 전시"라고 (사)수원여성인권돋움 측은 설명한다.

 

수원역 성매매집결지는 지도상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곳, 그러나 누구도 기억하려하지 않았던 곳이다. 그 역사도 분명 수원사의 한 부분임에 틀림없다.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어 이 전시회를 보길 권한다.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우영 언론인 프로필 및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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