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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은행나무 황금색 잎은 예쁜데...열매냄새를 어쩌나
김우영 언론인
2021-10-01 15:14:10최종 업데이트 : 2021-10-05 15:05:16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일주일에 한번은 아내와 아들, 딸을 불러내 외식을 한다. 자주 가는 집은 세류역 건너편에 있는 작은 음식점 전주식당이다.

 

이집 주인아주머니는 중국동포다. 원래 손맛이 있는데다 한국에 와서 취직한 곳이 전주 한정식집이었다고 한다. 한국음식을 제대로 배운 것이다. '맛'하면 전주 아닌가?

 

'전주'라는 지명만 떠올려도 저절로 침이 넘어간다. 비빔밥, 콩나물국밥, 아욱국, 피순대, 옛 임금들의 수라상 부럽지 않은 백반 한상, 그리고 그야말로 진수성찬을 내주는 막걸리골목집들...

 

오늘 글 주제는 이게 아닌데 딴 길로 빠졌다. 가을이 되니 입맛이 다시 살아나는 것인가. 어쨌거나 나 혼자라도 가을이 가기 전 전주에 한번 다녀와야겠다.

 

 

 

오늘은 아내와, 일찍 일을 마치고 퇴근한 아들이 함께 전주집 식탁에 둘러앉았다.

 

그런데 아들이 자꾸 코를 킁킁거리더니 "아부지 무슨 냄새 안나요?"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무심코 "누가 개똥을 밟았나?"라고 말하며 내 신발을 내려다 봤다. 아하, 그제야 냄새의 정체가 밝혀졌다.

 

세류동 비행장 방향 가로수길을 운동 삼아 걸어오다가 길바닥에 가득 떨어진 은행열매들을 밟은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가을이 되어 노란 은행잎이 깔린 길을 아주 좋아한다. 그 길을 걸으면 주머니에 대포 한잔 마실 돈이 없지만 로또복권이라도 당첨된 듯, 백수 신세일 지라도 큰 벼슬 한자리 얻은 듯 행복하다.

 

은행나무는 1990년대 중반까지 수원시의 시목(市木)이어서 시내 가로수로 식재됐다. 따라서 가을이 되면 수원시내는 노란 은행잎이 인도와 차도를 점령한다. 새벽부터 나와 이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시민들은 이 풍경을 보며 가을의 정취를 한껏 즐긴다.

 

 

 

심재덕 시장 때는 아예 은행잎을 한동안 치우지 못하게 했다. 매일 매일 치워야 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수고를 덜어주고 시민들의 정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덕분에 수원시내 간선도로 곳곳은 은행잎으로 뒤덮였고 낭만이 가득한 거리가 됐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이었던 전국의 문학청년들이 모인 '시림(詩林)'동인으로써 지금까지 오랫동안 우정을 나누고 있는 이들 중엔 제주도의 오승철 시인이 있다. 나와 동갑인데 좋은 작품들을 발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조시인 가운데 한사람으로 꼽힌다.

 

시림동인들 가운데는 시조시인들이 많은데 모두 한국 시조문학계의 중심인물로 성장했다. 오승철(동아일보 신춘문예)을 비롯해, 이정환(중앙일보 신춘문예), 박기섭(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인 등이다.

 

오승철 시인은 가끔 수원에 왔다. 어느 해인가 은행잎이 가득한 거리를 보며 부럽다고 했다. 제주도에도 은행나무가 있지 않느냐고 했더니 이렇게 무리를 지어 있는 곳은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교수아파트 입구 밖에 없다고 했다.

 

이처럼 수원의 은행나무는 어떤 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열매의 고약한 냄새 때문이다.

 

그런데 예전엔 이 열매를 놓고 일부 시민과 수원시 공무원 사이의 숨바꼭질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열매에서 중금속이 발견되면서 이를 채취하는 이들은 사라졌고 은행열매는 길바닥에 널리게 됐다.

 

은행나무는 대기오염물질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도시 미관에도 좋아 가로수로 적합하지만 열매 악취가 문제다. 가을철만 되면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은행나무

<사진> 화서문 인근 은행나무에 은행열매 수집망을 설치했다.(사진=수원시 제공)

 

 

이에 수원시는 주요 대로변, 상가 밀집지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대상으로 '은행 암나무 수종(樹種) 교체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은행열매'를 맺는 은행 암나무를 내년까지 은행 수나무나 느티나무 등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아직 교체하지 못했거나 보존 가치가 있는 은행나무는 열매 털기 작업을 한다. 올해도 9월 27일부터 수원시 내 경수대로(권선구), 매산로·중부대로(팔달구) 등 207개 구간(장안 53, 권선 65, 팔달 52, 영통 37개 구간)에서 이뤄진다. 이 구간에는 총 1만2101주의 은행나무가 있고, 열매를 맺는 암나무 3457주를 대상으로 은행 열매 수거 작업을 하고 있다.

 

은행나무 열매·낙엽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은행 열매 수집망'도 매산로(교동사거리~도청오거리) 등 18곳에 설치했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ㅇ형 카메라 준비하슈. 이 가을, 은행나무길 한번 걸어봅시다. 막걸리 값은 내가 낼 테니.

 
*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자약력

 

공감칼럼, 김우영, 가로수,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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