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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칼럼] 한글이라는 눈부신 축복
정수자 시조시인
2021-10-05 15:07:23최종 업데이트 : 2021-10-05 15:06:57 작성자 :   e수원뉴스

 인문칼럼

 

 

나날이 낯선 말을 더듬는다. 국외의 새로운 말은 물론 국내의 신조어도 쏟아져 나오는 까닭이다. 그 변화나 속도를 한두 번 놓치면 일상의 소통마저 어려워진다. 언제 어디서 나와 자리 잡았는지 모를 낯선 말 천지니 검색을 해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분명 한글 단어인데 뜻이 아리송한 말들. 새로 나온 말을 싣는 시사용어사전을 찾아봐도 사용하기까지는 또 다른 노력과 시간을 요한다. 이런 낯선 용어들의 조합이나 범람에는 더 빠른 속도로 탈주하는 우리 시대의 어지러운 급변이 작용한다. 예컨대 '메타버스' 같은 용어와 그 세계를 이해할 만하면 새 용어가 금세 튀어나오니 컴퓨터 첫 등장 때처럼 나날의 낱말공부가 필요해진 셈이다.

 

그나마 한글 표기라면 다행이랄까. 대부분의 말은 번역할 새도 없이 쓰인 원어(주로 영어)가 그대로 자리 잡는다. 번역어가 뜻을 정확히 전하지 못한다고 원어 그냥 쓰기도 부지기수다. 그러다 보니 한글은 조사와 어미뿐, 나머지는 다 영어라는 자조마저 낡은 느낌이다. 특히 식자층의 영어 애용을 보면 국적이 다른가 싶다. '사실'을 대체한 '팩트'에서 보듯, '한글보다 영어' 위세가 세도 너무 센 것이다. 외국어 상표니 간판에 대한 지적도 지나가면 그뿐, 한글 병기조차 없는 원어 일색이 지천이다.

 

원어를 한글 없이 쓰면 가치가 올라가는가. 고급 이미지로 덩달아 두루 격상되는가. 국제적으로도 이름값을 높이는가. 이해하기 어렵지만 습관성 허세나 상술을 넘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국내에서 영어를 애용하는 동안, 한글을 예쁘게 활용한 국외에서의 패션쇼나 디자인 활용이 종종 있었다. 유사 이래 처음이라는 세계적 한류 열풍에 뒤따른 한글 배우기도 국외에서는 퍽 뜨겁다. 정작 국내에서는 한글 홀대가 심해도 세계 곳곳의 한글사랑은 긍지를 담아 전하는 것이다.

 

그런 한류에 붙여온 'K'도 확장되고 있다. 한때 프란츠 카프카(체코 작가)의 상징적 표식이던 영어대문자 K. 카프카를 이니셜 K로 부른 것은 세계문학사에서의 드문 인정과 존중이었다. 그런 영문자 K가 한류(Korea의 머리글자 K)에 특별한 관(冠)을 얹으며 세계에 한국문화의 세를 떨치게 된 것이다. K-팝, K-드라마, K-푸드, K-툰 등등 국외의 인기 상승은 'K-'라는 특별 칭호와 더불어 K-컬처로 'K의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그 이면에서 생각나는 게 홀대 받는 한글이다. 방탄소년단이 한복을 입거나 한글을 섞어 써서 뜨긴 해도 그 역시 잠시의 무지개다. 이미 도를 넘은 영어 애용은 언론부터 일반대중에 이르기까지 일상이라 영어식민지가 됐다는 탄식마저 무색할 지경이다. 세계 공용어로서의 영어나 새로 나온 용어를 쓰는 거야 어쩔 수 없겠지만, 영어 애용이 너무 지나친 것이다. 그런 영어천국 세상에서 간간이 보이는 한글 간판이나 상표 같은 한글 사랑 앞에는 반갑고 고마운 마음까지 든다.

 

한글이 없었다면? 언어 속국으로 문화니 정신이니 민족의 존립 자체도 힘겨웠을 것이다. 그렇게 볼수록, 한글은 한민족의 존엄을 세계에 선포하고 선취한 위대한 창제다. 한글이 유일한 신앙이라는 어느 노시인에게서 다시 본 소회가 깊다. 그러니 한글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우리가 한글을 더 잘 쓰고 더 널리 펼치고 더 빛내야 할 아름다운 이유다.



*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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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칼럼, 정수자, 한글, 한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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