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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1996년 장안문에서 열렸던 특별한 시낭독회
김우영 언론인
2021-10-12 15:15:51최종 업데이트 : 2021-10-12 15:15:20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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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로 박물관에서 수원의 옛 사진을 정리하고 있던 이용창 (사)화성연구회 이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친형처럼 가깝게 지내는 그는 사진이 업인지라 주변사람들이 덕을 많이 본다. 특히 예술 쪽에 발을 걸치고 있는 이들의 프로필 사진을 자주 찍어줘 인심을 얻고 있다.

 

"김 주간, 여기 재미있는 사진이 있다"

 

가끔 생각지도 못한 내 젊은 날의 사진을 보내주는 터라 이번엔 또 무얼까 궁금했다.

 

"1996년 사진인데, 왜들 이렇게 젊으냐. 세상 떠난 사람들도 많고..."

목소리가 침울하다. 이럴 때 석양배를 한잔 기울이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었지만 오늘은 패스. 어제 과음을 했다.

 

그가 보내 온 사진엔 1996년 10월 26일 수원화성 축성 2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장안문 옹성 안에서 열린 시 낭독회 장면들이 담겨 있다. 그러니까 25년 전 얘기다.

 

1995년 7월 심재덕 수원문화원장이 직선으로는 초대인 민선 수원시장으로 취임했다. 심 시장은 취임 후 곧바로 대대적인 수원화성 축성 20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했다. 이미 밑그림은 그려져 있었던 상태였다. 수원문화원장 시절인 1994년 7월29일 '수원성(화성) 축성 200주년 기념사업회' 발기인대회를 열었고 1995년 2월 13일 창립총회를 개최함으로써 이 사업은 이미 시작됐던 것이다.

 

심시장이 당선되자 사업이 본격 추진돼 7월에 시청 내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상황실이 설치됐다. 9월엔 사업추진을 위한 각계인사 간담회도 개최했는데 나도 이날 간담회에 초청됐다.

 

이 사업들 가운데 화성행궁 복원 기공식, 능행차 연시와 융릉제향 재현, 수원갈비축제, 국제 연극제, 야외음악당 준공 경축음악회, 수원화성 학술발표회, 세계 연날리기대회 등이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특히 이 때부터 능행차 연시가 제대로 펼쳐져 국내외 매스컴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사진> 장안문 옹성에서 열린 시낭독회 / 사진=이용창, (사)화성연구회 이사

<사진> 장안문 옹성에서 열린 시낭독회 / 사진=이용창, (사)화성연구회 이사

 

이 사업들 가운데 내가 직접 주관한 것이 수원화성 시낭독회였다. 이를 위해 '수원시회(水原詩會)라는 모임이 조직됐고, 시인은 아니었지만 연극인 김성열과 목회자인 원치성 등이 적극적으로 행사를 도왔다.
 

<사진> 김석환이 詩를 행위예술로 공연하고 있다. / 사진 = 이용창, (사)화성연구회 이사

<사진> 김석환이 詩를 행위예술로 공연하고 있다. / 사진 = 이용창, (사)화성연구회 이사

 

이 행사가 특별했던 것은 시와 더불어 연극, 무용, 행위예술, 음악 등이 함께 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시인들이 나와 시를 읽고 들어가기를 반복하다가 중간에 끼어들 듯이 성악가나 연주자, 또는 무용가가 나오는 형식이었다.

 

그런데 이 행사는 달랐다. 시를 낭독하기도 했고, 시를 음악으로, 무용으로, 연극으로, 행위예술로 재창조해냈다. 이런 시낭독회는 수원 최초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날 때 이른 추위가 들이닥쳤다.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총탄에 맞아 세상을 떠난 날이어서 그랬나? 행사가 끝나고 우리끼리 별의 별 얘기를 다했다.

 

<사진> 추위 속에서도 끝까지 남아 행사를 지켜본 관객들 / 사진 = 이용창, (사)화성연구회 이사

<사진> 추위 속에서도 끝까지 남아 행사를 지켜본 관객들 / 사진 = 이용창, (사)화성연구회 이사

 

아무튼 엄청 추웠다. 나는 사회를 보면서 행사를 진행하느라 얇은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사진에도 추위로 인해 얼굴이 굳어있는 것이 보인다. 오죽하면 행사를 축하하러 온 심재덕 시장께서 입고 온 외투를 벗어 내게 입혀 주셨겠는가. 심시장이 고마웠고 추위에 떨면서도 끝까지 행사를 지켜봐 준 관객들이 고마웠다.

 

<사진> 사회를 보고 있는 글 쓴 이. 겉에 입은 외투는 심재덕 시장이 벗어 준 것이다. / 사진= 이용창, (사)화성연구회 이사

<사진> 사회를 보고 있는 글 쓴 이. 겉에 입은 외투는 심재덕 시장이 벗어 준 것이다. / 사진= 이용창, (사)화성연구회 이사

 

덕분에 예산이 초과지출 됐다. 추워하는 관객들에게 지정해 놓은 식당에 가서 따듯한 국밥 한 그릇씩하고 가시라고 했더니 정말로 거의 모든 관객들이 먹고 갔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금액이 내 카드에서 빠져나갔고 집사람 몰래 그걸 갚느라 한동안 고생이 많았다.

 

이용창 작가가 보내준 사진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한편으론 가슴이 아려온다. 사진 속엔 있지만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이들이 많다.

 

현장에서 축사를 해주신 심재덕 시장님, 초대시인으로 오셨던 정진규 선생님, 연출을 맡았던 극단 성 김성열 대표, 시를 퍼포먼스로 만들어 열연했던 김태민 배우 등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저러나 언제 다시 그처럼 신명나는 시 잔치를 열 수 있을까.


*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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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김우영, 시낭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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