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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초가을 밤의 감미로운 '수원 재즈페스티벌', 이래서 수원이 좋다
김우영 언론인
2022-09-08 16:29:16최종 업데이트 : 2022-09-08 16:24:16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2014년부터 시작된 수원재즈페스티벌,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때만 되면 꼭 무슨 일이 생긴다. 멀리서 친구가 온다든지, 이웃의 상을 당한다든지, 여행길에 오른다든지, 급한 원고 청탁이 온다든지...

 

아무튼 매년 가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지리산 종주도 마찬가지다. 더 나이가 들기 전 가겠다고 여름용 침낭까지 사서 행장을 꾸렸지만 폭우로 입산금지가 되거나 산장 예약을 못해 번번이 실패했다. 25년 전 쯤 인가, 겨우 노고단까지만 가봤을 뿐이다.

 

 

아무튼 이번에는 기필코! 만사 제치고 수원재즈페스티벌에 가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둘째 날인 3일 운동 삼아 종로 여민각에서 원천저수지(광교호수공원) 스포츠클라이밍장 잔디광장까지 걸었다.

 

일찍 출발했기에 시간이 많이 남아 원천·신대 저수지 수변길을 설렁설렁 돌아봤다. 9월 초 오후의 가을빛에 마음이 설렜다.

 

 

이 길은 내가 사랑하는 산책로 중의 하나다. 이 길을 걷는 것은 추억여행이다.

 

내 '국민학교'(초등학교)시절, 봉담에서 시내버스 한대를 전세 내 이곳으로 소풍을 왔었다. 고교시절과 군대 가기 전 여기서 글 쓰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온 세상의 고민을 혼자 끌어안았다. 혼인식 후 택시를 타고 이곳으로 신혼여행을 왔다. 주변사람들 질문엔 '원천'과 온양온천을 뜻하는 '온천'의 중간 발음으로 대답함으로써 집안의 가난함을 감췄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원천저수지 수상 음식점이나 주변 오리·닭볶음탕집에 자주 갔다. 돈이 없는 문단후배가 혼인식 후 첫날밤을 지낼 방을 얻지 못했다고 전화가 왔을 때 이곳에 있었던 레이크 사이드호텔 특실을 얻어 준 기억도 난다.

 


2010년 6월부터 2013년 4월까지 3년여에 걸쳐 원천저수지와 신대저수지를 포함, 202만㎡의 면적에 공원을 조성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호수공원이다.

 

원천저수지는 '사람 중심의 역동적인 호수'로, 신대저수지는 '자연생태 중심의 낭만적인 호수'로 각각 차별화했다는 게 수원시의 설명이다. 원천·신대 2개의 저수지와 6곳의 테마를 가진 공간이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특히 원천호수 3km, 신대호수 3.5km 둘레에 수변공간에 나무판자를 깔아 놓은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초가을의 바람, 그리고 재즈 음악...이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사진/김우영)

초가을의 바람, 그리고 재즈 음악...이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사진/김우영)

 

이런저런 추억 속에 빠져 들다 보니 어느새 재즈페스티벌이 열리는 스포츠클라이밍장 잔디광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음악회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인데 벌써부터 무대 앞 쪽과 관람하기 좋은 자리에 돗자리를 깔고 가져온 음식과 음료를 먹는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다. 나도 가져 간 신문지를 펴고 앉았는데 옆 자리의 젊은이들 쪽에서 '틱'하는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아차, 깜빡했다. 캔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사온다는 걸 잊었다.

 

 

날이 갈수록 깜빡증이 심해져간다. 그런데 어찌 보면 다행이다. 나이가 들었는데도 미운 사람, 서운 한 일, 모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으면 어찌할 것인가. "용서하기 힘들면 강제로라도 잊어버리게 해주겠다" 하는 하늘의 속 깊고 자상한 배려일지 모른다. 요즘은 이렇게 생각하고 산다.

 

 

이 넓은 공간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푸드트럭과 원천동 부녀회의 음식을 파는 천 막 등에는 수십 미터씩 줄이 늘어서 있다. 출출해서 뭣 좀 사 먹어보려다 포기했다.

 

좀 늦게 와서 내 옆 공간에 간신히 자리를 편 젊은 부부와 서너 살 쯤 돼 보이는 아기는 평택에서 왔단다. 차 댈 곳이 없어서 한참 헤매다가 연화장 입구 도로변에 간신히 차를 대놓고 걸어오느라 이제야 겨우 도착했단다.

 

 

가을 문턱에서 열린 2022년 수원재즈페스티벌은 성황을 이루었고 공연장의 분위기도 뜨거웠다.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로 중지됐던 아쉬움을 메우듯 1만여 명의 관객들은 열광했다.

 

 

무대 위의 재즈 음악인들도 관객들의 열띤 호응에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를 부르고 연주를 이어갔다. 수원시를 대표하는 대중음악 행사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2022 수원재즈페스티벌에도 정상급 재즈가수와 연주자들이 출연했다.

 

내가 간 3일엔 ▲플리지 ▲베테랑 뮤지션 프로젝트 밴드 'SJ×Andre' ▲화려한 테크닉의 재즈 밴드 '석지민 트리오' ▲피아니스트 겸 싱어송라이터 정재형이 재즈 밴드와 협업을 통한 단독 콘서트를 펼쳤다.

 

 

 

2일 공연은 보지 못해 아쉬웠다. 그러나 단 하루 공연만 봤음에도 '없는 스트레스'까지 풀렸다. 공연장을 감싼 숲, 온몸을 휘감는 초가을의 바람, 그리고 재즈 음악...이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공연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맥주 한 캔을 샀다. 같은 맥주였는데 이날따라 유난히 입에 착 붙는 맛이었다.

 

지금도 'SJ×Andre'가 연주한 비틀즈의 '헤이 쥬드', 그 감미로운 색소폰 음악의 여운이 남아 있다. 수원에 사는 이 행복!


저자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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