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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상속세납부를 미술품으로
변호사 임승택
2020-12-24 08:02:52최종 업데이트 : 2020-12-23 10:39:19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칼럼 외부 이미지

 

지난 10월 25일,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사망하였다는 소식 못지 않게 삼성 총수 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가 유사 이래 최대 규모인 1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기사에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10%에서 최대 50%이고, 최대주주의 경우 30% 할증되어 최대 65%까지 부과된다. 상속세는 여러 공제제도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우리 국민 중 상속세를 납부하는 비율은 2018년 기준 2.25%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가격의 급등 등 자산가격의 증가로 상속세납부자가 늘어남에 따라 상속세가 그들만의 세금이 아닌 상황이 되었다.

만일 내가 대대로 가보로 내려오던 조선시대의 풍경산수화 몇 점을 상속받았고, 가격을 산정할 수 없을 정도의 가치가 있어 상당한 금액의 상속세를 납부해야하는데 가진 돈이 없다고 하면 어떨까. 그림 중 일부를 판 돈으로 상속세를 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매수인을 구하기도 어렵다. 차라리 그림 중 일부를 대신 상속세로 납부할 수는 없을까.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3조는 상속세의 물납제도를 규정하고 있는데 상속세 납부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부동산 또는 유가증권(주식, 채권)으로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다. 그러나, 물납의 범위를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에 한하고 있어서 그림을 현금 대신 납부할 수는 없다.

최근 미술품을 물납대상에 포함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인데 그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은 바로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작품 두 점이 경매에 나온 것에서 비롯된다.

지난 5월 경 한국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삼국시대 보물인 금동보살입상(보물 제285호)과 금동여래입상(보물 제284호)이 경매에 나왔다. 그 이유는 간송미술관의 재정난과 함께 간송 전형필 선생의 장남이 작고하면서 유가족에게 거액의 상속세가 부과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위 두 보물을 매입하였으나, 만일 경매시장에서 외국 부호가 낙찰받았을 경우 우리나라의 값진 보물이 외국으로 반출되었을 수도 있었다.

이를 계기로 상속세를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에 한하지 않고 미술품으로도 납부할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위 논의의 일환으로 지난 달 국회에 상속세 물납대상의 범위에 미술품을 추가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그 취지는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들이 민간에 매각됨으로써 연구활동이나 국민의 문화유산 향유권에 제약이 발생함을 방지하고, 국가적으로는 미술품의 보존에, 개인적으로는 상속세의 금전납부 부담을 덜어주고자 함에 있다. 최근에 문체부와 한국박물관협회가 공동주최한 '상속세 물납제 도입토론회'에서 제기된 상속세의 미술품 납부제도 도입주장도 이를 궤를 같이 한다고 하겠다.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내는 사례는 외국의 법제도를 참조할 만하다.

프랑스는 1968년 상속세뿐만 아니라 증여세, 부유세에 대하여 문화재․ 미술품의 물납이 가능한 제도를 두었다. 미술품의 물납제도의 대표적 산실이 바로 피카소미술관이다. 피카소가 1973년 사망한 후 피카소의 유족이 상속세를 피카소의 작품 수백점으로 납부함에 따라 파리시가 기증한 고(古)주택을 수리하여 피카소미술관을 설립하였다. 그 결과 피카소 작품 수백점이 전시되어 있는 피카소미술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이 되었다. 영국도 국내의 문화재와 미술품이 국외로 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1896년에 상속세를 문화재와 미술품으로 납부할 수 있는 물납제도를 제정하였다. 미국은 다양한 기증․기부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실질적인 물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의 상속세 납부대상자의 증가와 맞물려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는 비판이 있는 상황에서 상속세납부가 국민들의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고, 국가적으로도 문화예술품의 보존을 위한다는 취지에서 상속세의 물납범위에 미술품 을 포함하는 제도의 도입은 전향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토론회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상속세를 미술품이나 예술작품으로 납부하는 물납제도를 도입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제는 해당 미술품의 가치산정에 있을 것이다. 외국과 같은 감정기관의 설치 등 평가방법이나 평가절차, 대상 미술품의 범위기준 등 구체적인 보완제도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임승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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