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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칼럼] 꾸밈씨의 새로운 발견
정수자 시조시인
2021-11-18 14:55:18최종 업데이트 : 2021-11-18 14:54:53 작성자 :   e수원뉴스

인문칼럼

 

요즘 꾸밈씨가 설왕설래 분주하다. 잘 썼느니 잘못 썼느니, 새삼스레 조명이 집중된 것이다. 왜 느닷없이 꾸밈씨 역할에 관심이 증폭되는가. 지금이 바로 '말'의 계절인 까닭이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곧장 언론에 부각되고, 상대방 공격에 노출되는 예민한 시절이기 때문이다.

 

꾸밈씨는 부사와 관형사를 이르는 고유어다. 부사는 주로 용언을 수식하고, 용언은 문장에서 서술어의 기능을 한다. 독립된 뜻을 갖고 어미(語尾)를 활용해서 서술을 맡은 용언을 꾸밈씨가 수식하는 것이다. 그런데 '씨'라고? 갸웃해진다면 씨의 뜻 중에서도 품사의 고유어임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단어를 기능, 형태, 의미에 따라 나눈 갈래'가 씨인 것. 이에 따라 명사는 이름씨, 서술어는 풀이씨, 부사와 관형사는 꾸밈씨가 된다. 이런 고유어가 낯설어도 뜻은 선명히 들어온다.

 

우리말(글)의 표현을 풍요롭게 하는 꾸밈씨는 일상의 대화에서도 많이 쓰인다. 그런데 평소에는 무심히 주고받던 꾸밈씨도 때에 따라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몇 년 전에 꾸밈씨의 존재감을 일깨운 표현의 논란이 있었다. 누군가 '다'라는 부사를 무심코 썼다가 상대의 공격을 받았던 일이다. '다'라면 '100%' 수치임을 단정하는 표현인데 그게 증명된 수치냐고 따진 것이다. 그러고 보면 '거의 다'와도 다른 '다'라는 표현에 내포된 문제를 콕 집어낸 의미 있는 지적이었다.

 

그런 만큼 일상에서는 '다'를 예사로 써왔다. 수치로 확인 가능한 양을 이르는 표현에서조차 '다 그래'라고 쉽게 쓰곤 했던 것이다. 만일 확인이 필요한 경우라면 말 속의 함정을 간과한 습관에서 비롯된 문제겠다. '다'에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와 단정이라는 위험이 들어가기 쉬운데, 그것을 구체적으로 따지지 않았던 까닭이다. '다'의 무심한 사용에서 짚이는 것은 강조 효과보다 부정확한 표현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새삼 돌아보는 게 '말은 곧 그 사람'이라는 명제다. 문장이 곧 그 사람이듯, 말에도 그 사람의 전체가 반영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문장은 발표 직전까지 고칠 수 있지만, 말은 그럴 시간이 전혀 없다는 어려움이 상존한다. 일단 입을 떠나면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의 속성상, 여차하면 설화(舌禍)로 이어질 우려가 높은 것이다. 그래서 단어 하나도 골라 쓰려 하지만, 말하기 훈련을 못 받은 우리는 말 잘하기가 참 어렵다. 어법만 아니라 시대적 감수성에 안 맞는 표현까지 논란이 되는 것을 보면 두려울 정도다.

 

우리말(글)에 정확하지 않은 말의 사용은 꽤 있었다. 특히 두서넛이니 대여섯 같은 두루뭉수리 숫자 표현은 따져볼 필요도 없이 흔했다. 그렇게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주문이나 이야기도 재미있게 통했다. 하지만 단어의 쓰임새에 예민해지면서 무슨 표현이든 잘못 쓰면 수난이 따르기 쉽다. 이름씨든 꾸밈씨든 딱 맞는 배치는 물론 표현을 정확하게 써야 상대의 그물을 피하며 전달을 잘할 수 있다.

 

아무려나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도 할 수 없는 세상이다.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세간에서 나날이 확인된다. 사람의 품이며 격이 말(글)에서 더 훤히 드러나니 부디 잘 가려 쓸 일이다. 눈앞의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듯.


*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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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칼럼, 꾸밈씨, 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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