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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조영남 대작(代作)판결’로 떠오른 단상(斷想)
임승택 법무법인 강산 변호사
2020-07-08 17:03:41최종 업데이트 : 2020-07-13 09:49:18 작성자 :   e수원뉴스
[볍률칼럼] '조영남 대작(代作)판결'로 떠오른 단상(斷想)

[법률칼럼] '조영남 대작(代作)판결'로 떠오른 단상(斷想)

2020년 6월 25일 가수이자 방송인인 조영남씨의 대작(代作)사건은 4년여의 공방 끝에 조영남씨 무죄로 확정됐다. 

조영남씨의 대표적인 화투그림은 방송에서도 몇 차례 소개됐다. 소위'조영남 대작(代作)'사건이란, 그의 작품들 대부분이 2009년경부터 알고 지내던 화가 송00등이 그린 것이고, 조영남씨는 위에 가벼운 덧칠만 한 후 자신이 서명을 했다는 것. 

이러한 사실을 구매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조영남씨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인 것처럼 판매해 1억 5천만원의 돈을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재판에서 쟁점이 된 것은 조영남씨가 구매자들에게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알릴 고지의무가 있느냐, 이를 알리지 않은 것 사기죄가 성립하는지가 쟁점이었다. 

1심에서는 다른 화가가 밑그림을 그려준 그림을 자신의 것처럼 팔아 다른 화가가 참여한 사실을 구매자에게 고의로 숨겼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반해 항소심에서는 송00는 기술적 보조자에 불과하고, 조영남이 작품을 직접 그렸다는 친작(親作) 여부가 구매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구매자들이 송○○가 제작에 관여하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해당 가격에 미술작품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명백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미술작품이 친작(親作)인지 혹은 보조자를 사용해 제작했는지 여부가 구매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고지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로써 조영남씨에 대한 사기죄는 무죄로 결론지어졌다. 

사기죄의 유무죄를 떠나 이 사건이 알려지는 과정에서 일반 국민들은 조영남씨가 그린 그림이 원래는 다른 사람이 그린 것이었다는 사실, 많게는 1점당 1,000만원에 팔리는 등 1억5천만원의 수익을 벌었으면서 정작 송00에게는 1점당 10만원의 돈을 주었다는 사실에 공분했다. 

이와 함께 조영남씨가 항변한'미술계의 관행'에 주목하게 되었다. 조영남씨는 작품을 그리는 작업에 조수가 관여하는 것은'미술계의 관행'이며, 팝아트(Pop Art, 현대미술사조)에서는 작품이나 아이디어를 창안하는 것이 중요하고, 자신의 그림은 자신의 아이디어로 만든 작품이기에 당연히 자신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하여 미술계에서도 이를 옹호하는 의견과 비판하는 의견이 대립하였다. 

대작(大作)과 관련하여 비교해 볼 만한 석사학위논문에 관한 판결이 있다. 일반적으로 논문작성자는 지도교수가 중점적으로 지도하여 정립한 논문의 틀에 따라 필요한 문헌이나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 정리한 다음 이를 논문의 내용으로 완성한다. 

그런데 논문작성자가 지도교수의 지도에 따라 논문의 제목, 주제, 목차 등을 직접 작성하였으나, 자료를 분석, 정리하여 논문의 내용을 완성하는 일의 대부분을 타인에게 의존하였다면 그 논문은 논문작성자가 주체적으로 작성한 논문이 아닌 타인에 의해 대작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죄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있다. 

학위논문과 그림의 대작(大作)의 기준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대법원도 이번 판결에서 미술작품을 둘러싼 위작이나 저작권 다툼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작품의 가치 평가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 자제의 원칙'을 전제한다고 하였다.

요즘의 현대미술은 개인의 아이디어나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한다.'개념미술(완성된 작품 자체보다 아이디어나 과정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새로운 미술적 제작태도)'이란 용어도 새로이 알게 되었다. 

그러나 유명인의 작품이기 때문에 구입한 구매자들이 사실 무명작가가 그린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경우 느끼는 허탈함이라든지, 처음부터 대작(代作)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단지 유명인의 싸인이 있는 그림이라고 하여 1,00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서 구입하였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미술계에서 조수를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하나, 구매자들은 작품의 주제를 비롯해, 작품에 녹아든 작가의 열정과 그림기법, 완성도 등 전반적인 작품에 대한 평가를 기준으로 구매를 할 것이다.

결국 이번 판결로 구매자들은 작품을 선택할 때 생각하여야 할 사항이 많아졌다. 해당 작가의 아이디어만을 보고 살 것인가, 그림 자체의 수준이나 완성도를 보고 살 것인가. 이보다 앞서 이 그림은 작가가 어느 정도로 기여를 한 것인가부터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겠다.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임승택 변호사 저자 약력

임승택 변호사 저자 약력


 

법률칼럼, 임승택, 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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