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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익명의 기부천사, 그대들은 아름다운 별입니다”
언론인 김우영
2019-12-16 10:13:11최종 업데이트 : 2019-12-16 10:13:50 작성자 :   e수원뉴스
익명의 기부천사, 그대들은 아름다운 별입니다

[공감칼럼] "익명의 기부천사, 그대들은 아름다운 별입니다"

지난 10일 밤 우리나라 국가대표 경기가 아닌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TV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축구경기를 지켜봤다. 심지어는 시상식까지.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동남아시안게임에서 인도네시아를 3대 0으로 누르고 60년 만에 우승한 경기였다. 내가 베트남 축구를 응원하기 위해 밤늦게, 그것도 시상식까지 본다는 것은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감동이 밀려왔다. 경기장에서 태극기가 펄럭인 것이다. 관중석에서 펄럭인 태극기의 이면은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였다. 경기장 내의 선수들은 태극기와 금성홍기를 한 깃대에 묶고 환호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 응원석 앞에서 금성홍기를 흔들었다.

"선수들은 감독님 나라 국기 들고 감독은 선수들 나라 국기 들고 가슴 뭉클!"
"호치민 초상화와 태극기가 나란히 하다니 어떤 외교로 이만한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자랑스럽다."
"서로 총부리를 겨누었던 국가의 국기가 한곳에서 어우러지다니. 역사의 아이러니와 평화의 위대함이 함께 느껴진다."인터넷 누리꾼들의 반응들과 내 생각은 같았다.

비슷한 시간, 20대 정기국회 마지막 날 본회의가 열린 국회의사당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됐다. 축구가 끝나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던 중 국회방송(NATV)에서 고성과 비난, 삿대질이 난무하는 장면을 봤다. 기분이 좋던 차에 에이, 눈만 버렸다. 그래서 다음날 신문 사설은 '정치인들, 박항서의 반만이라도 닮아라'라는 내용으로 썼다.

내가 이처럼 베트남 축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물론 박 감독 때문이다. 그는 늦은 나이에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다. 국내 축구팬들은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박항서 매직'이란 말이 등장할 정도의 명장이었다. 단박에 베트남 축구를 아시아 정상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위,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스즈키컵) 우승, 올해 아시안컵 8강에 이어 60년만의 동남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베트남에서 박 감독은 영웅이 됐다. 그가 베트남인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뛰어난 용병술로 대표팀을 이끄는데다가 생활태도 역시 훌륭하기 때문이다.

2018년 베트남의 한 텔레비전 방송은 박 감독을 '올해를 빛낸 최고의 인물'로 선정했다. 보도에 따르면 박 감독은 평소 축구협회에서 보내주는 차도 사양하고 사비로 택시를 타고 다녔다고 한다. 우승 축하금 10만 달러 전액을 베트남 축구 발전과 빈곤층을 위해 기부하기도 했다.

최근 출간된 박항서의 리더십을 담은 책 '어떻게 사람을 이끄는가' 판매금 일부를 축구발전기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부자가 아닌데도 기부에 인색하지 않은 그에게 배울 점이 많다.

통계청이 지난 5월 전국 1만9000 표본 가구 내 상주하는 만 13세 이상 가구원 약 3만7000명을 대상으로 '2019년 사회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 1년 동안 기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25.6%에 그쳤다. 개인의 기부와 함께 기업 기부도 참여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감동을 주는 '기부 천사'들이 많다. 이달 초 권선2동 행정복지센터엔 지난 익명의 기부천사가 나타나 직원들을 감동시켰다. 이 시민은 현금 100만원을 건네며 "관내 어렵고 힘드신 분들을 위해 소중하게 써 달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지난달에는 장안구청으로 겨울 이불 10채가 택배로 도착했는데 발신인이 적혀있지 않았다. 다만 택배 상자에는 "올 여름 선풍기를 보냈던 사람입니다. 취약계층에 보탬이 되길…"이라는 메모만 있었다. 이 익명의 기부천사는 지난여름에도 선풍기 10대를 기부한 바 있다.

익명의 기부천사가 택배로 장안구청에 전달한 겨울 이불. 사진/장안구청

익명의 기부천사가 택배로 장안구청에 전달한 겨울 이불. 사진/장안구청

지난 추석 무렵에는 또 다른 익명의 기부자가 추석선물세트(햄,식용유,참치) 100세트를 장안구에 기부한 일도 있다.본인이 원하지 않아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익명의 기부 사례는 더 많을 것이다. 내가 직접 목격한 사례도 있다.

 한 시민이 놓고 간 아동복 상자들. 사진/수원시

한 시민이 놓고 간 아동복 상자들. 사진/수원시

지난해 2월초 시청 로비에 있는데 청원경찰들이 커다란 상자 6개를 옮기고 있었다. 이게 뭐냐고 물으니 어떤 여성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옷이 전달되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상자들을 내려놓고 홀연히 떠났다는 것이다.

박스 6개에는 '미혼모, 소년소녀가장, 불우이웃돕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라는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상자 안에는 비닐포장을 뜯지도 않은 새 제품들이 들어 있었다. 영아들에게 필요한 바디슈트부터 아동용 티셔츠와 바지 등 총 390점이었다.

세상이 각박하다고 해도 이런 따듯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있다. 이분들은 수원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별들이다.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공감칼럼, 김우영, 기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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