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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코로나바이러스, 더 어려워진 취약계층 겨울나기
언론인 김우영
2020-02-16 20:57:22최종 업데이트 : 2020-02-16 20:57:09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코로나바이러스, 더 어려워진 취약계층 겨울나기

[공감칼럼] 코로나바이러스, 더 어려워진 취약계층 겨울나기

'천사무료급식소'라는 곳이 있다. 몇 해 전 세류동 관련 글을 쓰기 위해 세류역 부근을 답사하다가 이곳을 발견했다. 사실 이날 처음 본 것은 아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여러 번 지나쳤다. 추운 겨울 이른 아침부터 노인들이 급식소 문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아 노인들에게 아침밥을 주는 곳이구나. 참 고마운 사람들이네" 정도의 생각만 가졌다.

그런데 그날은 아침 식사시간이 훨씬 지난 10시30분인데도 노인들이 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자원봉사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주 3회 11시부터 홀로 사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11시에 주는 점심을 먹기 위해 노인들이 이른 아침부터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건가요?"라는 질문에 봉사자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나오지 못하고 봉사자 몇 명을 데리고 인근 과일가게에서 때마침 제철이라 비싸지 않은 과일 몇 상자를 사서 들려 보내곤 돌아온 일이 있었다.

'천사무료급식소'를 검색해보니 정부지원을 받지 않고 오로지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운영하는 곳이라고 한다. 이 세상엔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따듯한 한 끼 밥을 먹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기다리는 허름한 차림의 노인들의 모습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메어진다.

그런데 코로나-19 감염 공포가 확산되면서 지난 4일부터 무료급식을 중단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당분간'이라고는 하지만 언제쯤 이 사태가 종식될지 모르는 일, 내 일처럼 가슴이 답답하다. 전국에서 천사무료급식소에서 식사를 하는 홀몸노인은 한 달 평균 26만 명(중복 포함)이라고 한다

중앙일보는 이 단체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기약 없이 문을 닫게 된 상황이라 마지막 날 아쉬움을 나타낸 어르신들이 많았다. '언제 볼지도 모르는데'라고 말하며 악수하고 가는 분도 있었다."

눈물이 난다. 날씨도 추운데 노인들이 어디 가서 따듯한 밥 한 끼 제대로 먹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추운 날씨, 이렇게나마 따듯한 밥 한 끼가 간절한 이웃들이 있다.

추운 날씨, 이렇게나마 따듯한 밥 한 끼가 간절한 이웃들이 있다.

 
홀로 사는 노인 뿐 만 아니다. 취약계층과 노숙자 등을 위한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는 바람에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수원역 남쪽 광장 수원역 매산지구대 옆에는 정나눔터라는 곳이 있다. 2014년부터 매주 월~토요일 아침·저녁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무료급식을 해 온 곳이다. 수원시 민간단체 4곳이 지역 취약계층 100여 명을 위해 아침, 저녁으로 무료급식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30일부터 급식을 하지 않는다. 해당 시설 앞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무료습식을 잠정 중단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전국 복지시설 식당과 급식소도 운영을 잠정 중단하는 바람에,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식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약 급식소 운영 중단이 장기화하면 취약계층은 끼니를 굶거나 라면 등 인스턴트식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건강악화가 우려되는 것이다.

수원시를 비롯한 지방정부들은 비상 대책으로 도시락·대체식 등을 준비해 지급하거나 각 세대에 배달하고 있다.

수원시에는 타 시군에 비해 노숙인이 많다. 수원시가 운영하는 수원다시서기 꿈터(노숙인 임시보호소)에서는 하루 두 번 정나눔터를 찾아 노숙인에게 김밥과 도시락 등 대체식을 제공하고 있다.

처음엔 "독감 정도 가지고 뭘 이렇게 호들갑을 떠나"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나라 서민경제는 물론 국가경제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저소득 취약계층이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물론 우리 사회도 단 한명의 굶는 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하고 따듯하게 보살펴야 한다.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공감칼럼, 김우영, 코로나바이러스, 취약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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