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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정말 보고 싶었다, 화성문화제 ‘야조(夜操)’
김우영 언론인
2022-10-17 10:24:42최종 업데이트 : 2022-10-17 10:24:27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백수가 과로사 한다'더니 '반 백수'인 내가 딱 그렇다. 왜 반백수인가 하면 몇 군데 고정적으로 사설이나 칼럼, 또는 원고청탁에 의한 글을 쓰긴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이라는 걸 해본지 벌써 5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반백수인 내가 왜 이렇게 바빠야 하는지 모르겠다.

 

'만사'라고 했지만 일이 참 많다. 물론 돈 되는 일은 별로 없다. 지난 달만해도 혼사나 장례, 술모임, 회의, 세미나, 가족식사, 당일치기여행, 영화관람, 백일장, 문화재지킴이전국대회, 성묘, 생일모임 등 책상달력에 빈칸이 없다. 물론 수시로 이뤄진 술자리는 적어놓지 않았다.

 

 

그런데 이 생활이 참 맘에 든다. 비록 돈벌이는 별로 안 되지만 원고만 써서 보내놓으면 그 다음은 내 맘대로 할 수 있다.

 

광교산, 수원천, 시장통, 성안 골목길을 걸을 수 있고 영화도 볼 수 있다. 출근 걱정하지 않고 밤늦게까지 막걸리도 마실 수 있다. 다음 날은 누구의 눈치도 안보고 낮잠도 잘 수 있다. 물론 사설 마감시간은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

 

 

이럴 때 무예24기 수련을 다시 시작해야하는데..

 

그동안 겨울철 핑계로 수련을 쉬었고 다시 시작하려니 코로나19가 확산돼 오랫동안 중단됐다. 이제라도 다시 해야 하지만 어쩐지 몸도 마음도 가볍지 않다. 그러고 보니 내 나이가 60을 넘어 70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가고 있구나. 참자. 그래도 그동안 본국검과 제독검, 조선세법(예도), 권법을 익혔고 진검까지 휘두르며 관중들 앞에서 대나무와 짚단을 베어 넘겼으니 그만하면 됐다.

 

이제는 내 사랑하는 무예24기 시범단 사범들의 시연을 보고 박수나 쳐주면 된다. 수고 했다며 고참 단원들에게 밥이나 가끔 사주면 될 일이다.

 

 

야조 공연에서 무예24기 훈련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김우영)

야조 공연에서 무예24기 훈련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김우영)

 

7일 밤 '만사'를 제치고 이번 제59회 수원화성문화제 개막공연인 '야조(夜操)'를 보러갔다.

 

올해 화성문화제에서는 야조가 메인공연이다. '야조: 정조, 새로운 세상을 열다'라는 주제로 연무대 국궁터에서 7일과 8일 밤에 열렸다.

 

며칠 전 비가 내린 후 해가 지면 쌀쌀하게 기온이 내려간 탓에 지난 생일에 선물로 받은 누비자켓을 걸치고 집을 나섰다.

 

종로 여민각에서부터 걸어서 연무대로 오르는 길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로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과 연인들이었다. 이른 시간인데도 행사장엔 인파로 가득했다.

 

 

야조는 야간 성곽전투에 대비한 군사 훈련(성조:城操)이다. 밤에는 야조(夜操)였고 낮에는 주조(晝操)였다. 정조대왕은 1795년 음력 윤2월 정조대왕 화성행차 넷째 날인 12일 서장대에 친림해 주간과 야간 군사훈련을 지휘한 바 있다.

 

 

2006년 야조에 출연해 대나무 연속베기를 하는 필자의 모습(사진/보보스)

2006년 야조에 출연해 대나무 연속베기를 하는 필자의 모습(사진/보보스)

 

야조엔 역사와 호국 정신과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우리 전통무예인 무예24기와 백성과 군사가 함께 하는 성곽전투의 전술이 함께 한다. 따라서 야조 행사는 시민단합을 위한 축제로서, 관광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이번 야조는 정조대왕의 개혁 의지와 부국강병의 꿈이 주제였다. 무예24기 시범단이 주축이 된 수원시립공연단의 무예시범과 무용 등의 공연이 펼쳐졌다. 드론 400대가 밤하늘을 무대로 펼치는 공연도 볼만 했다. 그러나 첫날, 날씨가 너무 추웠다. 많은 사람들이 공연 중간에 빠져나갔다.

 

하지만 먼저 간 사람들, 큰 실수를 했다. 마지막에 창룡문 위에서 펼쳐진 드론쇼를 못 보다니! 나도 먼저 자리를 떴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 했다.

 

 

야조 공연 말미에 창룡문 상공에서 드론쇼가 열렸다. 흡사 천군(天軍)이 하늘에서 강람한 듯하다.(사진/김우영)

야조 공연 말미에 창룡문 상공에서 드론쇼가 열렸다. 흡사 천군(天軍)이 하늘에서 강람한 듯하다.(사진/김우영)

 

16년 전, 제법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006년부터 시작된 야조를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관람했다. 직접 무사나 군사로 출연한 일도 있다. 성벽에 올라 횃불을 들기도 했고 무예24기 공연에 참여해 본국검과 제독검을 시연하기도 했다. 몇 번은 진검으로 대나무 베기 시범도 했다.

 

 

정조대왕의 강력한 친위부대인 장용영 무사들은 연무대에서 무예24기를 수련했다. 창·검술을 훈련하고 말을 달리며 활을 쐈다.

 

올해 야조를 보면서 아쉬움도 남았다. 보완해야 할 부분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야조와 마상무예가 재연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저자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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