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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노송지대 딸기밭 포도밭의 추억도 복원할 수 있을까?
언론인 김우영
2019-07-08 09:01:45최종 업데이트 : 2019-07-12 11:00:31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노송지대 딸기밭 포도밭의 추억도 복원할 수 있을까?

[공감칼럼] 노송지대 딸기밭 포도밭의 추억도 복원할 수 있을까?

 2002년 노송지대로 정조대왕 능행차 행렬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2002년 노송지대로 정조대왕 능행차 행렬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노송지대는 한 때 수원시의 랜드마크였다. 수원을 소개하는 사진엔 항상 노송지대의 소나무들이 나왔다. 낙락장송(落落長松)의 자태도 아름다웠거니와 '개혁의 임금', '출천지효(出天之孝)'정조 임금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소나무가 심어진 이 길은 정조대왕 수원 능행 때마다 지나가던 곳이다. 100년 200년 세월이 흐르면서 소나무들은 품격 있는 노송이 됐고 수원사람들은 이 길을 노송지대라고 부르게 됐다.

이 소나무들은 정조대왕의 하사금으로 심었다. 기록에는 소나무 500그루와 능수버들 40그루를 사서 심었다고 돼 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수원팔경' 못지않게 수원을 대표하는 경관으로 사랑받게 됐다. 이곳에는 수원부사, 유수, 판관 등의 공덕비와 송덕비들이 늘어서 있어 고풍스런 느낌을 더해준다.

노송지대는 한때 포도와 딸기가 유명했다. 푸른지대 만큼이나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봄이면 딸기, 가을이면 포도를 먹으러오는 사람들 때문에 길이 막힐 정도였다. 1967년도 한 지역신문에 따르면 1966년도에 노송지대 딸기와 포도를 먹으려고 찾아온 외래객이 15만 명 정도였고, 딸기와 포도의 매상고는 489만원이었다고 한다. 1966년 수원시 전체인구가 12만7733명이었고 당시 시내버스 요금이 5원, 라면 1봉지 값이 10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엄청난 사람이 몰렸고 만만치 않은 매상고를 올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60년대 노송지대 딸기밭. 사진/이목동 유예식 선생 제공

1960년대 노송지대 딸기밭. 사진/이목동 유예식 선생 제공

물론 지금은 노송지대 딸기밭과 포도밭은 다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엔 수원갈비집과 대형 음식점, 예식장, 수영장들이 들어섰다. 그나마 지금은 개발로 인해 어디가 어딘지도 잘 모를 지경이 됐다.

이 와중에 노송들도 수난을 당했다. 자동차 매연과 진동, 그리고 일부 관광객과 시민들의 몰지각한 행위로 노송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제강점시기인 1938년 조사에 따르면 장안문 밖에서 지지대에 이르는 큰 길 가에는 500여 그루의 노송들이 서 있었다고 한다. 이후 1968년 사진에도 대유평에서 만석거에 이르는 길가에 소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장관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이 도시화하면서 노송들은 사라졌고, 지지대 고개에서 이목동으로 내려오는 길가 소나무들만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이에 점점 줄어드는 노송들을 보호하기 위해 1973년 7월 노송지대를 경기도 기념물로 지정한 것이다.

1974년 한 지역신문에 '솔잎혹파리 병충해가 번져서 소나무 20그루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노송지대 소나무가 202주라고 했으니 도 기념물 지정 무렵만 해도 200그루가 넘는 노송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 뒤 해마다 3~4그루가 죽어가서 1986년에는 86그루만 남았다. 현재는 고작 34주의 노송만이 보존돼 있고 수원시가 후계목으로 심은 크고 작은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길가에 서 있던 공덕비와 송덕비도 수원역사박물관으로 옮겼다.

이처럼 수원의 명소 노송지대가 사라질 위험에 처하자 수원시는 자동차 매연과 진동으로 인한 노송의 훼손을 막고, 자연유산 보존을 위해 2016년부터 '노송 지대 복원사업'을 추진해왔다.

2016년 5월엔 노송 지대를 통과하는 도로를 폐쇄했다. 대신 우회도로를 개설하고 노송공원 일대(2734㎡)에 소나무 33주를 심었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노송 지대 주변 토지를 사들여 도로포장을 걷어내고, 녹지를 조성했다. 녹지에는 소나무와 풍해나 수해를 방지해 주는 식물을 심는 등 1만 2085㎡에 이르는 노송지대를 복원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앞으로 2020년까지 복원 구간에 초화류(관상용 꽃)를 추가로 심고, 이목지구 내 남은 노송길(약 340m)도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원시가 복원해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장안구 이목동 노송(老松)지대 내 노송길. 사진/수원시 제공

수원시가 복원해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장안구 이목동 노송(老松)지대 내 노송길. 사진/수원시 제공

아울러 노송지대를 복원해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 국립산림과학원 유전자원부, 경기도산림연구소와 함께 노송 후계목(後繼木) 증식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고색동 양묘장에서 후계목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정조대왕의 뜻에 의해 심은 소나무가 죽어 사라져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수원시의 복원사업이 성공해, 내 젊었을 때 본 그 낙락장송이 줄줄이 서있는 장관을 후손들이라도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딸기밭과 포도밭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는 어렵겠지만...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공감칼럼, 김우영, 노송지대, 딸기밭, 포도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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