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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칼럼] 나무에게 미안해
정수자 시조시인
2022-04-07 17:28:02최종 업데이트 : 2022-04-14 14:59:16 작성자 :   e수원뉴스

인문칼럼

 

나무에게 미안해. 다 비슷한 마음일 듯하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나무에 빚지며 살아가는가. 산소부터 휴지며 연필이며 책은 물론 각종 가구에 이르기까지 나무에게서 받아쓰는 것이 셀 수도 없이 많다. 나무 없이는 살지 못할 만큼 나무에 기대어 나날을 살아가는 셈이다.

 

식목일을 지나니 그런 덕이 새삼 보인다. 엊그제 심은 나무들에 마음이 더 쓰인다. 어린 나무들이 옮겨진 새 터에서도 뿌리를 잘 내릴까. 혹시 잘 자라고 있는 나무들을 옮겼다 죽이는 불상사는 없을지 더 기울여 본다. 공원에서 죽은 나무를 간간이 만날 때마다 안타깝던 기억이 갓 심긴 나무들에 겹치는 까닭이다. 나무란 심는 것만도 큰일이지만 잘 기르는 것 또한 오랜 살핌과 견딤이 필요하니 말이다.

 

한 그루 나무를 심는다는 것. 그것은 마침내 숲을 이루는 큰일의 첫 삽이다. 자신의 일도 아닌데 혼자서 꾸준히 나무를 심어 황무지를 숲으로 만들어낸 어느 「나무를 심는 사람」처럼. 이 애니메이션은 프레더릭 백이 장 지오노의 소설을 독특한 화풍으로 그려낸 수작으로 나무 심기의 위대함을 잘 보여준다. 한 사람의 조용한 나무 심기가 모두의 희망이자 미래를 만들어내는 큰 산이 됐다. 그렇듯 묵묵히 나무를 심어온 사람들이 있어 우리도 나무의 덕을 많이 누리는 게다.

 

그런 사람처럼 나무는 헌신의 덕성이 커서 종종 성자에 비견된다. 평생을 다 바치고 가는 나무에게 우리는 그저 미안한 마음만 지닐 뿐이다. 특히 종이를 많이 쓰는 입장이라면 나무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 그래서 내 책이 나무 한 그루만큼의 힘을 지닐 수 있는지 두려워하다 마음이나마 바쳐보는 것이다. 전자책이 늘어도 책은 역시 종이책이라는 오래된 사랑을 못 버리는 게다. 페이지 넘기는 소리나 다시 찾아 읽는 음미나 밑줄을 치는 맛 등등 종이책만의 깊이와 무게가 다르니 말이다.

 

올봄엔 나무의 희생이 유독 많았다. 동시다발적으로 번진 산불에 울울창창하던 나무들이 사라지며 산은 죽음의 땅이 됐다. 불탄 자리들은 백년이 지나야 회복된다니 손실이 이만저만 아니다. 헐벗은 시절의 국가사업처럼 조림을 대대적으로 펴야 할 곳이 늘어난 것이다. 그런 일이 없어도 수원은 곳곳에 나무를 새로 심고 있다. 도심의 열섬효과를 막기 위해서도 나무 많이 심는 녹지조성은 필수다. 그렇게 심고 가꾼 나무들을 잘 지키는 도시 환경이 우선이겠지만 말이다.

 

길을 걷다가도 나무 곁을 더 찾을 때다. 나무 옆에 서면 신선한 호흡이 전신에 닿는다. 나무들은 곧 잎을 더 펼쳐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줄 것이다. 지나는 새들도 불러 앉혀 새 노래를 부르게 할 것이다. 비록 가로수들이 "도로변 시끄러운 가로등 곁에서 허구한 날/신경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피어나는 꽃/참을 수 없다 나무는, 알고 보면/치욕으로 푸르다"(손택수, 「나무의 수사학1」)고 말없이 외치더라도! 그런 치욕을 더 이상 주지 않기를, 시의 속말로 새기며 나무들을 다시 본다.

 

미안하면 아끼자는 생각. 휴지 한 장도 아껴 쓰듯 일회용품 안 쓰기를 꾸준히 하면 조금씩 좋은 환경으로 갈 것이다. 어린 나무들이 잘 자라길 빌며 나날이 푸르러지는 큰 나무 그늘에 든다. 볼수록 미안하고 새길수록 고맙다고.



*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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