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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골목과 거리, 버스정류장에서도 詩를 만나는 수원
언론인 김우영
2018-12-14 18:20:57최종 업데이트 : 2018-12-17 15:10:16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골목과 거리, 버리정류장에서도 詩를 만나는 수원

[공감칼럼] 골목과 거리, 버리정류장에서도 詩를 만나는 수원


하얀 눈이 복스럽게 쏟아지던 13일 오전 11시 수원시 곡선동 덕영대로 1323번길 26-24 사이 우남 2차아파트 옆 산들 어린이공원에서는 '시(詩)가 있는 거리 선포식'이 열렸다. '눈이 복스럽게' 내렸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나는 그 눈 때문에 행사 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20여분 가량 늦고 말았다. 눈발 속에서 한참을 기다려 잡은 택시는 길이 막히는 바람에 요금이 거의 1만원 가까이 나왔다.

어쨌거나 도착하니 시낭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임병호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장님과 최영선 수원시인협회 회장, 김현탁 소설가 등 반가운 얼굴들도 보였다.

비록 길은 막히고 눈길에 미끄러진 차량도 눈에 띄었지만 그래도 펑펑 쏟아지는 눈발 속에서 듣는 시낭독은 운치가 있었다.

'시가 있는 거리'는 시인이자 곡선동 주민자치위원장인 이상용(필명 이상정) 씨가 제안해 조성된 것이다. 이상정 시인은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올 수 있는 테마거리를 조성하여 우리 지역의 자랑거리이자 명소로 만들고, 주민들에게는 시를 감상할 수 있는 산책공간을 제공하고자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가 있는 거리 선포식

시가 있는 거리 선포식

 참석한 시인들과 곡선동 주민들

참석한 시인들과 곡선동 주민들

이상용(이상정)주민자치위원장과 조두환 동장

이상용(이상정)주민자치위원장과 조두환 동장

곡선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주관한 선포식이 끝나고 눈을 맞으며 시가 있는 거리를 둘러봤다. 곡반초등학교와 써미트빌 사잇길 ~ 우남2차(아)와 대림(아) 사잇길에 늘어선 메타세콰이어 나무와 시화·조형물이 조화를 이뤘다. 수원시인협회 회원들의 시를 방부목에 그림과 함께 새긴 것도 있고, 포토존 벤치나 예술조형물로 설치해 놓기도 했다.
곡선동 시의 거리. 시로 인해 운치가 더해졌다.

곡선동 시의 거리. 시로 인해 운치가 더해졌다.

이번에 시의 거리를 조성한 곡선동 말고도 수원에서는 곳곳에서 시를 감상할 수 있다. 우선 버스 정류장마다 시인들과 시민들의 시가 부착돼 있다. 수원시는 2013년부터 시민 공모를 통해 뽑은 일반 시민들의 시를 버스정류장에 게시해 오고 있다. 수원시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 창작시 공모는 상·하반기로 나눠 1년에 2차례 진행된다. 또 문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도 작품을 기부하고 있다.

얼마 전 나도 버스정류장 시 심사를 한 적이 있다. 많은 작풍이 응모 됐는데 청소년부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율현초등학교 4학년 정은후 학생의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순수한 동심의 세계가 잘 표현된 시로 읽는 이들의 입가에 빙그레 웃음이 떠오르게 만드는 수작(秀作)이다.

<어른들은 몰라요>
동생과 내가 싸우면/먼저 울어버리는 내 동생/우리 아빠 달려오시며/동생을 달래주신다//어른들은 모른다/누구의 잘못인지/어른들은 모른다/나도 울음을 참고 있다는 걸//들쑥날쑥 내 어깨 위에/가만히 내려앉은 손 하나/툭툭 쳐주시는 아빠의 손길에/마음이 사르르 녹아 내린다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은 현재 시내 814개 '쉼터형 버스정류장'(비와 햇볕을 피하며 쉴 수 있도록 지붕과 의자가 설치된 버스정류장) 중 593곳에 부착돼 있다.

또 있다. 내가 수원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을 때인 2013년 가을 고은 시인과 수원의 시인들이 수원 화성이 잘 보이는 지동 골목에 자필로 시를 써 화제가 된 일도 있다. 그때 지동 주민들이 음식과 술, 음료를 잔뜩 준비해 동네잔치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미투' 바람이 불어 고은 시인의 시 '지동에 오면'은 지워지고 말았다. 이 일은 현재 재판 중이므로 진위는 얼마 후 가려질 것이다. 사필귀정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곡선동 시가 있는 거리에 이어 다른 지역으로도 시가 게시된 거리나 골목이 확산되기를 바란다. 비록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살지는 못할 지라도 골목과 거리 곳곳에서 시를 만날 수 있는 도시에 사는 시민들의 마음만은 부자가 될 것이므로.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공감칼럼, 김우영, 버스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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