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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나의 스승, 유선 선생님 이야기
언론인 김우영
2022-02-04 15:57:22최종 업데이트 : 2022-02-09 10:11:48 작성자 :   e수원뉴스 김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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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 신문에 노스승과 제자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유선 시조시인의 제자들이 스승의 77세를 기념하는 시집을 만들어 헌정한 이야기다.

 

수원수성고등학교 때 스승이던 유선 시인을 위해 문인이 된 제자 8명이 뜻을 합쳐 책을 출판하고 헌정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이 책 '수원의 새'에는 유선시인의 대표 시조들과 제자들의 시가 수록돼 있다. 제자들도 어느덧 머리카락이 백발이 되거나 반백이 된 나이들이다. 윤승기, 이경렬, 김우영, 최영선, 홍승갑, 김준기, 이강석, 이달영 등이다.

 

유선 시조시인의 77세 기념시집 헌정식

유선 시조시인의 77세 기념시집 헌정식

 

"시집 '수원의 새'를 받아든 사람들은 감동했다. 또 한편으론 이들 사제지간의 도타운 정을 부러워했다. 수원에서 학교 제자들이 스승을 위해 시집을 헌정한 일이 처음이어서 더 그랬을 것이다. 제자들은 참교육자로서 문학적 성과까지 거둔 스승에 극진한 예를 표했다. 참 보기에 좋았다. 유선 시인은 우리 문단의 공로자이면서 존경받는 교육자였다. 이날 행사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그 스승에 그 제자들'이라고 흐뭇해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래서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던 한 은퇴 교장의 말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눈치 채셨겠지만 이 글은 내가 쓴 것이다.

 

며칠 전 유선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해도 바뀌었는데 (최)영선이와 함께 저녁을 함께 하자"는 말씀이다. 아차 싶었다. 내가 먼저 모셔야 하는데 일이 거꾸로 됐다.

내내 송구한 마음으로 식사를 함께 했다. 중간에 화장실이라도 가시면 틈을 보아 내가 계산을 하려고 했는데 전화를 받으러 나간 사이에 계산을 하고 계셨다.

"우영이하고 영선이를 만나 이렇게 밥도 먹고 술도 한잔 하니 기분이 참 좋다." 몇 번을 말씀하시며 잔을 기울이시는 86세의 노스승 앞에서 우리는 고등학교 문학소년 시절로 되돌아갔다.

 

그 때도 선생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막걸리를 따라 주셨다. "괜찮어, 글 쓰는 사람들은 한잔씩 해도 돼" 수성고 재학시절 글을 쓴답시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분위기를 잡고 다니던 무렵, 신풍동 선생님 댁에 자주 갔다.

지금은 세상에 계시지 않는 사모님은 "안주가 부실해서 어쩌나" 하시면서 술상을 봐오셨다.

 

유선 시인

유선 시인

수성고 학생들의 등사판 문학동인지 '야생초'를 낼 때는 직접 등사용지에 제자들의 그 많은 작품을 한 글자씩 쓰셨다. 제작비를 아껴야 한다며.

 

고교시절 내가 학원문학상에 당선됐을 때, 최영선이 경희대 전국백일장에서 장원을 했을 때 누구보다 기뻐하셨다. 그리고 1978년 내가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을 때 주변에 제자 자랑을 많이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랑에 보답하지 못했다. 최영선은 자주 찾아뵙고 심지어 시골 텃밭에까지 함께 모시고 다니고 있지만 이 핑계 저 사정, 스승의 날에도 전화를 드리지 못했다.

 

1980년대 중반 경인일보에 '잊을 수 없는 나의 스승'이란 시리즈가 있었는데 거기에 선생님의 얘기를 썼던 기억이 있을 뿐이다.

 

유선 선생님은 훌륭한 교육자이자 시조시인이다. '시조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시조 불모지였던 수원에 시조를 확산시켰다.

1986년 경인시조문학회를 창립시켰다. 이 모임은 1997년 한국시조시인협회 총회의 인준을 거쳐 한국시조시인협회 경인지회로 명칭이 바뀌었고, 2010년부터 경기시조시인협회가 됐다.

 

또 시조창작 교육에도 혼신의 힘을 다하셨다. 시조의 씨앗을 뿌려, 시조의 어린 싹을 큰 재목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학생, 청소년 상설시조학교를 운영했다. 상설시조학교는 대학생, 일반인, 국어교사와 노인대학생에 이르기까지 확대됐다.

지금도 신풍동 일명 '생태교통 거리'의 수원 문학인의 집에서는 학생, 청소년, 모든 주민 등을 대상으로 시조창작 실기교육이 열리고 있다.

 

고향이나 다름없는 신풍동에 대한 사랑도 크다. 2013년 '생태교통 수원 2013' 행사 때는 앞장서서 주민들을 설득하며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유선 선생님, 부디 건강하셔서 우리 곁에 오래도록 계시길 기원한다. 



*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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