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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겨울, 눈이 안 오면 걱정...와도 걱정
김우영 언론인
2022-02-14 09:06:43최종 업데이트 : 2022-02-14 09:06:33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올겨울은 참 눈이 적다. 겨울가뭄을 걱정하는 지역이 많다.

강수량이 부족하다는데 최근 3개월 누적강수량은 평년보다 38%나 적다.

현재 강원영동·경북동해안·충북 중심으로 가뭄이 발생했다.

 

가뭄은 봄철 농사에도 영향을 끼치지만 산불발생 위험도를 크게 높인다. 전문가들은 실효습도 50% 이하일 때 화재 위험이 높아진다고 한다. 특히 낙엽 수분 함유량이 15%일 때 발화 확률은 25배 높아진다는 것이다.

 

일부 섬 지역은 가뭄이 지속되면서 식수난을 겪고 있다. 이에 한국수자원공사가 병물을 지원했다고 한다. 강원도에서는 눈가뭄으로 눈 축제가 취소되고 겨울산의 설경을 즐기려는 산행객이 감소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코로나19 오미크론이 숨 가쁘게 확산돼 온 나라가 불안에 떨고 분위기가 위축돼 있는데 겨울가뭄까지 심하다.

 

눈이 내리길 기대했는데 얼마 전 드디어 눈이 내렸다.

 

아침을 먹자마자 카메라를 들고 화성행궁으로 갔다. 벌써 대포 같은 카메라를 멘 사진동호인들이 여기저기서 부지런히 셔터를 누르고 있다. 아마 화서문과 팔달산, 동장대, 방화수류정과 용연 등 화성 성곽 여기저기에도 새벽부터 나와 있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단 한 장면 밖에 허락하지 않는 사진의 묘미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행궁광장에는 눈사람이 몇 개 만들어져 있다. 광장 건너편 종각인 여민각 옆 벤치에도 가족 눈사람이 등장했다. 아, 그 사람들이구나. 아까 여민각 주변 눈을 치우던 젊은 엄마와 어린 아들이 그새 이걸 만들어 놓았구나.

 
젊은 엄마와 아이가 만들어 놓고 간 가족 눈사람(사진=김우영 필자)

젊은 엄마와 아이가 만들어 놓고 간 가족 눈사람(사진=김우영 필자)

 

 

참 재미있다. 가운데 뚱뚱한 눈사람은 아빠일 것이고 그 옆은 엄마, 양쪽은 아이들일 것이다.

 

그런데 솔방울과 솔잎, 나뭇잎과 나뭇가지, 작은 당근 등을 붙여 만든 모양이 예사롭지 않다. 몇 년 전 겨울 수원천에서도 멋진 눈사람(동물) 예술작품을 본적이 있는데 이 것 역시 만만치 않다.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는데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어머, 이 눈사람들 좀 봐. 정말 귀엽다"

 

지나가던 젊은이들이 감탄을 금치 못한다.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들이민다. 한 중년 부부는 눈사람 뒤에 서서 기념사진도 찍는다.

 

급한 원고를 써서 보내야했기에 아쉽게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 화성 산책길에서 돌아오면서 보니 누군가 눈사람을 무참하게 부숴놓았다. 그에겐 무슨 분노가 있었을까. 내게도 저렇듯 다스리지 못하고 함부로 표출된 분노가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로인해 상처 받았을 이들을 생각했다.

 

내 어렸을 적엔 눈이 참 많이 내렸다. 학교 가는 길은 허리까지 쌓인 눈을 헤치고 가느라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응달엔 겨우내 눈이 녹지 않았다. 앞마당과 동네 안길의 눈을 치우는 것이 겨울철의 일과였다. 그래도 눈 내리면 강아지처럼 좋아했다. 군대 가기 전까지는.

 

내 군대 시절엔 왜 눈이 더 자주 내렸는지. 부대 내에만 왜 그리 눈이 많이 쌓였는지 알 수 없었다.

 

월남전에도 다녀왔다는 소대 선임하사는 눈만 내리면 팬티만 입게 하고 제설작업을 시켰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눈을 치워야 했다. 과연 10분도 지나지 않아 몸은 후끈후끈해졌다. 어차피 해야 할 일, 인상 찡그리면 뭐하나. 즐기면서 하자. 제설작업은 눈싸움으로 이어졌고 선임하사도 씨익 웃으며 동참했다.

 

눈 내리는 날의 추억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대부분 아름다웠다. 지금이야 눈이 얼어붙어 미끄러워지면 겁부터 나지만 그래도 눈 내리는 순간만큼은 행복하다.

 

그러나 행복은 곧 조바심으로 바뀐다. 아들 직장 때문이다. 식자재 관련 업무를 맡아 차를 몰고 여러 지역을 다녀야 하는데 길이 얼어붙으면 어쩌나.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머지않아 실시될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 그리고 그 뒤 치러질 지방선거 후보자들도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려나? 눈이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


*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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