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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칼럼]사는 맛
정수자 시조시인
2022-03-11 14:45:20최종 업데이트 : 2022-03-18 10:30:42 작성자 :   e수원뉴스 김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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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맛에 사는가. 좀 군색해지는 질문이다. 왜 사는가보다는 편하겠지만. 하고 보면 요즘은 무거운 질문이 사라진 느낌이다. 사생활 침해성 질문은 여전히 많건만 묵직한 질문들은 도서관에 묻어버린 듯하다. 왜 새삼 사는 맛 운운하느냐면, 삶이 점점 심드렁해지는 까닭이다.

 

갈수록 맛이 없다고들 한다. 입맛 밥맛 다 없는데 사람 만나는 맛까지 잃어간다는 것. 여기에는 남은 날들을 무슨 맛으로 살아갈지 가마득하다는 탄식도 끼어 있다. 그렇다면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은 모두 무슨 맛으로 살고 있을까. 사는 맛 더하는 무엇이 있기는 한 것일까. 아무런 맛도 없이 견디는 중이라도, 바람이나 햇볕 쬐는 맛은 남아 있을까.

 

최근에 책을 읽다 더 굴려본 생각들이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문학자인 파스칼 브뤼크네르에 따르면, 사는 맛은 '일 ‧ 참여 ‧ 공부'가 높여준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세계 곳곳은 젊은 노인들이 넘쳐난다. 생의 청년기는 그대로인데 노년기만 길어져 지구도 힘에 부치는 듯싶다. 스스로 활력을 돋우지 못하면 누워 지내다 가는 게다. 은퇴 후 앓다가 마감하지 않으려면 거기 저항하며 사는 맛을 최대한 찾으라는 전언이다. 그 방법의 집약이 바로 일과 참여와 공부다.

 

일은 해온 것의 연장이든 새로 구한 것이든, 삶의 유지에 필요한 기본이겠다. 참여는 사회단체나 모임 혹은 취미활동 등의 공유를 들 수 있다. 소규모 동호인모임부터 시민단체나 문화예술단체처럼 전문성을 띤 모임까지 참여를 넓힐 곳은 지천이다. 공부도 좋은 강습과 강좌프로그램이 다양하게 포진한 평생학습시대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무엇이든 가능하다. 일을 하면서 참여 기회를 늘일 수 있고, 공부까지 더할 수 있는 평생사회활동기반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그러니 삶도 전보다 역동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 모든 활동에는 비용이 따르지만, '평생학습 권하는 사회'에는 그것도 최소한으로 가능한 곳이 많다. 노년만 아니라 중년과 청년도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나서는 시절이라 다양한 강좌가 기다린다. 수원은 특히 인문학도시 표방에 따라 개설한 강좌며 강의만 찾아다녀도 대학원 다닌 만큼의 공부를 올릴 수 있다. 급변을 넘어 광속으로 변하는 시대의 대졸 효과는 몇 년 지나면 폐기된다니 공부와 함께할 갈 수밖에 없는 게다.

 

아니 일상의 과부하도 지치는데 뭔 공부? 업무며 공부에 짓눌린 나날에 새로운 공부라니 과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무엇을 찾아 즐기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쉬어주는 멍 때리기처럼. 얼마 전부터 유행한 '불멍', '물멍' 같은 '멍'의 인기는 현대인이 무조건 휴식을 얼마나 바라는지 잘 보여준다. 하지만 무작정 쉼에도 약간의 준비는 필요하니 혼자만의 즐김이라도 삶의 공부가 된다. 어떻게 쉬어야 완전한 방전과 재충전이 즐거움을 만드는지 깨닫게 되니 말이다. 그래도 계속 쉴 수는 없는 게 살아있는 존재의 운명.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자기 삶의 일정을 살펴야 한다. 무릇 떠남이 돌아옴을 전제로 하듯.

 

하면서 돌아보니, 사는 맛은 역시 일과 참여와 공부에서 커진다. 소속감 없이 고립감을 넘기 힘들듯, 내가 속한 세상에서 더불어 살 때 살아갈 힘도 얻는다. 특히 누군가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지금 여기서 사는 맛을 나눌 때 즐거워진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푸시킨) 않고, 사는 것처럼 살기 위해서도.



*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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