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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방하착(放下着), 그저 오늘도 내일도 여여(如如)하시라
언론인 김우영
2018-12-24 11:49:54최종 업데이트 : 2019-01-15 11:29:33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방하착(放下着), 그저 오늘도 내일도 여여(如如)하시라

[공감칼럼] 방하착(放下着), 그저 오늘도 내일도 여여(如如)하시라

한해의 마지막을 알리는 송년 행사들이 수원시 전역에서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31일 오후 8시 수원SK아트리움에서의 송년 음악회가 끝나고 화성행궁 광장에서는 송년·새해맞이 행사가 벌어진다. 각종 공연과 이벤트에 이어 새해가 시작되면 2019년 새해 타종이 시작된다.

시간이 된다면 수원SK아트리움에서 열리는 '아듀! 2018 송년음악회'에 가보시길 권한다.

수원을 대표하는 예술단인 수원시립 합창단·교향악단·공연단의 수준 높은 공연이 박지훈 수원시립합창단 예술감독의 지휘로 펼쳐진다.

또 영화 '서편제'·'천년학'에 출연한 국악인 오정해를 비롯해 R&B(리듬앤드블루스) 가수 김조한도 특별게스트로 출연한다.

좀 더 상세하게 프로그램을 소개하자면 1부는 '고석진 퍼커션'의 타악기 앙상블로 시작해 수원시립합창단의 '아리랑' 합창, 시립공연단의 뮤지컬('정조' 중 화산) 공연과 오정해의 무대로 꾸며진다.

2부는 시립교향악단의 '라데츠키 행진곡' 연주, 시립합창단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화제가 된 전설의 록밴드 '퀸'의 히트곡, 뮤지컬 등과, 가수 김조한의 무대로 이어진다.

송년음악회 티켓은 금방 매진 될 수 있으므로 수원시립예술단 홈페이지에서 서둘러 예매하길 바란다.

어쨌거나 며칠이 지나면 또 한 살 먹는다. '먹는다'라고 했는데 남은 수명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므로 내겐 적당한 표현이다. 환갑이랍시고 자식들이 저녁 자리를 만들어 준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60대 중반의 문턱에 섰다. 그러므로 새해에 대한 설렘은 없다.

대신 마음이 편안해 진다.
가진 것 없이 살아왔어도 인생 60 언덕을 넘으니 마음이 고요해진다. 올 여름 비가 내리던 날 일없이 찾아간 양수리 강가.

가진 것 없이 살아왔어도 인생 60 언덕을 넘으니 마음이 고요해진다. 올 여름 비가 내리던 날 일없이 찾아간 양수리 강가.

아, 이것인가 보다. 방하착(放下着)!

중국 당나라 말기의 선승(禪僧)인 조주(趙州, 778~897) 스님은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선불교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다. 조주선사의 상수(上首) 법제자로 선신이라는 스님이 있었는데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바라지 않아 그냥 그가 살던 엄양산의 이름을 따 엄양존자라고만 불렸다. 그의 주변에 호랑이 두 마리와 뱀 한 마리가 항상 맴돌았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신비스러운 인물이다.

어느 날 엄양 존자가 조주 선사를 찾아왔다. 이 자리에서 엄양 존자는 대뜸 "한 물건도 갖고 오지 않았을 때는 어찌합니까?" 라고 물었다. 이에 조주선사는 "방하착(放下着-내려 놓으시게)!"이라고 말했다. 이에 엄양 존자는 "한 물건도 갖고 오지 않았는데 무엇을 방하하라는 말씀이십니까?"하고 다시 질문했다.

그러자 조주선사는 "착득거(着得去-지니고 가시게)!"라고 말했다. 지금 그 '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라는 생각의 집착을 내려놓으라는 뜻이라고 한다. 엄양 존자는 그 사실을 모르고 '나에게는 한 물건도 없다'라는 그 마음의 물건을 집착했다는 것이다.

조주 선사께서 이 시대에 환생하셨다면 나 같은 청맹(靑盲)의 알음알이들에겐 대뜸 '방하착' '착득거'라고 하지말고 좀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리라.

방하착은 보이지도 않고 실체가 있는 지도 모르는 마음이 만들어 내는 집착과 갈등, 분노, 미움 등을 벗어 던지면 홀가분해지고 분별심이 사라져 편안해진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도 전한다. 한 스님이 산모퉁이를 지나는데 산 아래서 사람 살리라는 외침이 들렸다. 맹인이 길을 가다가 실족해 산 밑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나무 가지를 붙잡고 매달려 구조해달라고 외치는 것이다. 그런데 스님이 보니 맹인 잡은 나뭇가지에서 땅까지는 겨우 한두 자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이다. 손을 놔도 전혀 다치지 않을 높이였다. 스님은 그 손을 놓으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면 더 이상 힘도 안 들고 편안해진다고 말이다. 그러나 맹인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냥 구해달라는 말만 계속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힘이 빠져 나뭇가지에서 손을 놓았다. 그제야 공포에서 벗어난 맹인은 멋쩍어 하면서 돌아갔다는 얘기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바로 그 맹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놓을 수 없었던 그 나뭇가지는 그동안 '김우영'이라고 불리는 자가 움켜쥐었던 지상의 욕심이었다. 그처럼 눈뜬장님인 나지만 이즈음 얻은 작은 깨달음은 버리면 그만큼 편안해진다는 것이다. 놓치지 않으려고 잡고 있으면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방하착' 올해 마지막 날엔 내 꼬부랑글씨일지라도 정성껏 써서 컴퓨터 모니터 옆에 붙여놓아야 겠다.

올해의 아쉬움을 내려놓고, 2019년에 대한 과한 기대도 내려놓고 그저 여여(如如)하기를.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공감칼럼, 김우영, 방하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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