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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가난과 고통의 대물림 독립지사 후손들의 삶
언론인 김우영
2019-03-11 11:31:16최종 업데이트 : 2019-03-18 11:39:17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가난과 고통의 대물림 독립지사 후손들의 삶

[공감칼럼] 가난과 고통의 대물림 독립지사 후손들의 삶


심각한 미세먼지 때문에 한동안 광교산에 가지 못했다. 대신 마스크를 쓰고 화성을 한 바퀴 돌곤 했다. 아참, 지난주엔 화성을 돌기 전 팔달문 옆에서 작은 꽃 화분 하나를 사서 팔달산 3·1독립운동기념탑 앞에 놓고 왔다. 메모지에 '물 좀 주세요 ^^'라고 써놓았다. 이미 기념탑 앞에는 꽃다발 몇 개가 놓여 있었다.

며칠 전 메일을 받았다. (사)다산연구소에서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칼럼이다. 이번 글쓴이는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박석무 선생이다. 나는 박석무 선생의 글을 좋아한다. 기개가 있으며 나이 들었어도 올곧은 관점을 갖고 있는 지식인이기 때문이다.

이번 글의 제목은 '지사(志士)와 애국자를 추모하며'이다. 선생은 "지사(志士)·의사(義士)·열사(烈士)들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었지만, 그들은 물론 그분들 후손들까지 가난과 고통, 탄압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온 세월이 얼마이던가요. 반대로 그들을 해치고 그들을 밀고하고 탄압하던 일에 앞장서서 일본에 부역하고 친일한 사람들만 부귀호강을 누렸고, 또 그들의 후예들만 잘 먹고 잘 살던 세월은 얼마였던가요"라고 한탄한다.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점이며 그들의 후손들이 아직도 주류사회의 일부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친일파는 청산하고 그 잔재를 깨끗이 씻어내는 국민과 국가적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힘주어 말한다.

선생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애국지사들의 뜻을 초석으로 삼고 있다. 일부 얼빠진 작자들이 있긴 하지만 제대로 정신이 박힌 국민들이라면 애국지사들을 존경하고 고마움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박석무 선생의 탄식처럼 애국지사들은 물론이고 후손들까지 가난과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나와 오랜 세월 교유해 온 임병무 씨가 그렇다. 그는 시청 앞 올림픽 공원에 있는 독립투사 필동 임면수 선생의 손자다.

임면수 선생은 수원지역의 대표적인 계몽 운동가이자 자강운동을 펼친 민족사상가로서 수원지역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또 수원 삼일학교(三一學校)의 설립자 중 한 사람으로 독립운동의 씨앗이 될 학생들을 육성했다.

특히 통화현 합니하(哈泥河)에 개교한 제2의 신흥무관학교인 양성중학교(養成中學校) 교장으로서 독립군 양성에 기여했다. 무장 결사대의 일원으로 현장에서 활동하다가 일제에 의해 체포 투옥, 고문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되어 풀려났다가 1930년 12월 숨을 거뒀다.
독립 투사 임면수 선생 동상. 사진/임병무

독립 투사 임면수 선생 동상. 사진/임병무


임면수 선생을 꼭 빼닮은 임병무 씨를 처음 만난 시기는 내 나이 30대 중반이었다. 그러니까 벌써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현재 사진작가협회 수원지부장인 정연수 작가의 소개로 만났는데 당시 임병무 씨는 첫 시집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시집의 해설을 내가 써준 인연으로 친구가 됐다.

당시 세무사 사무소에 근무했지만 생활은 빈곤했다. 인성이 착했기 때문이다. 주머니에 몇 푼이라도 있으면 아끼지 않고 술값을 냈다. 주변 친구들의 주머니 사정이 매우 좋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어느 겨울엔 난방용 석유를 사서 집에 갖고 가야 하는데 그 돈도 서슴없이 썼다. 새벽녁 내가 부리나케 급전을 마련해서 석유를 사 들려 보냈다.

그런 그가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를 겪었다. 급작스럽게 뇌수술을 받은 것이다. 그 후 판단력과 기억력이 매우 나빠졌다. 직장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의 아내가 생활전선에 나섰다. 식당일, 보험설계사 등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지금은 요양보호사를 하고 있는데 수입이 많지 않은 모양이어서 빈곤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수원시민주공무원노조 김해영 위원장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있는 임병무 씨(왼쪽). 윗사진 임면수 선생과 꼭 닮았다. 사진/수원시민주공무원노조

수원시민주공무원노조 김해영 위원장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있는 임병무 씨(왼쪽). 윗사진 임면수 선생과 꼭 닮았다. 사진/수원시민주공무원노조


지난 5일 수원시 민주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김해영)이 그를 비롯해 독립유공자 후손 3명에게 성금 100만원 씩을 전달했다. 임병무 씨의 친구로서 참 고맙다. 없는 살림에 다소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수원시 민주공무원노조는 2015년 임면수 선생 동상 건립 기금으로 1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으며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건립될 예정인 기념 조형물 건립에 보태라며 100만원을 기부한 바 있다.

오직 나라와 민족을 구하려던 독립투사들의 숭고한 애국심을 기리는 것은 당연하다. 친일잔재도 청산되길 바란다. 여기에 더해 국가와 사회가 가난과 싸우느라 지쳐있는 후손들의 삶도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공감칼럼, 언론이 김우영, 독립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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