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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운전면허 자진반납하면 10만원 준다는데
김우영 언론인
2021-05-11 10:55:58최종 업데이트 : 2021-05-11 14:05:33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공감칼럼

 

수원시에 주소를 둔 만 65세(2021년 기준 1956년 이후 출생) 이상 운전면허소지자 중 2019년 3월 13일 이후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10만원을 준단다.

 

요즘 젊은이들의 피크닉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용연을 둘러보고 화홍문 옆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가 소리 높여 나를 부른다. 차 한 대가 내 옆에 서고 창문이 열리더니 다짜고짜 타란다. 한잔 하러 가는 길인데 같이 가자는 것이다. 저녁에 써서 내일 보내야할 원고가 있어 사양했다.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내린 그에게 근황을 물었다.

 

들려오는 대답은 "코로나19 때문에 죽겠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내 주변사람의 60% 정도는 이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문제가 화제에 올랐다. 이제 7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그는 "나이 드는 것도 서러운데 면허까지 반납하라니 기분이 상한다"는 것이다.

 

"아, 물론 나도 가끔씩은 순발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껴 더욱 운전에 조심한다. 그렇지만 강요는 아니지만 자진 반납하라는 말에는 비애감마저 생기더라"고 털어놓았다.

 

주차구역이 아니기에 서둘러 운전석에 오르는 그를 보니 그럴 법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봐도 그는 참으로 건강하다. 그런데 나이는 어쩔 수 없는 법, 순발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고백을 들으니 세월이 참 무상하다는 것을 또 다시 느꼈다.

수원시는 2019년부터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나이 든 운전자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그해엔 700명이 반납했고 지난해엔 2100명이 운전면허를 반납했다.

운전면허증 반납 홍보물

수원시가 65세 이상 운전면허소지자 중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10만원을 준다.
 

수원시만 면허 자진 반납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의 경우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70세 이상 시민에게 10만 원 가량 교통카드를 주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현상 중 대표적인 것은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고령 운전자가 몰던 차량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엔 서울에서 82세 노인 운전자가 사고를 냈다. 노인이 운전하던 차량이 오토바이 3대와 차량 1대를 들이받은 뒤 미용실로 밀고 들어갔다. 이 사고로 30대 여성 손님이 숨졌고 직원 1명도 부상을 입었다.

 

3월 29일엔 72세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우암 송시열 선생이 학문을 연구하고 제자를 양성하던 대전 우암사적공원 정문으로 돌진했다. 정문 지붕 등 기와시설물이 무너지는 사고로 차량에 타고 있던 2명과 보행자 1명이 부상을 당했다.

 

1월에도 서울에서 80대 운전자가 모는 승용차가 식당 안으로 돌진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일으킨 가해 교통사고는 2015년 2만3063건에서 2019년 3만3239건으로 44%나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5일 박상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들어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만 75세 이상 고령운전자 면허증 갱신과 적성검사 주기를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줄였다. 2시간 교통안전교육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나는 운전면허가 없다. 단 한 번도 취득할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전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한가롭게 책을 읽거나 창밖 풍경을 보는 일이 즐겁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내 주변엔 운전면허증이 없는 사람들이 꽤 된다. 시인 ㅈ, 교수 ㄱ, 교사 ㄴ, 농학자 ㄱ 등이 나처럼 뚜벅이들이다.

 

운전면허 자진 반납 문제는 남의 이야기지만 사실 불안할 때도 많았다. 몇 년 전 택시를 탔는데 꽤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람이 운전을 하고 있었다. 80세가 넘어 보였다. 운전기사는 자신의 몸을 움직여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겼고 나도 진심으로 맞장구를 쳐주었다. 하지만 택시를 타고 있었던 시간 내내 불안했고 한편으론 답답했다.

 

그러니 참 어려운 문제다. 차량이 없으면 일을 할 수 없어 생계에 지장을 받거나 대중교통으로는 외출하기 어려운 노년층에게 반납을 강요할 수는 없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정책연구처장은 지난달 한국경제지에 실린 글에서 고령자에 대한 관심을 통한 정책의 지속성이 중요하다면서 앞으로는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이하여 고령운전자에 대한 배제정책에서 벗어나 고령운전자들도 안전하게 운전이 가능한 포용적인 정책도 개발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보다 세부적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강처장의 말에 공감한다.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김우영 언론인 프로필 및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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