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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 떼까마귀들아, 수원이 그리 살기 좋더냐?
김우영/시인, 언론인
2018-01-03 09:24:43최종 업데이트 : 2018-01-31 11:27:52 작성자 :   e수원뉴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아니라 떼까마귀가 다시 수원에 무리지어 날아 왔다. 이놈들은 처음 수 백 마리에 지나지 않더니 이어 수천마리로 늘었다. 그러니까 처음에 온 녀석들은 군대로 말하자면 이른바 첨병이거나 정찰대였던 모양이다. "아, 여기는 수원. 해코지할 짐승이 없고 안전하니 모두들 안심하고 넘어와라. 인근 논밭과 하천에 먹이도 많다. 이상" 아마 정찰대장 까마귀의 이런 연락을 받은 나머지 무리들이 왔을 것이다. 

떼까마귀는 철새다. 떼까마귀는 겨울철 러시아나 몽골 등 추운 북쪽에서 남쪽지방으로 월동하러 내려온다. 철새전문가들은 전선처럼 쉴 수 있는 시설물이 있는 도심지를 숲으로 착각해 찾아온다고 한다.

이 떼까마귀들은 낮엔 수원시 농촌지역이나 인근 화성시, 오산시, 용인시 등으로 날아가 먹이활동을 하다가 어두워지면 수원시내로 날아와 밤을 보낸다. 주로 동수원사거리, 인계사거리, 나혜석거리, 인계동박스, 가구거리, 인계주공사거리, 아주대삼거리, 권선사거리 등에 나타난다. 전선줄이나 가로등, 건물에 앉아 쉬는데 시민들이 질색하는 것은 이른바 '배설물 테러'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놈들이 머문 자리는 '새똥 천지'다. 잠자러 돌아오기 전에 들판에서 용변을 해결하고 오면 좋으련만 눈치코치 없는 녀석들은 길바닥은 물론이고 주차 차량, 심지어는 사람의 머리위로도 배변을 해대는 통에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수원시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 전파에 대한 시민들 불안도 크다.

게다가 지난해엔 이 놈들이 정전사태까지 일으켰다. 이런 저런 이유 말고도 밤중에 머리 위를뒤덮고 까악까악 소리를 질러대며 소란스럽게 날아다니는 까마귀를 보는 것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따라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떼까마귀 민원이 수원시청에 쇄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12월 4일부터 오전 시간에 떼까마귀 출현 지역을 다니며 배설물 피해차량을 청소하는 '떼까마귀 기동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오후 6~8시에는 '떼까마귀 순찰반'(2개 조)이 떼까마귀 출몰지역을 순찰하며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해 떼까마귀 출몰 지역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주의 현수막을 거는 대처를 하고 있는데 올해는 시 외곽지역에도 출몰하고 있어 시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결방법은 까마귀들이 좋아하는 공중선을 땅속에 묻는 방법이 제일 좋다. 용역이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공중선지중화 사업에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시는 차선책으로 까마귀가 싫어하는 초음파를 이용해 쫓아낼 계획이다. 1월 초부터 떼까마귀가 자주 출몰하는 성빈센트병원 부근(지동)과 백성병원 부근(인계동)에 '조류 퇴치기'를 시범 설치한다. 조류 퇴치기는 조류가 싫어하는 음파와 소리를 발생시켜 조류를 쫓는 기구다.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설치를 늘릴 계획이다. 또 조류가 기피하는 녹색 빔을 쏘는 '레이저 퇴치기'를 도입해 떼까마귀를 쫓을 예정이다.

그러나 까마귀들이 시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그 지역주민들이 또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어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이래저래 시당국의 고민이 깊다.
수원시에 출몰한 떼까마귀들

사진설명-수원시에 출몰한 떼까마귀들

이 와중에도 다행스런 소식이 있다. 수원시가 최근 팔달구 가톨릭대학교성빈센트병원 주변의 떼까마귀 배설물에 대한 AI 감염 여부를 검사한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시가 지난 12월 15일 성빈센트병원 인근에서 떼까마귀 분변시료 14점을 채취해 경기도 동물위생 시험소에 AI 감염 여부 검사를 의뢰했는데 모두 '음성'이라는 분석결과를 받았다. 시는 지난해 1월에도 떼까마귀 분변에 대한 AI 감염 여부 검사를 했고, '음성'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앞으로도 시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떼까마귀가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까지 매달 분변을 채취해 AI 감염 여부를 검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떼까마귀는 시베리아(러시아), 몽골 등 북부지역에서 서식하다가 겨울철에 남쪽으로 이동하는겨울 철새다. 텃새인 큰부리까마귀보다 몸집이 작고, 군집성이 강해 큰 무리를 이뤄 생활한다.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AI와 같은 질병을 전파하지 않았다.

울산광역시는 수원시보다 먼저 '떼까마귀와의 전쟁'을 겪었다. 현재 울산시 태화강 삼호대숲 일원에는 매년 10월 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 '떼까마귀'와 '갈까마귀'가 겨울을 나고 있다. 2000년 대 초반에 수천마리였던 것이 지금은 무려 10만 마리에 달한다. 이 엄청난 까마귀 떼의 배설물은 태화강 대숲 뿐 아니라 주택가, 도로, 차량, 빨래 등에 쏟아졌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까마귀와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울산시와 환경단체들이 매일 배설물을 청소하고 피해지역의 고압선 지하매설사업을 추진하면서 인간과 까마귀의 공존이 서서히 이뤄졌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까마귀떼가 태화강 일대를 날아다는 장면은 울산시의 또 다른 볼거리로서 이제는 생태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까마귀떼가 풀씨, 해충을 먹어 농사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미움이 서서히 사라졌다.

사실 까마귀는 우리 민족의 상징이기도 하다. 고대 고조선 문명권 부족들이 신성시하던 '삼족오(三足烏)'가 대표적이다. 한 세발 달린 까마귀로서 태양에 살면서 천상의 신들과 인간세계를 연결해주는 상상속의 길조(吉鳥)다. 우리민족이 천손(天孫), 즉 하늘의 자손이란 것을 숨기기위해 일본이 까마귀를 흉조(凶鳥)로 왜곡시켰다는 것이다.
 
또 까마귀는 효심이 깊은 새여서 '반포조(反哺鳥)'라고도 불린다. 까마귀 어미가 늙으면 새끼들이 그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준다는 것이다. 반포는 받아먹은 것을 되돌려준다는 말로서 은혜를 갚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니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긴 하지만 까마귀를 너무 미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수원의 창, 까마귀떼, 김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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