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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무료 인문학강좌 열고 있는 이기호 쉬즈메디병원장
김우영/시인, 언론인
2018-01-18 14:03:06최종 업데이트 : 2018-01-24 09:39:12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기자

세상에는 흔하지 않은 일들이 더러 있다. 그 중 하나가 산부인과 병원에서 여는 인문학 강좌다. 수원 쉬즈메디병원(원장 이기호)은 지역에서 이름난 산부인과 병원이지만 무료 인문학 강좌로도 널리 소문이 났다. 벌써 9년째다. 각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를 초청,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역사, 문화, 인문학 분야 강의를 진행해오고 있다.

9년째 이어오고 있는 쉬즈메디병원의 무료 인문학 강좌

9년째 이어오고 있는 쉬즈메디병원의 무료 인문학 강좌

지금 열리고 있는 강좌의 주제는 '도시는 역사다'로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됐다. 격주 화요일 밤 7시부터 쉬즈메디병원 산후조리원 6층 프라우디홀에서 열리는데 세계 주요 도시의 기원과 성장과정, 사회갈등, 도시의 문화 등을 소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테네를 시작으로 도쿄, 파리, 베를린, 뉴욕 등 세계 유명 도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도시는 역사다'시리즈의 남은 강좌는 오는 23일 '로마 포룸의 공공기념물과 문화경관', 2월 6일 '상하이의 역사와 상하이 사람'이다.

강사들도 김경현 홍익대 교수, 김승욱 충북대 교수, 민유기ㆍ박진빈(이상 경희대 교수), 박삼헌 건국대 교수, 박철현 국민대 교수, 안병우 전 한신대 교수, 염운옥, 이상덕(이상 고려대 교수), 이연경 인천대 교수 등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강의실은 항상 시민들로 가득 찬다. 공무원들도 퇴근 후 자발적으로 강좌에 몰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기호 원장이 인문학 강좌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 단국대 임두빈 교수와 함께하는 미술사 강의였다. 고대미술과 한국미술 강좌를 실시한 결과 평판이 좋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몇 해 전 이 원장은 필자에게 "미술에 관심이 있던 아내의 조언으로 2010년 고대미술과 한국미술 강의를 열었는데 평판이 좋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 후 2012년부터는 중학교 동기에다 군대 동기인 안병우 전 한신대 교수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인 인문학 강의로 정착했다.

"인문학을 통해 현재의 나를 돌아보고 가족과 주변을 더 배려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남들은 병원 홍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 그렇게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라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원장이 인문학 강좌를 개설한 것은 30여년 간 병원을 운영하면서 받은 시민들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이 병원장은 강사비와 현장 답사비 등 적지 않은 사비를 투자해 시민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는 무료 인문학 강좌를 개설했는데 지금까지 실시된 강의는 무려 200여회나 된다. 강좌도 매년 매분기 새로운 주제로 진행된다.

'쉬즈메디병원과 한신대학교 한국사학과가 함께 하는 한국사 교실'로 운영되다가 2014년부터는 동아시아사와 세계사, 철학 등 인문학 전반을 아우르는 한 학기제 강좌로 거듭났다.

그동안 '인물로 보는 동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인물로 보는 동아시아사-우리의 생각을 풍부하게 만든 사람들' '국제 관계의 변동으로 읽는 동아시아 역사' '동아시아의 근대와 일상의 변화'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근현대사' '세계의 분쟁과 갈등, 그리고 화해' '도시는 역사다' 등이 강좌 주제였다.

 

그는 지난해 한 지역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일에 사람이 우선하고 그 바탕에 인문학이 있어야 한다"며 "질병을 치료하는 병원이 인문학을 통해 사람의 마음도 치료해보자는 생각에서 인문학 강좌를 마련했다"고 밝힌바 있다. 개인이 9년째 격주로 수준 높은 인문학 강좌를 이끌어 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 원장과 직원들은 인문학 강좌 외에도 낮은 곳에서의 봉사를 펼치고 있다. 쉬즈메디병원은 오래 전부터 지역 '사랑나눔병원' 사업에 동참, 의료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에게 무료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평택항에서 펼치는 의료봉사다. 2014년 1월 경기평택항만 공사와 저소득층 의료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이후 의료지원이 필요한 한-중 정기선 이용 소무역상 등 저소득층에게 무료 진료를 제공해오고 있다. 이들 소무역상은 일명 '보따리상'이라고도 불리는데 스스로를 노숙자에 빗대 '선숙자(船宿者)'라고 자조(自嘲)할 정도로 대부분 열악한 극빈층 생활을 하고 있다. 건강 이상이 발견돼도 진료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부인과 진료도 해야 하는 여성 보따리상의 경우는 더하다. 진료팀은 이처럼 각종 여성 질병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펼쳐 환영을 받았다.
지난 2014년 선상 진료에 참가했던 아름다운 진료진-앞 이기호 원장, 뒤 왼쪽부터 최형분 팀장, 김연숙 외래책임간호사, 이영주 총괄부장

지난 2014년 선상 진료에 참가했던 아름다운 진료진-앞 이기호 원장, 뒤 왼쪽부터 최형분 팀장, 김연숙 외래책임간호사, 이영주 총괄부장

특히 2014년 4월엔 아예 평택~중국 위해를 왕복하는 배에 고가의 진료장비와 함께 승선, 무료 진료를 펼쳐 감동을 주기도 했다.   

당시 진료에 동행해 취재한 필자에게 한 여성 보따리상인은 "태어나서 이처럼 친절하고 극진한 진료를 받아보긴 처음"이라며 쉬즈메디 의료진에게 감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기호 원장은 지난 2015년 시민의 건강증진과 지역사회 보건의료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수원시 보건의료인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기호 원장의 선행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느 신문의 사설에도 쓴바 있지만 대기업이나 대학이 운영하는 대형병원도 아닌 지방 소재 한 개인병원의 이 같은 의료·문화 봉사활동은 놀랍다. 그리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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