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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 시식(時食)
김재철/칼럼니스트, 농학박사
2017-07-11 13:54:07최종 업데이트 : 2017-07-11 13:54:07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몇 해 전 일.
영덕 병곡 바닷가 조망을 끝내고 강구 항으로 방향을 돌린다. 강구는 영덕대게의 고장이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지리지에 보면 함길도 경흥도호부 토산품은 자해(紫蟹)·다시마·문어 등이라 하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자해가 나는 곳은 경상·강원·함경 등 11곳이라 하였다. 경상도 지역은 영덕·영해지역이다. 여기서 자해는 대게를 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종 13년(1431)에는 자해·미역 등을 오랑캐 지역인 옛 경원(慶源)에서 채취하지 않고 부득이 경원·길주 이남으로 장소를 바꾸지만, 저들이 두려워 경토(境土)를 내버리는 것이 되니 수호군(守護軍)을 정하여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로 서로 신호를 하여 예전대로 채취하게 한다. 

강구 항 도착 즉시 어항에 들러 대게를 살핀다. 내 게 사라고 게 흔드는 바닷가 행상들의 고함소리를 뒷전으로 하고 근처 수산물도매상으로 들어갔다. 게 아줌마와 흥정한 게가 몇 마리였던가? 그래 오늘 포식 좀 해 보자. 게 판 아줌마는 게는 도매상 건물 이층에서 삶아 준다며 친절하게도 이층까지 게를 가져다준다. 그리고는 한가한 시간대라고 아예 곁에 앉는다. 이내 게 다리 살 까먹는 법을 강의하더니, 좋은 게 고르는 법 강의로 이어진다. 

게의 배면 색깔이 허옇고 손바닥만 하게 커 허우대가 멀쩡한 게는 절대 사지 말라고 한다. 그게 바로 물빵대게라나. 지나가는 손님들은 보기에 먹음직하고, 상인들은 싸게 해 준다고 적극 권하지만 절대 사면 안 된다고 한다. 속살이 비어있어 물로 차 있기 때문에 물빵이라고. 삶으면 어김없이 맛이 짜다고 한다. 

좋은 대게는 속살이 가득 차 박달같다 하여 박달대게로 이름 붙여졌다 하지만 상인들은 사정 모르는 외지 손님들에게 슬쩍 물빵과 박달을 섞어 팔기도 한단다. 그런데 우스운 것은 박달대게를 구입한 손님들 중엔 박달대게의 특성을 이해 못하고 박달대게를 먹으면서 오히려 다리 속살이 왜 이리 쏙 안 나오나 라고 탓하기도 한다나.  

영덕대게 어획기간은 12월에서 다음해 5월까지이고, 2월이나 3월에 나오는 게가 그중 맛있다. 대개 3월 하순쯤이면 영덕대게 축제가 시작된다. 육이오 동란 전만 하더라도 상당한 생산을 올렸으나 한류·난류의 유동변화 등으로 현재는 어획고가 급격히 감소하였다. 게다가 품질 좋은 대게는 수출용으로 쓰여 일반인은 맛보기가 쉽지 않다. 

이곳 영덕 브랜드 대게는 바다에서 잡는 즉시 집게발에 노란 비닐표지를 한다. 박달이라는 의미이다. 또한 생산자가 품질을 보증하여 물빵이면 언제든지 교환해 준다는 표지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월요일을 빼고는 날마다 게가 들어온다. 만약 제때에 팔리지 않으면 물빵이 되기 쉽다. 그런데 여기에도 수입품이 넘쳐흐른다. 5월말 이후에 나오는 대게는 수입산이다. 수입산은 등딱지에 하얗게 산호(?)가 붙어있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게 시식(時食)을 완료하였으니 밥 한술 먹을 시간. 한때 기내식 밥그릇으로도 사용했다던 대게 딱지. 따끈따끈하고 거무스름한 게딱지 장에 참기름 두 방울, 구운 김 두 장, 깨를 넣어 밥을 비빈다. 

강구항
강구항

고려 태조 왕건이 즐겼다고 알려진 영덕대게. 하지만 임금의 먹는 모습이 게걸스러워 수랏상에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내 모습도 게걸스러웠나? 아니면 허름한 노동자 차림새에 느낌이 왔나? 이제 수원으로 돌아간다고 하자 게 판 아주머니의 한마디. '공사판 일이 벌써 끝났어요?' 아무 생각 없이 '예', 고개를 끄떡이며 출발한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아니, 우리 게판이 방금 끝났잖아요!'. 
꼬불꼬불 봉화 산길에 개구리 두 마리가 뛰논다. 올 게판 축제가 시작 되려나 부다.

강구항, 대게, 박달게, 태조 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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